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서비스 업계에선 무(無)노조가 일반화돼 있다. 야근이 잦은 IT업계의 노동 강도는 ‘퇴근 없는 감옥’이라 할 만큼 세지만, 이 업계에선 노동조합(노조)을 찾아보기 극히 힘들다.

IT서비스 업계, 무노조 경영 유지

삼성SDS 강력한 ‘무노조 경영’ 정책으로 노조를 설립하려는 시도 자체가 어렵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본사 차원에서 노조 설립을 허용하고 있는 LG CNS, SK C&C 등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있으며,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삼성SDS, LG CNS, SK C&C, 쌍용정보통신, 대우정보시스템, 동부CNI, 대상정보 기술 등 다수의 기업이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를 설립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업체 관계자들은‘회사측의 워커 프랜들리(Worker Friendly) 정책으로 인한 소통활성화’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LG CNS 관계자는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근본목적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래구상위원회와 노경사원대표와 같이 회사가 마련한 다양한 소통창구를 통해 노사간 상호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노조를 설립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SK C&C 관계자 역시 “회사가 적극적으로 노사간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노조가 설립될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노조가) 과거에도 없었고 향후에도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개인주의 성향과 노조 비판적인 사회 분위기 동인

한편 일각에선 IT업계 종사자 특유의 개인주의 성향이 노동자의 조직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정보통신노조연맹 관계자는 이와 관련 "IT업계 종사자들의 평균 연령은 30대로 이들은 사회 조직화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는 세대이기 때문에 집단행동에 다소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연봉제가 도입돼 있는 SK C&C나 LG CNS 같은 대기업들은 철저한 개인 평가에 근거해 보수를 지급하기 때문에, 노조 설립을 시도하다가 사측에 찍혀 진급이나 임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근로자들의 우려가 자발적인 노조 조직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라고 덧붙였다.

또 노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도 IT서비스 업계의 무노조 경영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노총 박성식 부대변인은 "다수의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노조를 설립해야 한다는 데엔 동의하면서도 노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조직이다. 노조 활동은 헌법 33조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며 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반면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기업 내에 노사간 대화 창구가 잘 마련돼 있다면, 노사간의 ‘윈윈(Win-Win)’ 을 위해 무경영 노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은 노조 파업으로 기업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왕이면 무노조 기업에 투자하려고 한다"며 "특히 사업 확장을 위해 외국 자금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은 IT서비스 업계의 경우엔 무노조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결과적으로 노동자와 사측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일리그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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