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에는 있지만 최신 스마트폰에는 없는 것, 그립(Grip). 아날로그 카메라서부터 최신 디지털 카메라까지, 카메라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카메라 그립은 사진 찍는 맛을 결정하기도 한다.

촬영할 때 손으로 카메라를 움켜잡을 수 있는 그립은 금속제의 무거운 카메라를 지탱하는 용도로 시작해 점차 카메라 외관을 완성시키는 디자인으로 발전했다. 최근 휴대성을 강조한 콤팩트 카메라들이 그립을 아예 없애기도 하지만 그립은 스마트폰 카메라와 차별화된 디지털 카메라만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다.

또한 그립은 신제품 카메라가 출시됐을 때 소비자가 가장 먼저 체감하는 부분인 만큼 카메라 제조사들도 공을 들이고 있다. 카메라 외관만큼이나 각기 다른 모양을 가진 그립을 알아본다.

▲ 캐논 DSLR 카메라 EOS 5D Mark IV

 

캐논, 합리적 사용성에 중점

가장 많은 사용자층을 가진 캐논은 그립 디자인에 ‘합리성’을 선택했다. 일반 성인남녀 기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파지감(손으로 잡을 때 느껴지는 느낌)을 전달해 준다. 그립 재질 역시 땀에 쉽게 끈적거리지 않고 여름이나 겨울철 촬영에도 무난하게 대응한다.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유선형 디자인을 추구하는 캐논 카메라에 적합한 그립이다. 무거운 렌즈를 마운트 할 경우 안정감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도 있지만 사용자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 니콘 DSLR 카메라 D850

니콘, 브랜드 이미지와 파지감에 우선

니콘은 남성미를 뽐낸다. 그립 상단 붉은 색상의 포인트까지 더해 강인하고 직선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최근 출시되는 니콘 DSLR 카메라는 손바닥이 맞닿는 면적보다는 손가락 끝이 걸리는 깊이를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상대적으로 손이 큰 성인 남성의 경우라면 이점이 있다. 게다가 생고무 재질의 그립 덕분에 손에 촥 달라붙는 느낌을 준다. 동시에 오래 사용하다 보면 고무 들뜸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 Alpha a9

소니, 사용자 피드백 발빠르게 반영

소니 그립은 대체적으로 전원/셔터 버튼부 아래가 움푹하게 패인 디자인이다. 새로운 기종이 나올 때 마다 그립 디자인의 변화도 큰 편이고 파지감을 개선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다만 미러리스 카메라 본체 크기가 작아지면서 오는 파지감의 한계 때문에 세로그립이나 L플레이트를 찾는 사용자들이 많다.

▲ 후지필름 미러리스 카메라 X-T2

후지필름, 전체적인 바디 밸런스에 치중

후지필름 그립은 요란한 구석 없이 언뜻 밋밋하게 생겼다. 하지만 생김새와 달리 보통 성인 사용자의 손에 알맞게 들어온다. 그립을 쥔 채로 각 버튼들을 조작하는데도 불편하지 않은 수준이다. 그립 자체의 디자인보다 렌즈를 물렸을 때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도록 고려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파지감을 극복하고 싶다면 확장형 핸드 그립을 사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 OM-D E-M1 Mark II

올림푸스, 개성적이고 독보적인 디자인 채용

가장 파격적인 모양새의 그립이다. 손으로 움켜 잡았을 때 안정적인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한다. 아래 부분으로 오면서 넓고 두꺼워지는 형태는 카메라 디자인 비율로도 완성도가 높다. 과감한 개성이 느껴지는 카메라 외관에 걸맞게 그립과 각 버튼을 꼼꼼히 배치했다. 미러리스 카메라와 DSLR 카메라의 장점을 잘 살렸다.

남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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