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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난 후의 감회(感懷)와 단상(斷想)”

노익희의 노익희칼럼

BUK인재교육원 | 노익희 선임기자는 30여년간 신문편집과 취재활동을 해온 베테랑 기자로 정치, 경제, 교육, 사...

“선거가 끝난 후의 감회(感懷)와 단상(斷想)”
  • 노익희
  • 승인 2018.06.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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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게 석패한 어느 구의원 후보를 보고’

금번 613지방선거는 그야말로 야권의 참패이자 여권의 대승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통일을 갈망하는 국민의 심리를 부정적으로 자극시킨 요인이 패착으로 보여 진다. 정전시대에서 평화의 시대로 전환된 때의 흐름을 역행했던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귀착일지 모른다.

어느 선거나 마찬가지겠지만 당사자들은 얼마만큼의 표를 얻느냐에 따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더욱이 당내경선에서조차 벽을 넘지 못한 후보들은 그 아쉬움에 지역을 떠나기도 하고 거취를 정하지 못해 야인이 되기도 한다. 기자는 여러 번의 선거를 통해 인터뷰와 기사를 써 오면서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리던 많은 이들을 보면서 선거가 끝나고 난 뒤의 감회와 단상을 써 왔다. 누구에게는 석패에의 위로가 되고 누구에게는 가벼운 수인사대천명의 감회가 될 것이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수인사 대천명(修人事 待天命)'은 하늘이 인간의 뜻을 수용할 수도, 거부할 수도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은 '하늘의 절대적인 뜻이 일을 이룬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결국 둘 다의 핵심은 하늘을 중요시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우리 고유의 민속신앙에서 모시는 천지신명도 궁극적으로 인간의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았기에 하늘의 뜻에 맡겨 인간의 문제를 풀어 준다고 믿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어떤 일이든지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뒤에 결과를 하늘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저돌적인 힘을 가지고 기초단체의 구의원으로 나온 한 후보는 여권의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나와 아쉬운 표 차이로 석패하고 말았다. 그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와 공약은 기성 정치인의 무엇보다도 참신했다고 평가됐었다. 특히 당내경선이 없는 이유로 타 후보들보다 선거기간도 몇 배가 넘었고 운동하는 시간도 훨씬 길었다.

그는 하루에도 수천 번이나 해낼 수 있다고 다짐하면서 인사를 하고 큰 덩치답지 않은 귀여운 미소로 유권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두 번째 도전이라 천표만 더 얻으면 된다고 호소했지만 결국 그 천표 때문에 다시 꿈을 접었다.

정당한 누군가의 불씨를 당겨주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이를 밀어 주는 일은 그 자체로 작지만 아름다운 힘이라고 믿는다.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전시대를 평화의 시대로 전환시킨 것은 분명히 더 현명해진 국민들과 하늘의 뜻이라고 여겨진다. 그렇지 않고서는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조금 높은 자리에 있다고 갑질을 하거나 압력의 논리에 익숙해진 기성세대들이 구시대적인 발상과 논리로 더 이상 지탱하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나를 위하면서 주민을 위하는 척하고 선거 전에는 고개 숙이다 끝나면 뻣뻣해지는 정치인들, 나만은 청렴하다고 외치다가 온갖 뒷거래와 청탁은 도맡아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지도자가 되기는 어려운 시대가 도래 했다.

호라우티우스의 시 한 구절이 당락의 기로에 섰던 이들에게 위로와 감회를 주기를 바래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티레니아 해의 파도는 맞은 편의 바위를 깍고 있네. 현명하게나. 포도주는 그만 익혀 따르고 짧은 인생, 먼 미래로의 기대는 줄이게. carpe diem, 제 때에 거두어 들이게. 미래에 대한 믿음은 최소화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