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Watch] 어떻게 살아있는 동물의 뇌를 관찰할까?
인간의 뇌는 생각과 행동을 관장하는 중요한 기관임에도, 과학자들 사이에서 연구된 부분보다 앞으로 밝혀나가야할 과제가 더 많은 미지의 연구 분야로 꼽힌다.
우리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뇌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뇌의 여러 활동이 각종 뇌질환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밝혀진 바는 아직 그리 많지 않다. 뇌 과학자들은 살아있는 동물의 뇌를 관찰해, 세포 수준에서의 뇌 활동을 규명하고자 한다. 연구자는 어떻게 살아있는 동물의 뇌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동물, 특히 포유류의 뇌는 두개골로 덮여있어 직접 관찰하려면 외과 수술로 뇌를 덮고 있는 피부와 뼈를 제거해야 한다. 수술로 만든 작은 구멍을 유지하고, 뇌를 보호하기 위해 두개골 대용물을 사용하는데, 이를 두개골 윈도라 한다. 두개골을 삭각해서 제거한 뒤 해당 부위를 투명한 막으로 덮어, 두개골 내부의 뇌를 볼 수 있도록 만든 창(window)인 셈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김성기 단장과 서민아 연구위원, 허채정 연구원은 유연한 PDMS(Polydimethylsiloxane, 폴리디메틸실록산) 소재를 두개골 창에 접목했다. PDMS는 투명하고, 유연하며, 잘 휘어지는 특성으로 생체친화적인 소재다. 때문에 장기간 뇌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선명하게 뇌를 이미징할 수 있다.
연구진은 PDMS로 만든 두개골 창을 소프트 두개골 윈도(이하 ‘소프트 윈도’)라 명명했다. 소프트 윈도를 통해 주사바늘을 찔러넣어 약물을 직접 주입하거나, 전극을 원하는 위치에 꽂아 신경 전기 신호를 측정할 수 있으며, 피펫이나 전극을 동시에 여러 개를 꽂거나 여러 번 삽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프트 두개골 윈도는 장기간 동물에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고도 안정적인 상태의 뇌에서 다양한 실험을 수행할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소프트 두개골 윈도는 현재 국내 특허로 등록됐고, 미국 특허도 출원 중이다. 이 연구는 광유전학 분야와 함께 뇌 기능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가능케 하고, 퇴행성 뇌질환과 난치성 뇌질환을 이해하는데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