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명기 행정안전부 지방세분석과장

2012년부터 ‘○○ 동 ○○ 번지’ 식의 기존 지번(地番) 주소 대신,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사용하는 ‘도로명 주소’가 공식 시행된다.

이는 1918년 일제가 토지수탈을 목적으로 도입한 토지중심의 주소체제가 1세기 만에 사라지는 것으로, 일제 강점기 시절의 잔재를 청산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일종의 근대화 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로명 주소 사업에는 아직 △국민의 혼란 최소화 △민간 기업의 적극적 참여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이에 데일리그리드는 27일 진명기 행정안전부 지방세분석과장(사진)을 만나 도로명 주소 사업의 목적과 효과, 향후 해결과제에 대해 들었다.

 

기존의 지번 주소를 도로명 주소로 전환하는 목적은?

도로명 주소 사업은 일제 강점기 시절의 잔재를 청산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일종의 근대화 사업이다. ‘○○ 동 ○○ 번지’ 식의 기존 지번 주소(地番)는, 1918년 일제가 토지 수탈을 위해 도입한 주소 체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건물의 위치를 찾는 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또한 도로명 주소 사업은 글로벌 코리아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이다. 전 세계적으로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의 일부 지자체일 뿐이다. 모든 OECD국가와 러시아, 중국, 북한에서도 현재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즉, 도로명 주소 사업은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글로벌 흐름인 것이다.

도로명 주소로 전환할 경우 얻을 있는 효과는?

우선 도로명 주소를 도입하면 건물의 위치 찾기가 쉬워진다. 일례로 2005년 인천에 도로명 주소를 도입한 후, 인천 경찰서의 순찰차 5분 이내 현장 출동률은 79%에서 89%로, 무려 7%나 높아졌다.

또한 연간 4조 3천억 원 정도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2006년도 말 기준)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만, 우선 길을 헤매는 데 드는 교통비와 전화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민간 기업이 데이터를 정제하는 데 드는 수백억 원 가량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도로명 주소는 어떤 식으로 구성돼나?

도로명 주소는 도로의 폭에 따라, 대로(大路, 8차선 이상)과 로(路, 2~7차선), 길(1차선 이하) 등으로 구분되며, 도로명의 끝 글자를 사용하면 된다. 즉, 건물 주변에 있는 도로의 폭에 따라 영동대로, 학동로, 반포대로23길 식으로 변환하면 되는 거다.

다음으로 건물번호는 도로 구간별 기점에서 종점 방향으로(서→동, 남→북) 20m 간격으로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 번호가 부여된다. 예를 들어 서초구 서초동 1540-5번지는 동과 번지를 제외한 서초구 반포대로23길 6번으로 바뀌는 것이다.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도로명 주소 체제에서는 아파트 명칭이 제외된다는 점이다. 아파트의 경우 명칭이 자주 바뀌고(주공→뜰안채, 신반포→한신반포→한신1차), 영문이 많으며(롯데 캐슬), 문장이 긴 경우(한화에코메트로꿈에그린아파트)가 있기 때문에, 아파트 명은 주소에서 빼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2012 1월부터 본격 시행되는데,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겠다.

국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분간은 듀얼(Duel) 개념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2012년 1월부터 무조건 도로명 주소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민등록증과 같은 공적 장부에는 필히 도로명 주소를 사용해야 하지만, 동이나 아파트 명을 생활주소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은 괜찮다.

예를 들어 국민들의 이해가 높아지기 전까지,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540-5번으로 우편물을 보내면, 우체국에서는 이를 도로명 주소인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23길 6으로 변환해 배송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행정안전부는 새로운 주소체계의 도입에 따른 국민 혼란을 최소화하고 도로명 주소의 국민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10월 2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예비 안내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사용 중인 지번주소와 새로 부여할 도로명 주소를 안내하고, 이를 통해 도로명 주소에 대한 직간접적인 홍보 효과를 얻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주민들의 의견이나 이의 사항도 수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유명 연예인인 신동엽을 내세워 CF 등 홍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내년 3~7월에는, 도로명 주소를 법적으로 인지시키는 본 고지를 전국의 모든 건물 소유자 및 점유자에게 실시할 예정이다.

민간 기업들의 참여도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2009년도 4월부터 현재까지, 민간 기업들의 의견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어떠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가?

우선, 대기업들에게는 지번주소와 도로명 주소의 매칭 데이터와 전국전자지도, 도로명 속성, 주소 속성 등이 담겨 있는 CD를 제공하고 있다. 지번 주소 데이터를 정제하는 작업은 기업이 해야 할 몫이다. 대기업은 인력 및 자본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매칭 데이터 등 간접적으로 기술 지원해준다면 충분히 스스로 데이터를 정제하고, 변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한 소규모 배달업체 등 소기업들은 새주소 홈페이지의 새주소 전환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1회당 10만건의 기존 주소데이터를 새주소로 무료로 전환할 수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불만사항일 수도 있겠다.

행안부에서 모든 기업의 주소 데이터를 변환해준다면, 주소 변환, 정제, 보완하는 기술로 영리행위를 하는 민간 기업들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규모 업체에 대한 지원은 공정한 사회구현 차원에서 신중을 기하여 찾은 최적의 대안인 것이다.

데이터 변환, 정제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줄이고자 하는 민간 기업들은, 지번주소를 새 주소로 갱신하면 추첨을 통해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일반 고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 또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도로명 주소를 성공적으로 안정화시키는 게 1차적 계획이다. 이 외에는 산, 임야 등 비거주지역의 위치표시 방법을 개발하고자 추진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경찰청, 소방서, 통계청에서 공통으로 쓸 수 있는 위치표시방법을 내년 안에는 개발 완료할 예정이다.

다음으로는 상세주소를 정형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지하의 경우 지층, B층, 지하1층 등 다양하게 쓰이는데, 이를 하나의 용어로 통일해서 민간 기업이 주소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끔 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미국의 집(Zip) 코드 개념의 국가기초구역을 도입하려고 한다. 우편번호는 시도군(앞의 3자리)과 우편집배원의 배달 구역(뒤의 3자리)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자주 바뀐다. 통계에 따르면, 1년에 8~12%씩 바뀐다고 한다.

이걸 거의 불변하는 집코드로 대체하고, 경찰이나 소방, 통계청 등 각 기관에서 공통으로 구역번호(기초구역에 숫자를 부여)를 쓸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이러한 계획들은 도로명주소 사용시기에 맞추려고 하고 있다.

<데일리그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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