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 정상, '건너온 다리 불살랐다'는 심정으로 회담에 임해야 -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이제 불과 3일 앞 둔 가운데 북핵(北核) 담판을 위한 세기적(世紀的)인 회담이 본격적으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대로 이번 회담이 마지막일 수도, 후속 회담이 열릴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든 두 정상의 결단이 회담의 성패와 한반도 운명을 가르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자신의 기대와 구상을 내놓았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北美 정상회담과 관련, "우리는 한국전쟁 종전(終戰)에 대한 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北美 양자 종전선언 가능성 까지도 언급했다. 종전(終戰)선언이 이루어진다면 일단 北美 양자 간 합의나 서명으로 보인다.

종전(終戰)선언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북핵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돼온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 할 수 있기 때문에 체제보장의 초보적 조치로 꼽히는 종전(終戰)선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 것은 바람직하다.

이 같은 비핵화(非核化)-종전(終戰)선언 및 북·미관계 정상화는 이른바 '트럼프 모델'의 헤드라인이며 '선(先) 비핵화, 후(後) 체제보장'의 리비아 모델과는 다른 개념으로, 상호 신뢰가 부족한 북·미관계를 고려할 때 현실적인 방안중의 하나라고 보인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北美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남북미(南北美) 정상회담에서 종전(終戰)선언 행사가 진행되기를 기대해 왔다.

전쟁과 한반도 평화통일의 당사자인 한국(韓國)이 배제된 채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종전(終戰)선언에만 매달리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세계 평화 협정으로 가는 로드맵이 명확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불완전한 북-미간 종전선언은 자칫하면 더 큰 부작용을 초래 할 수 있다.

北美 양자 합의 이후, 南北美나 南北美中이 참여하는 종전(終戰)선언은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 또는 이후로 미뤄져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미 회담 뒤 김 위원장을 초청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회담이 잘된다면 (초청이) 잘 받아들여질 것이고, 그가 매우 호의적으로 볼 것"이라고 밝혔다. 초청 장소에 대해선 "아마도 백악관에서 먼저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이번 백악관 초청 발언은 북·미 회담 이후에도 김 위원장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국교 정상화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백악관 초청 등의 당근까지 제시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달인 답게 "회담이 잘 안되면 회담장을 걸어 나올 것"이라며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채찍도 잊지 않았다.

이어 그는 "내가 회담 후에 '최대의 압박'이라는 용어를 다시 사용하게 된다면 협상은 잘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300개가 넘는 엄청난 신규 제재 리스트를 갖고 있다"며 경고했고, 만일 협상이 잘 안 되면 걸어 나갈 준비가 돼 있다는 '채찍성 발언'을 반복해서 강조 했다.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당근성 발언도 쏟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잘되면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초청할 수 있으며 "북미(北美) 관계 정상화는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모든 것이 완료됐을 때"라며 비핵화 완료가 전제조건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마지막 유화 메시지라고 보여진다.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한다면 北美수교를 뜻하는 관계정상화로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종전(終戰)선언을 통해 적대(敵對)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매우 크게 도울 것이라는 걸 나한테 강하게 이야기 해왔다. 中國도 도울 것이다"며 경제적 지원은 '한중일(韓中日)' 몫임을 재차 강조했는데 이와 같은 메시지는 美 정권이 바뀌어도 체제보장은 지속될 것임을 보장해 주겠다는 뜻이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의 최종 결단을 압박하는 유인책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폼페이오 장관도 "정상회담이 성공하면 일본 한국 중국 등 많은 국가가 대북 경제 지원에 참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김정은 정권의 안정적인 체제보장과 북-미 수교, 백악관 방문, 경제 지원 같은 당근책을 제시했으며, 정상회담 결과의 미 의회 인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의제인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北美가 양 정상 합의문에 'CVID'를 명기하는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난관이 될 전망이다.

물론 북한이 'CVID'를 수용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북한의 완고한 태도를 감안할 때 'CVID'의 개념은 충분히 담으면서 이를 적절히 풀어 쓰는 방식으로 절충하는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막판까지 계속되는 점으로 미뤄 북한 비핵화(非核化) 문제는 양 정상(頂上) 간 담판을 통해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강조했듯이 완전한 비핵화는 하나의 과정(process)이지 종착역은 아니다.

북한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 계획했던 핵 프로그램과 핵시설에 대한 정보 및 핵물질인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상황과 장거리미사일 등을 포함한 각종 무기의 재고 사항 등을 '신고'하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검증'및 '사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목표 시점에 대해선 "두 정상이 만나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것 처럼 트럼프-김정은 두 정상간의 대담판에 의해 핵 문제의 실타래가 풀리고, 한반도에 운명의 시간이 열릴 수 있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끝끝내 '한반도 비핵화'만 운운할 뿐 'CVID'에 대한 확언을 거부한 채 구태의연한 '단계적 비핵화론'에 기대어 '비핵화에 최대한 시간을 끌어 핵무기를 숨긴 채 경제건설을 해보겠다'는 낡은 전술적 사고에 여전히 젖어 있다면 이는 스스로를 고립과 자멸로 이끄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포인트가 남아 있다.

현실적 과정을 밟아나가더라도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속도가 늦춰져선 안 되며, 그러려면 미국도 체제보장이란 확신있는 게런티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등에 최단시간 안에 이를 수 있는 로드맵이 도출될 수 있으며, 세계인들이 가장 우려한 '빈손회담'으로 전락하지 않는다.

정상회담에서 북·미 양측에게 마지막 남은 가장 키포인트는 서로의 양보심과 배려하려는 자세다.

북·미 양측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큰 틀에 합의하기 위해서는 비핵화-체제보장의 선후(先後) 과정을 자신들의 입맛에 맛게 너무 고집스럽게 집착하거나 주장해선 안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신뢰와 자발적인 협조다. 따라서 지나치게 자신에게 유리한 포인트만 얻어내기 위해 상대에게 선의를 베풀것을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내줄 것은 주고 얻을 것은 얻으려는 통큰 자세와 선의를 보임으로써 상대의 신뢰를 얻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까지 오는데 휴전후(休戰後) 70여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근 4반세기나 걸렸다.

평화를 바라는 세계인과 남북 분단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한반도는 다시는 이 땅에 핵으로의 공포와 전쟁의 위험지대로 되 돌아가지 않기 위해 건너온 다리를 이미 다 불살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평생 준비해왔다"고 밝혔고, 김정은 위원장도 체제의 생존을 걸고 이번 회담에 나왔다는 점을 서로 간과해선 안된다.

이번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北美두 정상이 세계 평화와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담대하고 통 큰 합의를 이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친서(親書)에서 언급한 대로 정말 "멋진 일들이 일어나길 희망한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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