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용자층 확대와 폭넓은 제품 라인업 강점 앞세워

[데일리그리드=남정완 기자] 전세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스마트폰 등장 이후로 점차적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매출 규모 면에서 디지털카메라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큰 폭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일부 카메라 제조사들은 생산 공장과 제조 물량을 줄이거나 사업부를 개편하고 있다. 콤팩트 카메라 같이 스마트폰과 겹치는 카테고리 제품의 축소가 이뤄지기도 한다. 보급기 위주에서 중, 고급기 제품 위주로 라인업을 재편하는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들도 속속 취해지고 있다.

캐논, 니콘, 소니 등 주요 카메라 제조사들은 바뀐 시장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캐논은 디지털카메라 분야에서 니콘과 함께 오래 동안 왕좌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캐논은 세계, 국내 15년 연속 렌즈교환식 카메라 1위의 점유율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캐논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하던 여성 유저들을 위한 제품 출시와 사후 지원, 꾸준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전체 구매 고객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로운 사용자층의 유입, 스마트폰 카메라로의 이동과 맞물리며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제 2의 변혁기를 겪고 있다. 카메라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적은 수량을 팔면서 높은 마진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보급기 라인을 접고 고급 기종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부수적으로 제품 출시가도 덩달아 고공 행진을 보인다. 'DSLR 카메라 = 전문가 카메라'라는 등식을 깨고 미러리스 카메라가 일부 연령대에는 더 높은 호응을 얻기도 하고 고가 판매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 DSLR 카메라를 대중화시킨 대표 기종인 캐논 EOS 5D 시리즈의 신작, 4세대를 거듭해 온 EOS 5D Mark IV

국내에서는 캐논과 소니가 매년 시장 점유율을 놓고 순위권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캐논은 보급기, 중급기, 고급기 등 전체 라인업을 아우르는 제품 전략으로 다양한 사용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EOS 5D 시리즈, EOS 100D, EOS M 시리즈 등 다양한 제품을 국내에 전개해 왔다. 시장조사 기관 발표에 따르면 국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2017년 판매 금액 기준 53.6%, 판매 수량 기준 48.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5년 연속 1위의 자리를 지켜 오고 있다.

소니 측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A7III 출시 다음달인 지난 5월 한 달을 기준으로, 국내 풀프레임 시장에서 40% 이상 점유율을 보이며 금액과 수량 기준 모두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분기 위주로 발표하는 실적 자료를 특정 월과 특정 제품 군에 한정한 것은 경쟁사와의 관계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제 DSLR, 미러리스 같은 기준으로 카메라를 나누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경우에는 바디와 별도로 렌즈를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데 300만원대를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가뜩이나 스마트폰과 영역이 겹치면서 디지털카메라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지나치게 높은 카메라 출시가는 유저들의 선택으로부터 외면 받는 현상을 불러온다. 양극화를 더욱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다. 

눈여겨볼 것은 ‘풀프레임(35mm 판형) 센서’를 지나치게 선호하는 국내 디지털 카메라 사용자의 쏠림 현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쪽으로 치우친 카메라 편중화 현상과 비싸고 좋은 카메라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가 맞물리면서 카메라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에 되려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약진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뚜렷한 흐름 중 하나이다. 풀프레임 센서, 중형 센서 등 대형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의 출현은 큰 부피와 무게의 제약에서 사진가들의 촬영 자유도를 높여주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가격 책정과 필요 이상의 스펙 경쟁으로 인한 희생양 역시 소비자들이 되기 쉽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등장이 반드시 디지털카메라 업계에 위협의 대상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진에 대한 경험을 통해 더 좋은 사진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사용자 요구와 수준에 맞는 다양한 카메라를 내 놓음으로써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동시에 사진 찍는 본연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디지털카메라 업계의 과제”라고 말했다.

 

남정완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