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없이 미국 드라마와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 같은 것일 것이다. AI 시대의 도래로 통번역이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종로 영어 청취 학원 YBM에서 이른바 '미드 달인'이라 불리는 박재우 강사는 "단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단정한다.

이에 대해 "짧고 정형화된 표현들은 대체될 수 있으나, 언어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매일 매일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문화적, 사회적 코드와 유행을 반영하게 되고, 특히, 미드나 영화 같은 매체에서는 배우들의 심리와 전후 상황, 지난 에피소드의 내용을 모르는 경우 올바른 번역이 절대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박재우 강사는 “빼박캔트란 급식체 아시나요? 요즘 유행하는 빼도 박도 못한다(can’t)는 표현인데요, 지금도 이런 표현들이 순식간에 새로 생겨나고 사라지고 있고요, 그것들이 실시간으로 마구 뒤섞이는 우리의 카톡 대화를 번역기가 제대로 따라올 수 있을까요? 번역기는 대단한 기술이고, 꼭 필요한 기술이지만, 절대로 맹신해서는 안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편의 시트콤(22분)을 수업하기 위해서 조교들과 수십 시간의 작업을 한다"며 “뉴스는 단어를 많이 외우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 점 익숙해지고 쉬워지지만, 미드나 영화는 항상 새로운 개그코드와 유행이 반영되기에 항상 새롭습니다. 저도 잘 모르는 분야의 내용은 다른 고수들의 도움을 받아야 정확한 수업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평소에 미국 CF를 많이 보는 것이 트렌드나 개그코드 파악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고 덧붙였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매일 하루에 영화를 세편 이상씩 보던 영화광이었고, 미드라는 단어가 생기기도 한참 전에 미국 드라마를 섭렵하던 TV광이었다. 현재, YBM어학원(종로, 강남)에서 영어 청취를 위한 ‘자막 안보기 입문’ 반을 강의하고 있는 그에게 직업이란 자신의 취미가 업이 되어버린 이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취미가 직업이 되면 좀 슬픈 점은 있죠. 작품을 고를 때도 제 취향보다는 수업에 쓸만한 표현이 나오는지, 배우들의 발음은 깔끔한 편인지, 너무 잔인하거나 야하진 않은지 등을 생각하게 되거든요. 예전처럼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보지 못 하게 돼서 좀 섭섭하긴 하지만, 그래도, 새벽 출근시간이 항상 즐거운걸 보면 난 참 복 받은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해요. 아, 한마디 덧붙이자면 취미를 직업으로 만들고 싶으면 남들과 차별화가 확실하게 되어야 합니다. 독특해야 팬덤이 생깁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로 팬덤과 항상 소통하는 박재우 강사의 미드 보는 비법은 YBM 어학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심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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