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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창(窓)
한문학 연구를 35년간 했으며 전문번역가로서 다년간 고전번역을 해왔다. 난중일기의 교감학적 검토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최초로 난중일기를 완역했고,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난중일기 등재시 자문위원을 맡았다. 현재 이순신관련 문헌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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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窓]양보의 미덕으로 큰 일을 이루다절이도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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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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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인과의 긴밀한 협력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데 관건이 된다. 공동의 협력에서 나온 힘은 한 개인이 주도하는 것보다 몇 배의 추진력이 있다. 때문에 공동체 결속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로써 의리를 베풀어야 한다. 그러면 상대가 감동하여 더욱 협조할 것이다. 개인의 이익을 뒤로 한 채 항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상호 결점을 보완하여 노력할 때 최대의 결속력을 발휘하게 된다.

  무술년 봄 이순신이 목포 고하도에서 강진 고금도로 진영을 옮겼다. 이곳에 있는 농장에 백성들을 모아 농사를 짓게 했는데, 여기서 생산되는 식량을 군대에 공급하였다. 군대의 형세가 성대해지자 이순신을 의지해서 생활하는 이들이 매우 많았다. 이해 7월 16일 명나라 수군 제독 진린陳璘이 수군 5천명을 이끌고 고금도에 와서 이순신의 군대와 합세했는데, 진린은 성질이 포학하고 교만하였다.

 이순신은 진린이 바다에 들어 올 때 성대한 술과 음식으로 대접했다. 그런데 그의 부하들이 마을에 들어가 약탈을 일삼았다. 이에 이순신은 민가를 모두 철거시키고, 옷과 이불, 양식만 가지고 배로 내려갔다. 진린이 이유를 묻자, 이순신은 “믿었던 명군이 도리어 침해하여 우리 군사들이 도피하고 있으니, 나도 다른 섬으로 옮겨갑니다.”라고 말하였다. 진린이 매우 부끄러워하며 사과하였다. 그 후 이순신은 범법자에 대한 처벌권을 갖게 되어 명군들도 잘 따라주었다.

  7월 18일 왜선 백 여척이 고흥의 녹도鹿島를 침범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순신이 진린과 함께 금당도로 출동했는데, 왜선 2척이 왔다가 도주하였다. 이순신은 녹도만호 송여종에게 8척을 주어 절이도折爾島에 매복시키고, 진린은 부하에게 30척을 주어 수비시켰다. 24일 송여종이 왜선 6척을 포획하고 왜적의 머리 70급을 베어 왔는데, 명군은 베어온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진린이 자신의 부하를 꾸짖자, 이순신은 “아군의 승첩이 곧 명군의 승첩입니다. 왜군의 머리를 모두 드릴 테니, 대인께서 속히 고하소서. 이를 황조에 고하면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진린이 크게 기뻐하였다.

  송여종이 실망하자, 이순신은 “왜적의 썩은 머리가 어찌 아깝냐.”며 그의 공로도 그대로 보고하였다. 진린은 이순신의 처사와 전략에 크게 감복하고 전쟁할 때마다 매번 지휘권을 양보하였다. 또한 이순신을 중국 천하의 장수감으로 인정하고, 선조에게 글을 올려, “천하를 다스릴 재주經天緯地之才와 세운을 만회한 공로補天浴日之功가 있다.”며 칭송하였다. 앞서 이순신이 진린에게 공로를 양보하여 체면을 세워 준 것이 서로 돈독해진 계기가 되었다. 상대에게 겸양의 미덕을 베풂으로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작전수행에 만전을 기한 것이다.

  7월 24일 송여종의 전공을 주역으로 풀면 본괘는 중택태重澤兌괘이고 변괘는 천택리天澤履괘이다. 체괘와 용괘 모두 태괘로서 체호괘는 이화이고 용호괘는 손목이고 변괘는 건금이다. 체괘와 용괘가 모두 태금이니 서쪽의 물가가 이롭다. 용호괘인 손목의 도움을 받은 체호괘인 이화가 체괘를 극하니 전쟁으로 인해 근심이 생긴다. 체괘가 건금으로 변하니 쇠가 흠이 없어지고 더욱 강해진다. 송여종이 절이도 연안에서 왜선을 포획하고 왜적의 머리를 베어갖고 돌아왔지만, 명군은 전과가 하나도 없어 진린이 화를 내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진린에게 양보로써 감동하게 하여 적극적인 협조를 얻고 마침내 조명연합군이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글: 노승석 이순신연구가(교감완역 난중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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