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신상진 성남시장의 "대상포진 백신 지원정책"... 선택권 보장의 허상과 행정의 안일함

- 시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이라면, 절차보다 접근성을 먼저 고민해야

2025-10-20     김민수 기자
▲ 성남시청 전경.

성남시(시장 신상진)가 최근 수정 발표한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 정책은 겉으로는 ‘시민의 백신 선택권 보장’이라는 긍정적 변화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행정의 편의가 시민의 편의보다 앞서 있는, 전형적인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선택권 보장”이라 했지만... 증빙을 요구하는 모순

시의 보완된 정책에 따르면 성남시민(65세 이상)은 생백신과 사백신(유전자재조합 백신)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접종 대상자가 사백신을 선택하려면 의사 소견서나 진단서 등 접종 대상자가 사백신 권고 대상임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만 지원 대상이 된다.

즉, 형식적으로는 선택권을 보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그 ‘선택’이 인정되는 셈이다.

이는 명백히 정책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조치다. 예방접종의 목적은 특정 계층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 가능성을 줄여 전체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행정 효율성을 이유로 시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제한하고 있다. 결국 “선택권 보장”은 문구상의 장식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언론의 수차례 지적과 해법 제시에도... 여전히 ‘행정 편의 중심’의 접근

성남시 등은 사백신이 고가이며 접종 권고 대상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증빙 중심 행정’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다수의 지자체가 같은 예산 범위 내에서 차액 정산 지원제를 시행하며 시민의 자율 선택을 보장하고 있다.

앞선 기사에서 언급한 서울시 노원구 사례처럼 시민이 생백신과 사백신 중 원하는 백신을 접종하고, 생백신 지원액에 해당하는 금액만 보전해 주는 방식은 행정적 부담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에도 성남시가 여전히 복잡한 증빙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행정 효율성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아래 65세 이상 고령층 시민들의 불편을 감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행정 방식은 ‘공공서비스’보다는 ‘내부 행정관리’를 중심에 둔 관료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 행정의 본질은 ‘시민 편의’에 있는것 아닌가?

공공정책의 평가는 문서나 숫자가 아니라 시민이 체감하는 결과로 이루어진다. 성남시가 ‘예산 절감’과 ‘행정 효율성’을 앞세운 결과, 정책의 실질적 접근성이 낮아지고 시민들이 복잡한 행정절차에 발이 묶여 있다면, 그 정책은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특히, 대상포진 백신과 같은 보건정책은 ‘예방의 시의성’이 핵심이다. 지원 대상자가 권고 증빙 서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불편을 느껴 접종 시기를 놓치거나 포기한다면, 성남시의 예방접종 사업의 본질적 목적은 무의미해진다.

또한, 시 행정이 절차의 정당성에만 몰두할 때, 정책은 시민의 일상과 동떨어진 ‘서류상 제도’로 전락하게 되는것이다.

■ 보여주기식 행정에서 시민 중심 행정으로

이번 논란은 성남시의 행정이 여전히 “보여주기식 개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언론과 시민이 꾸준히 제기해 온 비판을 수용해 제도를 고친 것은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그 내용이 시민 중심이 아니라 행정 논리 중심이라면 근본적인 변화를 이뤘다고 할 수 없다.

성남시는 그리고 신상진 시장은 이제라도 스스로 물어야 한다.

“정책의 기준을 예산과 행정 효율성에 둘 것인가, 아니면 시민의 건강과 편의에 둘 것인가?”

행정의 존재와 그 필요는 시민의 편익을 높이는 데 우선 한다.

성남시가 진정으로 시민의 건강권을 존중한다면, 더 이상 ‘조건부 선택권’이라는 모순된 방식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형식적 보완이 아니라 시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행정이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