배두환 KAIST 교수 인터뷰

▲ 배두환 KAIST 교수
인터뷰: 배두환 KAIST 교수
대담: 백진욱 안산대 금융정보과 교수

[배두환 교수 프로필]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컴퓨터 과학 박사
KAIST 전산학부장 (전)
APSEC 의장 (전)

<인터뷰>

▲ 교수님, 처음 4차 산업혁명에 관해서 나눴을 때와 비교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 주변이나 대학 분위기는 어떠신가요?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은 주변에서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입니다. 새로 부임한 대학 총장님도 그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셨습니다. 4차 산업혁명 준비를 위해 대학 차원에서 미래 위원회가 구성된 것으로 압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역량을 교육에 반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지 않나 싶습니다.

▲ 작년 말부터 4차 산업혁명과 교육에 관해 말씀을 나눴는데, 오늘은 주변에서 질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교수님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정치권과 교육계에서 4차 산업혁명의 아젠다와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요?

4차 산업혁명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를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까지의 과거 역사를 볼 때 4차 산업혁명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을 통한 앞으로의 변화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과 '디지털 디스럽션(Digital Disrupt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존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적응된 조직으로 변화하는 모습이고, '디지털 디스럽션'은 디지털 역량이 뛰어난 혁신적인 기업들이 산업 판도를 바꿔서 주도권을 잡는 모습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으며, 앞으로 이 두 형태가 병존할 것 같습니다. 에어비앤비 또는 우버 같은 기업은 후자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 '디지털라이제이션'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해보고,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대처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가 그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가까운 미래에 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삶, 특히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디지털 디스럽션', 두 가지 개념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는 지금의 일자리가 디지털을 통해 변화하겠지만, 그래도 계속 같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나 '디지털 디스럽션'이 되면, 지금의 내 일이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면서, 다른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앞으로의 일자리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를 예의 주시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제 일자리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는 단언하기에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이 하는 많은 일을 대체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일자리를 위해 준비하는 지금의 교육이나 학습이 20년, 30년 뒤에도 쓸모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과거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적지 않은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혁신적인 새로운 기업과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일자리도 많이 생기겠지만, 반면에 인공지능과 자동화된 로봇 시스템으로 현재의 많은 일자리도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 지금과 같은 변혁기에는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사람의 위기감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해도 결국 사람이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이 무엇보다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교육 분야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앞으로는 교육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물론, 지금 잘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교들이 '디지털라이제이션'을 통해서 20년, 3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명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의 예측처럼 코세라, 무크 같은 온라인 교육의 영향으로 학위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온라인 교육 중심의 새로운 교육 시장으로 변화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모습일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이 보완하면서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온라인 교육을 많은 사람이 시작하지만, 수료하는 사람은 전체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은 온라인 교육이 교육 시장의 중심이 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을 교육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온라인 교육만의 장점도 있지만, 현재로는 오프라인 교육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교육의 효과가 떨어지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의 교육 모델은 제 생각에는 어쨌든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교수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학생들이 잘 소화할 수 있게 전달해 주는 교육 모델이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하여 교육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모습으로 교육 모델이 바뀌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변화가 여기저기서 아마 일어나리라 생각이 듭니다. 학교는 굉장히 보수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변화가 늦게 올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교육 모델이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모습으로 점진적으로 변하게 될 것 같습니다.

