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아파트도 문화유산이라니

서울시가 대규모 재건축 재개발 사업과 같은 전면철거 정비사업에서 기존 건축물 남기기를 의무화하기로 하자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아파트도 조화롭게만 하면 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는 찬성입장과 흉물스러운 재건축 아파트가 무슨 문화유산이냐는 반대입장이 대립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되짚어 보도록 하자.

아파트 문화유산을 밀어붙이는 서울시

한강변에 인접한 523동을 남겨야 하는 잠실주공5단지에 이어 개포주공4단지의 428동도 재건축 역사유산으로 지정되어 남겨지게 되었다.

40년이 된 아파트의 흔적과 시민들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정비사업 단계별 영상물도 남기도록 하였다.

서울시는 조례를 개정하여 정비사업 역사유산 남기기를 유도 권고하겠다는 입장으로 흔적 남기기 가이드라인을 수립하여 각 자치구에 정비사업 단계별 해당 지침을 따르도록 하였다.

당연히 개포4단지 조합원들은 강한 반발을 하였지만 분양일정을 맞춰야 하는 조합은 서울시의 권고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반발을 감안하여 허용 용적률에 대한 인센티브와 흔적 남기기 시설을 기부채납으로 인정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기는 하지만 조합원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고 조합원이 아닌 일반인들도 조차도 40년 밖에 안된 아파트가 무슨 문화유산이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무엇이 문제인가

아파트도 우리들의 삶의 흔적인데 당연히 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아파트 문화유산의 주체가 뒤바뀌었다.

공(公)이 해야 할 일을 사(私)에게 떠 넘긴 것이다.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는 아파트라면 서울시에서 매입을 하던 인센티브를 주고 기부채납을 받아서 아파트 문화유산 박물관을 만들면 된다.

서울시에서 정당한 인센티브를 주거나 매입을 한다면 어느 조합원이 반대하겠는가

독재권력의 억압에 맞서 투쟁하고 비판했던 민주화 세력이 권력의 중심이 되어 민간의 사유재산을 허가권이라는 권력의 힘으로 누르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안전관리와 미관문제도 골치거리다.

안전진단에서 위험을 받은 건축물을 보존하려면 많은 유지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또 최신 새 아파트 단지에 40년이 된 낡은 아파트 한 동이 남는다면 아무리 조화롭게 한다고해도 좋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형평성과 일관성이다.

문화유산 남기기라는 그럴듯한 명분하에 흉물을 남겨야 하는 아파트와 운 좋게 문화유산의 불똥을 피한 아파트 간 형평성 문제가 있다.

가락시영 등 문화유산 남기기를 피한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들은 기부채납을 뜯겼어도 이런 이상한 똥을 피해서 다행이라는 반응이 많다.

일관성의 문제도 크다.

비정상적이고 다수의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이런 정책은 주체가 바뀌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 문화유산 남기기 프로젝트도 위원회를 만들고 용역도 주었을 텐데 세금이 아깝게 느껴진다.

결국 재건축 재개발 문화유산 남기기는 탁상행정의 결과로 공권력 남용의 사유재산 침해이다.

정 하고 싶으면 서울시가 주체가 되어 정당한 대가나 인센티브를 주고 세금으로 박물관을 만들면 된다.

장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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