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만드는 고려 역사·문화 학술제 열려

 

 # 2018년 올해는 고려가 건국된 지 1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역사도시 강화에 자리 잡고 있는 강화여자고등학교에서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해 특별하고 의미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이를 소개한다.

 

 고려 왕조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진취적이고 개방적이며, 다양한 사상이 공존한 다원사회로서 새로운 통합을 지향해야 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민족의 진정한 통일을 이룩한 고려 왕조는 또 다시 통일이 역사적 과제로 떠오른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이에 강화여자고등학교에서는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이하여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고려 역사·문화 학술제를 기획하고 이와 관련해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

 왜, 강화여고에서 고려건국 1100주년 기념 학술제를 기획하게 되었나?

강화는 선사시대부터 개항기까지 다양한 시대에 걸쳐 풍부한 역사적 자원이 있는 역사도시이다. 고려 시대 유적이 북한 개성 일대에 집중되어 있어 고려 역사에 대한 이해가 그리 높지 않은 실정인데, 강화는 39년간 고려의 공식 수도였기에 남한의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고려 시대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강화에 도읍하던 시기에 고려는 팔만대장경의 조성,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 우수한 고려청자의 생산 등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적 저력을 보여주었기에 역사상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평소 지역 사회의 교육 자원을 활용한 특화된 교육과정 운영을 추구해왔던 강화여자고등학교는 강화가 품은 고려 역사의 가치를 재조명함으로써 그 위상을 높이고, 고려 역사와 문화가 남긴 유산을 통해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하여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

 어떻게, 고려건국 1100주년 기념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나?

학생이 주도하는 고려건국 1100주년 기념 교육프로그램은 강화여자고등학교가 운영하는 특색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으로서 교과교육과정 및 동아리 활동과 상호 긴밀하게 연계되어 진행 중이다. 크게 4가지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거대한 도성과 왕릉이 존재하는 강도(江都), 그 현장을 찾아 걷기’의 주제로 진행되는 고려 유적 땅 밟기 프로그램이다. 고려의 공식 수도로서의 강화도의 도시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5월 10일 1학년은 고려 궁지와 성곽길을 걷고, 2학년은 고려 왕릉과 불교 문화재를 탐방하며 걷는다. 이때 학급별 2~3명의 학생들이 사전에 교육을 받아 또래문화해설사로서 학급의 친구들을 인솔하며 유적지와 문화재에 대한 해설을 한다.

둘째, ‘강화도읍기의 고려 문화 바로알기 도전 골든벨 행사’를 통해 강도 시기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프로그램이다. 강화여고의 역사 교사들이 개발한 자료집을 전교생에게 배부하여 5월부터 독서 시간 및 학급 시간을 활용하여 강화도읍기의 고려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고 전교생이 6월에 실시되는 골든벨 예선전에 응시한다. 예선에서 선발된 우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본선은 7월 19일 학술제에서 열릴 예정이다.

셋째, ‘고려의 문화’와 ‘강화의 과거와 현재’를 주제로 동아리별로 다양한 탐구 활동 후 결과물을 7월 19일 학술제에서 발표 및 전시하는 프로그램이다. 강화도읍기의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본을 쓰고 극으로 연출하는 연극 동아리에서부터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장경판전의 과학적 원리를 연구하는 과학 동아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탐구활동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학생들이 재현하는 고려 문화가 어떤 모습일지 매우 기대가 크다.

넷째, ‘전문가와 학생이 함께하는 학술회의 및 역사토크’로 전문가와 학생 패널들이 대화를 주고 받으며 고려 역사를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프로그램이다. <고려사의 재발견>의 저자 박종기 박사와 함께 왜 우리가 고려사에 주목해야 하는지 토론하고, 강화역사문화재 전문가인 김형우 박사와 함께 ‘기록문화의 보고(寶庫), 강화’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고려건국 1100주년 기념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무엇을 기대하나?

“강화에서 배우고, 세계에서 펼치자!”, 이것이 강화여자고등학교의 슬로건이다.

금속활자를 세계 최초로 발명하여 책을 찍어 낸 곳, 동아시아 불교를 집대성하고 목판인쇄술의 극치를 보여준 팔만대장경을 판각한 곳, 오묘한 빛이 흐르는 청자를 만들어낸 곳, 강화는 세계적인 문명을 만들어 낸 곳이었다. 무엇보다 세계제국을 건설한 몽골제국의 거침없는 진격 앞에서 강화천도를 통해 오랜 항쟁을 해냄으로써 국가를 보존시키고 조선-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한민족의 명맥을 잇게 한 것은 고려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며 강화가 갖는 가장 큰 의미이다. 한 학기 동안 강화여고 학생들은 고려 역사와 문화를 흠뻑 탐구함으로써 고려가 남긴 유산을 삶의 바탕으로 삼고 진취적인 역사의식을 가지게 되는 계기를 얻게 될 것이다. 특히 과거의 강화가 세계를 앞서갔던 역사적 경험은 강화여고 학생들이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인재로 성장하는 데 가장 좋은 자산이 될 것이다. 역사의식은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 근본적으로 갖춰야 할 힘이요, 역량이다.

‘고려 유적 땅 밟기’를 하며 올랐던 남산 정상에서 강화여고 학생들은 너무나 가깝고 선명하게 보이는 북녘 땅을 바라보며 대한민국의 어떤 청소년들보다도 가장 통일을 바라는 듯 했다. 고려건국 1100주년의 의미를 몸으로 체험하고, 활발하게 역사적 사고를 하는 동안 고려 민족 재통일의 의미를 가슴 깊이 느끼고 있는 그들이기에.

 

고려 유적 땅 밟기 – 강화산성

고려 유적 땅 밟기 - 선원사지

고려 유적 땅 밟기 – 고려 왕릉

 

민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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