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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창(窓)
한문학 연구를 35년간 했으며 전문번역가로서 다년간 고전번역을 해왔다. 난중일기의 교감학적 검토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최초로 난중일기를 완역했고,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난중일기 등재시 자문위원을 맡았다. 현재 이순신관련 문헌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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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窓] 《난중일기》기록을 통해 지혜를 배우다기록의 유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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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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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신은 무과 출신의 장수이지만, 어려부서부터 배운 유학(儒學)을 통해 남다른 문인적인 소양을 쌓았다. 특히 그는 서법(書法)에 능하여 글씨를 잘 썼는데, 보통의 장수들에게서 볼 수 없는 일필휘지의 문필력이 있었다. 그가 썼던 서체는 중국 동진(東晉)의 왕희지 서체이다. 거침없이 써내려간 필치는 매우 웅혼(雄渾)하고 아무리 급하게 써도 필획이 정연하고 필법에 어긋남이 없었다.

   전란 중에도 항시 붓을 가까이 하여 공문을 작성하고 《난중일기》를 쓰면서 전쟁에 철저히 대비했다. 그날 그날의 날짜와 날씨, 보고 상황과 공사간(公私間)의 인사 문제 등을 《난중일기》에 기록한 것이다. 물론 치열한 전투를 치루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쓰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틈나는 대로 시간적 여유를 이용하여 작성한 결과, 7년 간의 일기를 남기게 된 것이다.

   《난중일기》의 특징은 문체가 간결하면서도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며 내용들이 진솔한 점이다. 중국 명(明)나라 때의 문체의 이론서인 《문장변체휘선(文章辨體彚選)》을 보면, “일기란, 날마다 기록하여 자질구레한 것들을 모두 갖춘 것이 묘미(妙味)다.”라고 하였다. 난중일기는 그 당시 진중(陣中)의 일들을 망라한 종합적인 기록으로서, 정사(正史)에 없는 내용들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 후대에는 이러한 점들을 인정하여 이를 전쟁문학의 백미로 손꼽는다.

   이순신의 임란시기 활약상이 담긴 《난중일기》는 한 개인의 일기이지만, 그 속에는 국가와 민중을 위한 충혼(忠魂)이 가득 담겨 있다. 전쟁위기의 존망지추(存亡之秋)를 심각하게 인식하여 작전을 수행하는데 아들과 조카, 친척과 인척들까지 총동원되었다. 이들에 대한 이름과 기록들이 일기에 상세히 적혀 있다. 최고 지휘관이 전쟁에 참전하여 선두에서 지휘한 사실과 함께 온 집안이 전쟁에 동원된 사실도 높이 기릴만한 일이다.

   이순신에게 있어서 정유년(1597)은 고난과 아픔의 시련이 연속된 한 해였다. 정유재란이 발생하고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부하 도키스라(要時羅)의 간계로 왕명거역죄로 파직되어 억울한 옥살이를 하였다. 그러함에도 출옥하자마자 다시 일기를 쓰고 붓을 매기 위해 붓 만드는 필공(筆工)을 불렀다. 그 후 모친상을 당한 참담한 상황에서도 기억을 더듬어 적지 못한 일기를 나중에 추록(追錄)하였고, 긴박한 전쟁 상황을 상세히 적기 위해 《정유일기》를 두 번 작성하였다.

   이처럼 이순신은 전쟁 중 긴박한 상황에도 기록정신이 남달랐다. 그것은 기록이 오늘의 일을 성찰하고 내일의 일을 준비하는데 항상 밑바탕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잘된 일은 발전의 계기로 삼고 잘못된 일은 경계의 지침이 되었다. 그의 한결같은 기록은 위기 때마다 밝은 지혜로써 승화되어 묘책을 내게 해주고, 어려운 일을 판단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때문에 이순신에게 있어서 붓과 벼루[筆硯]는 전쟁수행에 필수품이었다.

   이 필연(筆硯)을 주역(周易)으로 풀면, 본괘가 풍산점(風山漸)괘이고 변괘는 천산돈(天山遯)괘이다. 용괘(用卦)인 손목(巽木)이 체괘(體卦)인 간토(艮土)를 극하니, 전쟁 중에 간혹 글을 쓰는 데 지장을 받는다. 그러나 용괘가 용호괘(用互卦)인 이화를 도와주니 문서 작성이 순조롭고, 체괘인 간토가 변괘인 건금을 도와주니 주옥(珠玉)과 같은 문장을 이루는 상이다. 이순신의 백절불굴의 정신은 《난중일기》라는 위대한 기록물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우리는 그 주옥같은 문장들을 읽을 때마다 삶에 유익한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글 : 노승석 이순신 연구가(교감완역 난중일기, 이순신의 승리비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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