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압도적인 한 판승을 거두었다.

 

어찌보면 민주당의 선거 승리는 예고 됐다.

 

멀리는 최순실 사태부터 가깝게는 이번 6·13 지방선거기간에서 보수임을 자임하는 자유 한국당과 대체세력 보수를 주장한 바른미래당은 뼈속 같이 민심의 쓴 맛을 받았다

 

대표적인 예로 앞서 지방선거 기간중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선거운동은 희한한 행태를 보였다.

 

당시 홍준표 대표가 전국 순회 유세에 나섰지만, 정작 후보들은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후보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홍 대표가 다녀가면 도움은 커녕 표가 떨어진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후보들이 존재감도 인기도 없는 당 대표를 대놓고 ‘패싱’시킨 것은 한국당이 지리멸렬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6년 총선(여소야대)과 2017년 대선(정권교체)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민주당이 승리함으로써 이런 분위기라면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도 한국당 등 야당에게는 애당초 기대할 수 없다.

 

급기야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한국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준비에 나섰으나 위원장 추대에서부터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번 선거패배의 최고 책임자였던 김성태 권한대행에 대한 사퇴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김 권한 대행은비상대책위를 꾸리기 위한 비상대책위 준비위원회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의 위인설관(爲人設官) 기구를 발족해 원내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칭 비대준(비상대책 준비위원회)란 기구는 애초부터 '코마'상태에 빠진 한국당을 執刀할 능력과 명분이 없어 보인다.

 

당 안팎에선 비대준을 차라리 ‘김성태 자리 지킴이 위원회’란 명칭으로 바꾸는게 솔직해 보인다는 비판이 더 높다

 

비대준이 구성된 후 그동안 한일이라고는 당사자와는 전혀 무관하게 아무 이름이나 흘리고 반발이 있으면, 아니면 말고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무책임한 행태에 감정은 최고조로 달해 있다

 

실례로 이들이 쓸쩍 이름을 던진 후보들 중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파면을 선고한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도올 김용옥 등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마자 손사례를 치며 강한 否認과 함께 불쾌한 반응을 표출 했다.

 

하지만 비대준은 3류 코미디 보다 못한 행태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사과도 없다.

 

비대위원장 후보를 놓고 비아냥이 나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문제는 한국당이 아직도 자신이 가야 할 길도 찾지 못하고 헤매는 동안 그동안 지지했던 보수층은 점점 더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당은 부끄러운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도 지도부는 물론 당내 소속 의원들은 마치 뜨거운물속에 빠져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개구리처럼 아무런 감각도 반응도 보이질 않고 있다는데 심각함이 더한다.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지 오래인데 자신들은 잠시 잠을 자고 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니 아짃도 정신을 못차려도 한참 못차리고 있다.

 

과거 안보와 자유의 지킴이 였던 한국당은 이제는 그 마저도 대변할 프레임조차 없이 스스로 붕괴됐고, 보수의 전유물이었던 ‘경제’에서도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보수에 매력을 잃은 중도층의 절반 이상은 이미 한국당을 외면했고, 보수 였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진 집토끼들은 짐을 싸서 집을 떠났다.

 

지지층들이 보기에도 한국당은 도무지 어떠한 매력이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은 반성하고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인데 지금 당이 붕괴된 상태에서도 눈만 뜨면 계파싸움이나 벌이며 기득권 차지하기 위한 분열적 행동이 아니다.

 

한국당은 지금이라도 재기하려면 국민의 마음 특히 지지층의 마음을 얻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선거결과를 보더라도 한국당의 붕괴였지 보수가 붕괴된 것이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방송 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진보 29.2% 對 보수 24.9% 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고 그중 중도 39.8% 가 가장 많았다.

 

지난 대선 때와 비교해 보면 진보가 1.2%포인트 증가, 보수 2.2%p 하락, 중도 1.5%p 증가 하는 등 유권자의 지지성향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보수층의 규모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민주당이 압승했다는 것은 개혁하지 않는 한국당 같은 반성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 수구적 행태가 싫어서 지금의 여당을 지지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방선거 직후 6월 16~17일 이틀간 ‘케이스탯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총선에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한 정당을 계속 지지하겠는가'란 질문에 '다른 정당으로 지지를 바꿀 수 있다'가 58%인 반면, '계속 지지하겠다'는 36%에 그쳤다.

 

이런 조사 결과에서 보여주듯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또한 자신의 힘으로 승리 한 것이 아니라 한국당 등 보수 정당의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표현 할 수 있다.

 

한국당도 한 때는 선거의 여왕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 대표로 있는 동안 각종 선거에서 現 여당을 꺽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압승과 200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2008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보수 우위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친박 비박간 싸움질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완패, 2017년 대선패배2018년 지방선거 참패란 쓰라린 경험을 겪고 있다.

 

정치 전문가 등 일각에선 쪼개져 있는 보수 정당들이 총선 전 하나(빅텐트)로 모여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하고 있다.

 

얼핏 보면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절차와 과정 순서가 보이질 않는 과거 그대로의 해법들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 한국당의 최대의 적은 조급함과 분열보다 책임지는 사람 없고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 놓으려는 기본자세가 전혀 돼 있지 않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만기친람(萬機親覽)식 정치공학적 해법 같은 보기에는 좋은 떡이라도 먹지도 못하고 사상누각(砂上樓閣)처럼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란 말이 있다. 단기간에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려고 하지 말고 길게 호흡하면서 반성하고, 혁신하고, 책임지는 자유민주주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반성 없는 한국당과는 별개로 자유민주주의의 보루(堡壘)인 보수당의 몰락은 국가적 불행이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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