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2일부터 14일 소월아트홀에서

피가로 역에 뮤지컬 <레베카>, <팬텀> 등에 출연했던 뮤지컬 배우 겸 바리톤 정동효, 수잔나 역에 <마술피리> 파미나역의 소프라노 김주혜 등 실력파 오페라가수 출연

년 동일 컨셉 초연시 문턱높은 오페라를 전통마당극 형식으로 조선시대로 재해석해 반향일으킨 정선영의 연출 대표작, 조선시대 민화를 연상시키는 무대와 해학적 자막, 판소리의 아니리를 연상시키는 ‘사이 자막’이 무대 이끌어 오는 10월 12일(금)부터 14일(일)까지 소월아트홀에서 무대화

[데일리그리드=장영신 기자] ‘시공초월 소통공감’을 모토로 고전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맛깔스럽게 재해석하는 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감자다(연출 및 대표 : 정선영)’가 오는 10월 12일(금) 오후 7시 30분, 13일(토)-14일(일) 오후 4시 소월아트홀에서 현대 우리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올린다.

서울문화재단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선정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지난 7월 소설로 즐기는 오페라하이라이트 <음악으로 읽는 세계문학 - 카르멘>에 이어 소월아트홀과 두 번째로 무대 작업을 함께 하는 작품이다.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으로 평가받는 보마르셰 원작!

모차르트가 살던 18세기에도, 조선시대에도, 지금의 한국에도 만연한 갑을 횡포,

시간적, 공간적 배경 뛰어 넘는 연출로 우리 시대 조명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알마비바 백작이 집안일을 하는 하녀 수잔나를 호시탐탐 넘보면서 시작한다. 문제는 수잔나가 백작의 하인 피가로와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라는 것. 또한 이 작품의 전편인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피가로의 기지로 결혼에 이른 것을 감안할 때 알마비바 백작의 이런 의도는 우리의 공분을 살만하다.

이렇듯 알마비바 백작이 수잔나를 탐할 수 있었던 것은 평민이 결혼할 때 중세 영주가 신랑보다 먼저 신부와 첫날밤을 치룰 수 있었던 악명 높은 ‘초야권’이 실제 중세 시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권리? 하지만 원작의 초연 후 3세기나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자본가들의 갑질’,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등 갑을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음에 정선영 연출은 분노한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약자인 수잔나와 피가로, 백작부인은 연대하여 수잔나와 백작부인이 서로 옷을 바꿔입고 백작부인 옷을 입은 수잔나가 피가로와 밀회를 나누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백작에게 들키도록 짠다. 자신의 부정은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부인의 외도에만 격노한 백작이 역지사지로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나 깨닫해 해준다. 백작은 무릎을 꿇으며 진심어린 참회로 ‘용서해주오, 부인’을 노래하며 상처받은 우리 모두를 위해 위로와 희망을 던진다. 이에 백작부인은 ‘모두가 행복하길 바래요’라며 어리석었던 백작조차 용서하고 포용한다.

경건하게 용서 의식을 치루고 관객을 향해 약자들이 연대해 노래를 부른다. ‘바보같고 고통스러웠던 날들, 오직 사랑만이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연인들이여, 친구들이여, 잔치를 벌이자. 폭죽을 울려라. 모두 함께 달려나가자!(Corriam tutti!)’

모차르트가 이 작품에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그렸지만 그 저변에 그보다 깊은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음에 정선영 연출가는 주목했다. 이러한 세상에 대한 답답함, 진정한 개혁의 몸짓의 의미를 담아 작품 마지막에 모든 출연진들이 극장 밖으로 달려나가게 연출했다. 또한 실제로도 공연에 앞서 이러한 작품의 메시지를 우리 사회속에 알리고자 단원들 모두 실제 극장 밖으로 나가 ‘잘못된 관습의 시대로부터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은 야외 퍼포먼스 '오페라, 세상 밖으로!'를 지난 9월 17일 성동구 지역 주민들에게 극장 인근 왕십리 역에서 벌이기도 했다.

어렵게 느껴지는 오페라 대극장 공연을 소극장화하며 관객과 밀도 높은 공감과 소통 기대!

