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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석의

이순신의 창(窓)
한문학 연구를 35년간 했으며 전문번역가로서 다년간 고전번역을 해왔다. 난중일기의 교감학적 검토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최초로 난중일기를 완역했고,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난중일기 등재시 자문위원을 맡았다. 현재 이순신관련 문헌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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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독서 유감(讀書有感)독서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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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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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신이 전란 중에 주로 사용한 서체가 초서(草書, 한자를 흘려 쓴 글씨)이었다. 현재 남아 있는 이순신의 《난중일기》는 물론, 문서류 역시 초서로 작성되어 있다. 조선시대에 일반 관원들이 백성의 청원서를 받고 답한 제음(題音)을 작성할 때도 주로 초서체를 사용했다. 초서는 한 번에 필획을 이어 쓰는 특징이 있는데, 이것이 알아보기는 어려워도 작성하는데 빠르게 쓸 수 있기 때문에 널리 보편화되었던 것이다.

  초서는 본래 예서(隸書)에서 파생된 서체로서 초예(草隸)라고도 한다. 그 후에 장초(章草, 예초)가 나왔고, 한(漢)나라 말기에 장지(張芝)가 장초 가운데 남아 있는 예서필획의 흔적을 없애고 금초(今草)를 만들었다. 당(唐)나라 때는 장욱(張旭)과 회소(懷素)가 금초를 발전시켜 광초(狂草)를 만들었다. 이 금초와 광초의 형태가 오늘날 현재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초서를 제대로 알려면 중국의 시대별 서예가들의 법첩을 두루 익혀야 한다. 대표적으로 왕희지의 17첩과 손과정의 《서보》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초서를 배워 탈초 능력을 갖게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학습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초서글씨를 잘 안다고 해서 모든 글자를 풀 수 있는 게 아니고  수십년 이상 공부를 해야 터득할 수 있는 한문 문리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초서글씨는 아무리 난해하게 흘려 써도 쓰는 사람은 나름대로의 필기의 기준과 방식이 있다. 그러한 글씨가 아무리 해독하기가 어려워도 법첩에 근거해서 쓰면 반드시 해독할 수 있는 것이다. 이순신이 작성한 《난중일기》는 심하게 흘려 썼어도 초서서체별 연구를 통해 모두 해독이 가능했다. 《난중일기》가 작성된 이래 4백여 년동안 판본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어 왔고, 최근에 와서 초서를 정자화한 교감본(校勘本) 《난중일기》원문이 간행하게 되었다. 급기야 학계에서 인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10여 년전에 완역본이 나왔고, 《난중일기》이본을 모두 망라한 종합 정리된 《교감완역 난중일기》는 대중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책으로 널리 읽혀지게 되었다. 이 책으로 독서삼매경에 빠지면 심취한 나머지 이 책의 내용을 외우기도 한다. 이순신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존경심의 표현이다. 그러한 지성인들은 머리 속에 들어있는 내용들을 결코 그것이 자기 것이라고 고집하지 않고, 그저 인격수양의 밑거름으로 삼을 뿐이다.

  이순신은 우리가 힘들고 어려울 때 항상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는 혼구병촉(昏衢秉燭)과도 같은 존재이다. 세인의 많은 관심 속에서 이순신의 교훈 한마디는 보천욕일(補天浴日, 여와(女媧)가 하늘을 기워 비가 새지 않게 하고, 희화(羲和)가 해를 목욕시켜 가뭄을 막음)과 같은 큰 도움을 준다. 이순신에 대한 정론를 말하는 요즘에 한편에서는 아직도 이순신에 대한 자살설과 같은 곡해와 낭설이 횡행하고 있다. 공자는 “자주빛이 붉은 색을 빼앗는 것을 증오한다[惡紫之奪朱也]”고 했다. 현명한 세인들은 간색과 정색을 구분하며 이순신에 대한 진정한 정론을 널리 알리는데 더욱 힘쓰고자 한다.

 글 : 노승석 이순신 연구가(교감완역 난중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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