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世代)라고 하면 보통 30년의 시간을 의미한다. 한 대(代)가 다음 대로 바뀌기까지의 시간이 30년 정도 걸린다고 본 것이다.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어린아이가 부모의 일을 계승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30년 정도로 보고, 이것을 ‘세대’라고 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3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하나의 길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묵묵히 걸어왔다는 것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책 『공무원 33년의 이야기』는 한 세대, 즉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무원이라는 길을 걸어 온 한 전직 공무원이 자신의 삶과 일선 행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저 평범한 일상으로, 또는 늘 되풀이되는 하루하루라고 쉽게 넘겨버릴 수도 있었던 일들을 활자화함으로써 삶에 숨과 생기를 불어넣고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33년이라는 시간을 공직자로 살아 온 저자의 생생한 이야기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이처럼 사회 일원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안정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1위로 공무원이 뽑히는 이 시대에, 공무원의 삶이 얼마나 뜨겁고 치열한지 여러 일화를 들어 말하고 있다.

1984년 서울시 아현동에서 공무원으로서의 첫발을 내딛은 저자는 마포구에서 동과 구청을 오고가며 공무원 생활을 했다. 지방공무원으로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부딪치고 또 삶과 일을 사랑하며 살아왔다.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눈물도 있었고 기쁨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을 과하게 부풀리기보다는 진솔하게 풀어내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개인사만을 자랑하듯 풀어놓지 않고, 함께 그 길을 걸어온 동료들과 그 길을 걷게 해 준 일터, 지역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숨 가쁘게 달려 온 시간 속에서 후배들에게 못다 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다는 저자의 말에서, 그가 세월 속에 있었던 모든 것을 사랑하며 걸어왔음을 느낄 수 있다.

▲ 저자 구본수
변화무쌍한 시대 흐름 속에서 하나의 길을 꾸준하게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걷는 이 길이 곧 개개인의 삶이 되고, 이 시대의 역사가 된다. 이 책이 그저 평범하다는 이유로 나의 삶과 주변을 사랑하지 않았던 시간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하고, 앞으로 힘찬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 본다.

지은이 구본수는 1956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났다. 마포나루 풍경을 마지막으로 본 세대다. 마포에 있는 숭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잡다한 직업을 전전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1984년 공무원 세계에 막차를 타듯 올라타, 마포구에서 일선 동과 구청을 오가며 33년을 근무했다. 뒤늦게 직장에서 개설한 사내대학(한경대학교)의 문을 두드려 만학도의 길을 걷기도 했다.

공직 기간 동안 다양한 일을 했으며 동장, 구청의 과장을 거쳐 복지교육국장을 역임했다. 어떤 길을 걸었는지 알고 싶어 정년을 맞아 공직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땅의 보통 공무원들과 다를 바 없고 내세울 것 없지만, 주민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지방공무원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공무원이 공무원다운 세상, 공무원이란 말이 신뢰, 희망이란 말과 동의어가 되는 세상을 꿈꿔왔으며, 언젠가 그 꿈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장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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