▲ 모든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2018년 중학교, 2019년 초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한다고 합니다. 현재 소프트웨어 교육 방향과 인력 수급 상황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최근 들어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소프트웨어 교육 정책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합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빨리 시작했어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소프트웨어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잠재적인 역량을 가진 인재들을 빨리 발굴해서 전문 인력으로 키워나가는 작업을 사실은 벌써 해야 했습니다.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정부에서 뒤늦게라도 그런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인력 수급 상황을 말하는 것은 참 어려운 부분입니다. 학교에서 배출하는 소프트웨어 인력의 숫자만 보면, 시장 규모에 비해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그 인력들의 상대적인 역량이 미국 같은 선진국보다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합니다. 소프트웨어 인력의 양뿐만 아니라 질을 전반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 소프트웨어 교육을 포함해서 교육 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교육의 주된 목표는 인력 양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어떤 인력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할 때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서 배출하려면, 대학은 4년, 대학원 석사는 2년, 박사는 4~5년 이상은 걸립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인력을 지금 준비하려는 것은 맨날 뒷북치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교육의 기능과 역할을 세심히 살펴서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의 로드맵을 잘 그려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10년, 20년 뒤에 우리에게 필요한 인력을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은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4차 산업의 인력 수요에 대비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치권과 교육계에서 4차 산업혁명 준비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큽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준비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준비는 굉장히 떨어져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저의 경우에도 동의하는 논점입니다. 준비가 미흡하다는 데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 있습니다. 물론, 산업혁명이 바람같이 조용히 다가와서 하나의 '트렌드'처럼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예방하고 준비하는 것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전 세계의 모든 것이 '디지털라이제이션'되는 시기에 많은 분야별 전문가들이 자기 생각을 지금처럼 얘기하고 토론하면서, 그렇게 우리에게 맞는 해결책을 만들어 가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 4차 산업혁명에 직면한 우리나라의 기업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에서 1등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디지털과 관련된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또는 원천기술을 누구보다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계속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기업, 물론 그마저도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라이제이션'은 세계화와 맞물려서 기술의 장벽도 없어지고, 나라 간의 장벽도 없어지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을 통한 경제 활동을 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 역량을 키우는 준비를 더 해야 하는데, 다수의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철저한 준비를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차기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 컨트롤 타워의 등장이 가시적입니다.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는 것 같은데, 어떤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를 현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 같은 곳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서 정부의 정책을 만들고 총괄하는 부처가 필요합니다. 앞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라이제이션'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예전에 우리가 없앴던 정보통신부의 기능을 가진 부처를 만들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위한 정부 정책을 제대로 만들려면, 그런 역할을 하는 정부 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물론 미래부라는 이름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부처가 필요합니다. 미래부가 미래를 기획하고 과학 기술을 통해서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부처의 성격이라면, 미래부의 역할을 보완하고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4차 산업혁명의 컨트롤 타워에 대해 좀 더 말씀을 나눠 봤으면 합니다.

4차 산업혁명에 관련된 컨트롤 타워는 어떤 형태가 됐든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기존에 있는 부처를 폐하는 부분은 좀 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컨트롤 타워가 되는 부처는 실제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충분한 기능과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컨트롤 타워의 존재도 중요하겠지만,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예산과 그것을 집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산업과의 연계 등 주도적으로 일할 수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만들어도 부처별 이기주의와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지금 쏟아지는 교육 정책에 대해 많은 사람이 갑론을박합니다. 교육 부처의 개편,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 도입 등 많은 논제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의 획일적인 교육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전문화되고 세분된 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교육을 학생들한테 제공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우리에게 직면한 문제가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대학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대학이 뭘 잘할 수 있다는 대학별 특화가 필요한데, 우리 교육은 그 부분에 대해 아직 미흡합니다. 우리 교육이 과거 2차, 3차 산업시대에 맞춰져서 운영하고 있었다면, 앞으로의 교육은 4차 산업에 맞춰져 교육 체계를 정비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 차기 정부는 안보, 경제, 사회, 국제 등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교육 분야의 준비, 그리고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좀 더 말씀해주신다면?

개인적으로는 4차 산업에 걸맞은 인력 양성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행 과제는 많이 있을 겁니다. 여러 가지 규제들을 4차 산업을 활성화될 수 있도록 철폐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것들 또한 만들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에 관련된 정부의 정책을 만드는 것과 함께 교육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정학적인 위치가 있으므로 수출도 많이 해야 하고 경제성장 동력을 갖춰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안보 또한 굉장히 중요한 우선순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과도 직접 관련되는 것이 국방 산업입니다. 국방 산업에 ICT 기술을 접목해서 빨리 '국방 디지털라이제이션'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 국방기술 분야에 근무한 짧지 않은 경험이 있어 저 또한 그 분야는 관심이 많습니다. 국방 ICT 분야에 대한 생각은 어떠십니까?

국방 ICT 분야에서 특히 소프트역량이 너무 부족합니다. '국방 디지털라이제이션'에서 가장 핵심의 역량도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을 총괄하는 '국방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만드는 노력도 있었는데, 진행을 끝까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방 분야도 정책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맞게 키워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4차 산업혁명에 직면한 미래 세대를 위한 조언이 있다면?

4차 산업혁명 때문에 20년, 30년 뒤에 우리나라와 전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 거라는 사실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을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처럼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다가 아니라, 개인도 자기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앞으로 100살까지, 아니 그 이상 살아야 하는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젊었을 때 본인한테 투자를 많이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젊었을 때 공부를 많이 해보는 것도 투자의 한 방법입니다. 아무튼, 직면한 4차 산업혁명의 기초 체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개인이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우리가 주도할지, 아니면 끌려갈지는 알 수 없지만, 현 시대가 우리의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강력한 리더십이 우리나라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작년부터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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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욱, 안산대 금융정보과 교수

['4차 산업혁명과 교육' 연재기사]
▲ 배두환 KAIST 전산학부장 인터뷰, 4차 산업혁명의 경쟁력은 사람이다 (2016.12.)
▲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인터뷰, 4차 산업혁명 대비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 (2017.02.)

백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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