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산먼지 유발업체들 밀집된 뇌조리 집단민원 속수무책

▲ 하루에도 많게는 수백대씩 오고 가는 뇌조리. 주민들은 건설폐기물처리업체을 진출입하는 트럭들로 몸살을 앓고 잇다.

[데일리그리드=강성덕 기자] 기업이 편한 도시' 파주시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슬로건이다. 그 탓인지 지난해 10월부터 경기 파주시 조리읍 뇌조리 일대 약 8곳의 기업들로 인한 환경 집단민원이 발생했지만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10여 가구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이곳에는 레미콘 생산업체와 건설폐기물중간처리업(이하 건폐처리업) 등 환경민원을 유발할 수 있는 관련업체 8곳이 집단으로 모여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매일 수 백대의 건설폐기물을 운반하는 25톤 트럭들과 레미콘 운반차량들이 오가면서 비산먼지와 매연, 소음 등으로 주민들이 곤욕을 치르는 곳이다.

파주 뇌조리와 영태리를 잇는 국지도 78호선 지방도는 왕복 2차선으로 대형트럭들이 줄지어 운행 중인 모습은 상당히 위압적이다. 지난 3월 초에는 새벽시간대를 이용해 대길BNR(구 대길환경)에서 파쇄한 순환골재를 운반하기 위한 트럭 100여 대가 북새통을 이루면서 새벽잠을 설친 주민들이 항의 소동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주민들 29명이 서명한 진정서에 따르면 고통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파주시 등에 호소했다. 이후 시 관련부서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이렇다 할 방안을 찾지 못했다. 시와 몇 차례 협의 결과 이들 업체들은 작업차량을 뇌조리가 아닌 반대방향 도로를 이용하기로 했으나 '시간이 돈'인 운송트럭 운전자들에게 이 같은 처방이 지켜질리 없었다.

▲ 비산먼지로 참다 못한 마을이장이 진정서를 만들어 시의 대책을 요구했으나 뾰족한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곳에서 이장을 맡고 있는 이유희(60 남)씨는 기업 사업상 운행을 못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과속·과적 만이라도 지켜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차량들이 줄지어 있으면서 내뿜는 매연과 소음, 운행 중 허술한 덮개로 유실되는 토사 등으로 인해 불만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주민간에 갈등도 심각해 졌다고 한다. 주변에서 오리전문점을 하는 업주가 불만을 표출하자, 마을 주민 중 한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 묻어 버리는 수가 있다"며 험한 말까지 오고 간다는 것.


하루 수백대 트럭 오고가면서 비산먼지 사각지대


식당 업주에 따르면 업체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업체 관계자 일부는 "이 식당에서는 물도 안 먹는다"며 서로간에 기피현상까지 초래되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 간에도 자신들이 재배한 채소류 등 작물에 대한 불신까지 생겼다. 워낙 많은 량의 비산먼지로 인해 채소류 등에 먼지가 흡착 정도가 물로 씻어도 완벽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 이장은 시와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고 트럭들이 빨리 다니지 못하도록 방지턱 설치를 요구, 2곳에 설치했지만 간격이 길어 별 효과가 없다고. 최소 5곳은 되야 차량 속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요청했지만 시측은 아직 이러다할 답변을 내 놓지 않고 있다.

20일 찾아간 뇌조리는 주민들과 업체 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면전에서 험한 말은 자제하지만 불만 수위는 심각했다. 지난해 7월 새로 레미콘업체가 설립허가를 받기 전, 이 곳 주민들과 사전에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지난해 10월에 내 걸은 현수막. 주민들 외에는 관심 없는 듯한 모양새다.


과적·과속만이라도 자제 좀... 우이독경

업체 밀집지역이 뇌조리가 아닌 영태리고 행정구역이 다른 만큼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게 업체측의 얘기라는 전언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레미콘 업체 허가 당시 먼지를 흡수하는 스키드로라를 운용토록 전제조건을 달았다.
주민들은 인근 도로까지 청소를 해 달라는 주문이었지만 시 관계자는 회사 소유 장비로 어떻게 인근 도로까지 청소를 하겠냐고 되물었다.
담당 주무관은 "레미콘 건립 허가에 조건부로 명시를 하긴 했지만 안지켜도 법상 위배되는 건 아니지 않는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초부터 업체 불러다 놓고 비산먼지 대책회의를 했지만 업종 자체가 고질적이고 차량들이 그쪽으로 쏠리다보니 비산먼지가 많이 발생한다. 물청소를 하고 제거작업을 했지만 다음날이면 달라진 게 없다는 주민들 얘기를 들으면 맥이 빠진다고 했다. "주민들이야 체감을 못하겠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는 나홀로식 평가다.

주민들은 시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김준태 파주시장 권한대행에게도 수차례 얘기했지만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다고도 했다.

트럭들이 주로 이용하는 뇌조리 도로는 왕복 2차선으로 보행자 도로조차 없다. 주민들이나 업체들이 간혹 흙이나 쓰레기 등을 수거하지만 근원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 경찰을 통해 과속이나 과적에 대한 단속도 해보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위치다.
비가 오고 나면 사업장에서 유출된 뿌연 침출수가 농로를 타고 하천으로 유입되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띤다고 한다.

30여 명의 주민들을 별달리 의식하지 않는 듯 한 업체측의 배짱(?)에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인한 불안감이 고조되는 뇌조리 주민들은 수십년 살아 온 터전을 점차 잃어 가는 모습이다.   

강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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