이번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정선영 연출가가 2010년 예술의전당 대학오페라축제 개막작 으로 올린 작품을 소극장화하여 올리는 작품이다. 오페라 대중화를 목표로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오페라를 대극장이 아닌 소극장에서 공연함으로써 무대와 관객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좁혀 출연자와 관객이 서로 밀도 높은 공감과 소통을 할 수 있고, 단체 입장에서는 저렴한 예산으로 지역에 보급도 할 수 있고, 관객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오페라를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정선영 연출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2010년 초연시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조선시대로 시대를 가져가 전통 마당극 형식으로 연출해 당시 오페라계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시기 유럽의 신분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 원작자 보마르셰의 의도를 조선시대 봉건주의로 배경을 옮겨 전통적 풍자극인 마당극 형태로 재현하여 작품의 주제인 신분제도의 폐해에 대한 비판과 풍자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이는 마당극의 기본 정신인 ‘누구에게나 열린 극장’이라는 개념이 오페라 원작의 제한된 문화적 배경을 오늘, 이곳에 사는 우리 모두의 것으로 더 가깝게 공유됨을 의미한다.

또한 실제 나무와 직접 손으로 그린 민화 같은 무대장치가 아늑하고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작품 전체의 이야기를 새롭게 설정하고 이끌어가는 '아니리(창을 하는 중간중간에 가락을 부이지 않고 이야기하듯 엮어나가는 사설)' 역할의 자막은 옛 한국화의 우측 상단에 쓰여진 시어와 함께 무대 그림의 일부로 배치되어 배우의 움직임과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처럼 소박하면서도 실용적인 무대 연출 요소들은 유랑극단의 공연을 연상시키며 무대와 관객의 심리적 거리를 좁힌다. 한국 전통극음악인 판소리의 아니리를 연상시키는 ‘사이 자막’이 극의 배경과 주제를 제시하고 강화해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이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이다.

공연 시간은 소극장으로 다시 다듬어지면서 기존 오페라 작품에서 레치타티보(서창 부분)의 일부와 반복되는 부분을 전체 분량의 균형에 맞게 조정되어 3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로 조금 줄었다. 음악은 소극장오페라에 잘 어우러지는 5개 파트의 현악과 피아노로 재편성했고 성악가들의 노래는 모차르트와 다 폰테가 만든 원작 그대로 이태리 원어로 불려진다.

출연진도 원작의 깊이를 더 잘 느끼게 해줄 수 있도록 밀도 높은 연기와 노래, 실내악 앙상블의 하모니를 잘 이뤄 작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실력파 오페라가수들로 구성했다.

‘피가로’ 역을 맡은 바리톤 정동효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비냐스 국제성악콩쿠르와 중앙음악콩쿠르 등 다수의 콩쿠르에 입상하고 뮤지컬 <레베카>, <팬텀>, 오페라 <쉰 살의 남자>,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였다. 예술의전당 기획오페라 <마술피리>에서 ‘파미나’역으로 출연하였던 소프라노 김주혜가 ‘수잔나’ 역을 맡아 열연한다.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음대를 졸업 후 국립오페라단, 광주오페라단, 성남문화재단, 서울시오페라단의 다수 오페라에 출연한 바리톤 김경천이 ‘백작’ 역을,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최고점으로 졸업하고 2017년 예술의전당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역을 맡았던 소프라노 여지영은 ‘백작부인’ 역을 맡았다. 독일 쾰른 음대 성악과 석사 및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하고 독일 브라운슈바익 국립극장 솔리스트로서 활동 한 베이스 이대범이 ‘바르톨로’역을 맡아 작품에 다채로운 색채를 더한다. 이 외에도 ‘마르첼리나’ 메조소프라노 박지나, ‘바질리오’ 테너 도지훈, ‘안토니오’ 베이스 강필구, ‘바르바리나’ 김상은과 김은총이 출연한다.

지휘는 구모영이 맡았고, 아마빌레콰르텟과 함께 피아노는 김민정, 김지은이 기악 반주로 맡았다.

연출을 맡은 예술은감자다 정선영 대표는 “벽에 걸려 있어 늘 바라보던 그림 속에서 어느 날 문득 나의 직면한 현실이 비추어 보인다면 어떨까? 익숙한 고전을 통해 오늘 우리의 숨겨진 몸부림이 위안받게 되기를 바란다.”며 “오페라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이기적이고 부당한 모욕에 경종에 울릴 것이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공연 예매는 인터파크 및 성동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하면 되며 소월아트홀에서 전석 3만원이다.

장영신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