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함

   현대사회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공명정대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요즘은 대부분 개인의 이익추구가 삶의 수단이 되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인사에 저해가 되는 과욕과 허욕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공자는 “이득을 보면 의로운 것인지를 생각하라[見利思義].”고 하였다(《논어》〈헌문〉). 자신부터 부당한 욕심을 낸다면 주변에서 원성을 사게 되어 결코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순신은 항상 일상에서 자신만의 엄격한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공명정대하게 생활한 나머지 오히려 주변인들로부터 시기와 모함을 자주 받기까지 하였다. 그러함에도 이순신은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고 사람들에게 아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좋은 자리를 얻지 못하고 하위직에 있었으나 벼슬하는데 연연하지 않았다. 굳이 자신의 양심을 속이면서 남을 따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러한 강직한 정신이 항상 생활의 버팀목이 되었다.

   전쟁 중 이순신은 자신의 사생활을 돌볼 수 없었다. 오히려 아들과 조카들이 모두 전쟁에 동원되어 작전업무를 도왔다. 이처럼 이순신은 전쟁을 위해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가족까지 총동원하여 헌신적으로 임했다. 국가로부터 포상을 받으면 그때마다 상품을 부하들에게 나눠주고 사적으로는 조금도 쌓아두지 않았다.〈충민사기〉 장수로서 먼저 헌신적인 자세를 보였기에 항상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원균이 송응창이 보낸 화전(火箭)을 혼자만 쓰려고 꾀하기에 병사를 통해서 나누어 보내라고 하니 그는 공문도 내는 것을 심히 못마땅해 하고 무리한 말만 많이 했다. 가소롭다. 명나라의 배신(陪臣)이 보낸 화공(火攻) 무기인 화전 1,530개를 나누어 보내지 않고 혼자서 모두 쓰려고 하니 그 잔꾀는 이루다 말할 수가 없다. -《난중일기》 계사 5월 30일 -

화전은 화약을 연료로 사용하며 가스의 힘으로 목표물까지 날아가는 포탄 화살로서 그 당시에는 귀한 무기였는데, 이 화전을 원균이 혼자서 전용하려고 한 행동을 비판한 것이다.

  전쟁에서는 승리 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패전 요인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순신이 《난중일기》에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을 보면, 작전 중 장수가 처자를 생각하고서 목숨을 아껴 도주하는 행위, 전공만 생각하고 무모하게 돌진하는 행위 등이다. 이는 사욕으로 인한 잘못된 행동이므로, 결국 나라를 욕되게 하고 몸을 죽게 하는 요인으로 생각했다. 진말(秦末)의 병법가 황석공은 “기욕을 끊고 금하는 것이 허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絶嗜禁欲, 所以除累].”라고 하였다(《소서》〈구인지지〉).

이순신은 과거 급제 후 한 평생 올곧은 자세로 살아갈 것을 굳게 다짐했다. 그래서 다음 같은 말을 남겼는데, 이는 이순신의 좌우명과도 같은 교훈이다.

  장부가 세상에 나서 쓰이면 충성으로 목숨을 바칠 것이요, 쓰이지 못하면 초야에서 농사짓고 사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丈夫生世, 用則効死以忠, 不用則耕野足矣] 권세 있는 이에게 아첨하여 영화를 훔치는 일은 내가 매우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다. - 최유해, 〈행장〉 -

  이순신이 살았던 삶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안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잠시도 거부한 적이 없었다. 현실에 대한 강한 초극(超克)의 의지로서 항상 자신을 단련하였기에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자연과 인간을 관통할만한 당당한 기백과 집념을 갖게 되었다. 윤휴는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할 때부터 대장이 될 때까지 항상 이 뜻을 굳게 지켰다.”고 평가하였다.《충무공유사》 자신에게 주어진 대로 현실에 만족하며 과욕을 내지 않고 안분지족해야 한다는 말은 예나 이제나 항상 올바른 삶을 위해 필요한 명언이다.

  글 : 노승석 이순신 연구가

 

<역서>

《쉽게보는 난중일기》(2014, 여해)

《교감완역 난중일기》(2016, 여해)(번역서)

《교감원문 난중일기》(2017, 여해)(원문책자)

노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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