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치열한 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전략과 그를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이 동시에 요구된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전략의 큰 흐름을 살펴보면, 90년대 중반부터 가치경영이 확산되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품질경영과 고객중심 경영이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화를 비롯, M&A와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들은 이러한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차별적 역량 확보를 위해 앞 다투어 혁신활동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과거 국내기업들의 혁신추진 과정을 돌아볼 때 한 가지 지적되어야 할 점은 바로 기술이나 제품, 프로세스 등과 같은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과거부터 대다수 기업들이 공정, 제품 등 기술혁신이나 또는 PI 및 6시그마 등 선진 프로세스 혁신활동을 그 핵심내용으로 진행해 왔다.

 

기술/프로세스 혁신엔 한계

실제로 이러한 변화관리 및 혁신을 통해 기업들은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 상황은 새로운 접근을 필요로 하고 있다. 즉, 기존 운영중심의 혁신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나아가 혁신활동이 체질화되지 않아 ‘일회성 혁신’ 또는 ‘전시성 혁신’으로 그쳐 정체 및 요요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오늘날 많은 학자들과 CEO들은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전략실행 능력을 꼽는다. 전략실행과 관련하여 잭 웰치는,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전략 보고서에 매달리지 말고 신속히 방향을 설정하고 필사적으로 실행하라는 말로서 그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분명 오늘날 기업에게는 “Knowing”보다 “Doing”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이처럼 조직차원의 실행력을 갖추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기반은 다름 아닌 ‘사람’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어떤 회사는 탁월한 전략도 있고 인적 자원도 훌륭하고 기술도 뒤떨어지지 않는데 실행에 실패하는 반면, 다른 회사는 그보다 못한 조건에서도 실행을 통해 성공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처럼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조직문화 측면에서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역량이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바로 조직문화와 사람의 변화’에 대한 문제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한 조직문화에 대한 혁신은 실체가 모호하고 효과가 정성적이라는 이유로 늘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왔다.

 

‘조직문화/사람’ 변화 뒤따라야

그래서 다수의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혁신과 실행을 체질화할 수 있는 사람의 변화에 실패한 것이다. 이러한 실행의 문제와 조직문화 이슈는 다양한 연구결과를 볼 때 더욱 확연해진다. 실제로 최근 와튼스쿨(Wharton School)과 가트너(Gartner), A.T.커니에서 각각 실시한 분석 및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전략실행의 가장 큰 장벽은 다름 아닌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마인드, 조직구조 등으로서 조직문화와 사람의 변화와 관련된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세계경영연구원이 국내 기업의 CEO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현재 전사차원에서 변화를 위한 혁신이 필요한 분야로서 단연 조직문화(40%)가 1위를 차지한 사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자들이 소녀와 같이 유행에 민감하여 다른 회사들이 혁신을 추진하면 이를 자기회사에 적용하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경영자들이 깨달아야 할 사실은 사람이 바뀌지 않고서는 기존의 낡은 방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정기간 경영자에 의해 혁신의 시동이 걸릴 수는 있지만 구성원들의 실행력을 기반으로 형성된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그를 지속하거나 궁극적으로 목표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행동변화로 의식변화 유도

여기서 조직문화란 개인차원의 의식과 신념 및 가치체계가 조직차원에서 결집되어 공통적인 특징을 보이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의 변화는 실제로 사람의 변화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즉, 문화는 조직 내 구성원들로 하여금 근본적이면서도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바로 문화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문화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다양한 견해와 담론들이 존재하지만, 의식이나 신념은 그리 쉽게 변화화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국내 모기업는 공유가치 체계를 바꾸고, 열심히 사내에 공표도 해보았지만 헛수고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 회사가 문화라고 믿는 그 기업의 가치체계는 구성원들의 행동과 업무와는 별개로 그저 사무실 벽면을 채우는 장식물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문화를 바꾸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개인들에게 변하도록 호소해도 결국 바뀌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태도 및 방식을 바꾸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화를 바꾸려면 행동의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 행동의 변화에 집중할 때 비로소 원하는 변화를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 역설적이게도 - 행동의 변화를 통하여 사람의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 즉, 행동의 변화는 쉽고 그 변화된 행동을 계속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의식과 신념의 변화를 유도해갈 수 있다. 조직구성원인 사람들의 행동의 변화를 계속해서 반복, 강화함으로써 조직은 문화의 변화에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이때 행동변화의 결과를 반복/강화하는 것은 ‘성과결과’에 의해 가능하다.

기고: 심태호 AT커니코리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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