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DB그룹(옛 동부그룹) 김준기 전 회장 계열사 부당지원 제재

▲ 사진 = 왼쪽부터 DB그룹 김준기 전회장과 김준기 부사장

[데일리그리드=이덕기 기자] DB손해보험(이하 DB손보) 김남호 부사장은 지난해 1월 상무로 승진 후 1년 만에 DB손보 금융연구소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였다. 그 배경에는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장남이기에 고속 승진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김남호 부사장의 승진에 대해 재계에서는 타 대기업과 비교해도 상당히 빠른 편이라 말을 하고 있다. 그의 보직은 아직 경영 현안과는 무관한 자리로 알려져 있고, 그 또한 아직 경영 현안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또 자신의 경영 능력을 지난 3년간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 적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그의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이 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물러난 현 상황에서 그의 존재감은 아직 뚜렷하게 돋보이지 않다.

현재 김 부사장이 있는 DB손보는 DB그룹 계열사 가운데 대표 회사이다. 김 부사장의 고속승진과 이곳으로 옮긴 배경에는 차기 경영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그에게 경력관리와 경영수업 능력을 위한 목적이며, 현재의 DB그룹 지배력 구조내용을 봤을 때, 김 부사장은 지금은 경영 수업 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 부사장은 DB Inc. 지분 18.21%, DB손해보험 지분 9.01%를 보유한 두 회사의 최대 주주다. 김 전 회장은 DB Inc. 지분 12.11%, DB손해보험 지분 5.94%를 각각 소유해 2대주주다.

DB손보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총자산 48조원 규모인 국내 손해보험업계 3위로 DB생명, DB캐피탈 등 다른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DB손보는 DB금융투자 지분 25.08%와 DB생명보험(99.83%), DB캐피탈(87.11%), DB자동차보험손해사정(100%) 등 주요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DB그룹 지분구조상 DB Inc.와 DB손해보험이 각각 제조업 계열사와 금융계열사의 정점에 있는 회사라고 볼 때 김 부사장은 사실상 ‘DB그룹의 오너’인 셈이다. 향후 김 부사장이 언제 일선으로 나와 경영을 맡길지는 아직 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현재 김 부사장이 경영 전반에 걸쳐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일부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이미 그룹 핵심계열사 최대주주인 김 부사장이 부사장 자리에 오른 것을 두고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와 일선에서의 경영 참여가 시작된 것으로 보는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서 DB그룹 관계자는 "타 기업의 오너 자제들에 비해 결코 고속 승진은 아니며, 승진 이유와 업무 성과를 공개할 이유가 없다"며 일축했다. 한편 일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김 부사장이 갓 승진한 지금 아직까지는 경영 일선에서 부각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DB그룹이 재무건전성 악화로 여러 계열사 매각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의 시련을 겪은 바 있고, 이 같은 상황에서 김 부사장이 DB금융연구소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중장기 발전 전략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점이 그룹 경영의 있어서 오너리스크 대한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DB그룹(옛 동부그룹)이 부당한 방법으로 당시 동부그룹(김준기 전 회장) 계열사로 있던 농업사업 담당한 ‘팜한농과 동화청과’가 자금난으로 퇴출 위기에 몰리자 낮은 금리로 수백억원의 자금을 부당지원한 사실이 있다고 밝히고, 이에 시정명령과 각각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히면서, DB그룹이 다시 한 번 오너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DB그룹은 지난해 동부그룹에서 DB그룹으로 대대적으로 사명을 바꾸고, 김 전 회장이 48년 만에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이근영 회장(전 금융감독원장) 체재로 운용되고 있다.

DB그룹은 현재 금융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고 있으며, DB손보, DB생명, DB금융투자, DB자산운용, DB저축은행, DB캐피탈 등 금융계열사와 DB라이텍, DB Inc 등 전자·IT(정보기술) 계열사, DB하이텍, DB메탈 등 소재 부문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DB그룹 영업수익은 17조원을 넘겼고, 당기순이익은 5300억 원대를 기록했다.

 

이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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