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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창(窓)
한문학 연구를 35년간 했으며 전문번역가로서 다년간 고전번역을 해왔다. 난중일기의 교감학적 검토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최초로 난중일기를 완역했고,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난중일기 등재시 자문위원을 맡았다. 현재 이순신관련 문헌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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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窓] 《난중일기》에 《삼국지》 내용을 적다지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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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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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신 장군이 전쟁 중에 《삼국지》를 읽고 참고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쉽게 믿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나라의 운명이 달린 전쟁을 하는데 소설에 의존할 리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록이란 것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몇 년 전 필자가 《난중일기》에 적힌 인재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구절의 출처를 중국 명초의 소설가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연의》에서 처음으로 찾아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그 내용은 바로 갑오년 11월 28일 이후에 적혀 있는데, 《삼국지연의》 22장〈조조가 군대를 나누어서 원소를 대항하다[曹公分兵拒袁紹]〉에서 인용한 것이다.

  “밖에는 나라를 바로잡을 주춧돌이 없고 안에는 계책을 결정할 동량이 없다. [外無匡扶之柱石, 內無決策之棟樑]”

  “배를 더욱 늘리고 무기를 만들어 적들을 불안하게 하여 우리는 그 편안함을 취하리라.[增益舟船, 繕治器械. 令彼不得安, 我取其逸]”

앞의 구는 촉한의 유비(劉備)가 조조(曹操)와 전쟁하기 위해 원소(袁紹)에게 지원을 요청하려고 할 때 정현(鄭玄)에게 받은 추천서의 일부 내용인데, 국가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재가 절실히 필요함을 말했다. 뒤의 구는 원소가 유비에게 지원출동을 하려고 할 때 성급한 결정은 위험하다며 출동을 반대한 원소의 부하 전풍(田豊)이 한 말의 일부 내용인데, 무엇보다 내실을 기하는 노력이 중요함을 말했다. 그 해 10월에 치른 영등포해전과 장문포해전에서 조선수군이 별다른 전과를 내지 못하자, 이순신은 전쟁이 장기화되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싶은 생각에 전쟁에 도움 되는 글을 적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내용들은 정확한 것일까. 본래《삼국지연의》는《수호지》,《서유기》, 《금명매》와 함께 중국의 4대 기서(奇書)로 알려져 있다. 중국 서진(西晉)의 학자 진수(陳壽)가 쓴 정사《삼국지》를 토대로 영웅호걸들의 이야기를 소설체로 기록한 것이다. 그런데《삼국지연의》판본은 여러 가지이며 판본마다 글자가 조금씩 다르다. 이순신이 전쟁 중에 기록한《삼국지연의》의 판본은 정확히 중국 가정(嘉靖) 임오(壬午, 1522)년에 간행된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본이다.

  2013년 3월 필자가 이러한 내용을 처음 발표하자, 신기하게 생각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이순신을 제갈량의 아류로 만드는 것이라며 비판하는 이도 있었다. 여하튼 문헌의 기록을 통해 사실을 밝힌 것이다. 이순신이《삼국지연의》를 탐독한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성대중(成大中)의《청성잡기(靑城雜記)》기록도 있다. 여기에는 이순신의 도우(道友)가 나랏일을 돕기 위해 이순신에게《삼국지연의》를 보내어 참고하라는 내용이 있다.

   이순신이 전쟁 중에 《삼국지연의》내용에 나오는 삼국시대의 전쟁사건을 참고하여 교훈으로 삼고자 한 것이 사실이다. 연이은 전쟁으로 백성이 도탄에 빠지고 국가가 황폐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를 먼저 발탁하고 내실을 기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항상 옛 교훈을 귀감으로 삼는다. 설사 그것이 소설일지라도 내용의 의미가 자신의 목적에 부합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거기서 자력갱생할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한다면 이것이 삶에 유용한 진리가 아닐까.

   글: 노승석 이순신연구가(교감완역 난중일기, 이순신의 승리비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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