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의 '레이더-위협 비행 갈등'이 전기를 찾지 못하고 양국 군 당국 간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며 양국의 군사교류협력까지 전면 중단될 조짐을 보인다.

하지만 이대로 관계 악화를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하며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엉킨 관계 악화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우선 일본은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붓듯이 더 이상의 갈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자국 초계기의 위협 비행에 대한 우리 군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초계기가 배치된 자위대 기지를 방문해 감시활동을 계속하라고 지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다.

심지어 오는 4월 한국 주변 해역 등에서 열리는 국제해양안보훈련에 참가하려던 자위대 호위함 이즈모 등의 부산 입항 계획에 대해 “어떤 형태로 참가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이제부터 잘 검토하고 싶다”며 입항 취소에 방점을 찍는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일본이 이런식의 감정적이고 자극적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갈등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이에 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튿날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은 우방국에 대한 심대한 도발행위”라며 군의 대응수칙대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고, 박한기 합참의장이 ‘지휘서신 1호’를 통해 일본 해상초계기 위협 비행에 대한 작전 대응 시간을 줄이고 대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치 양국은 전쟁을 앞둔 국가들이 선전포고 직전에 벌이는 일촉즉발식 기(氣)싸움을 벌이는 것 같다.

한·일 양국이 '말 대 말''행동 대 행동’'식으로 끝 모를 '장군멍군식 강대강 대치'로는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우방국 사이라고 해도 이견이 발생하고 갈등이 돌출할 수 있다.

이 경우 어느 정도 냉각기를 갖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한·일 양국 모두에게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 이제 곧 미·북 간의 2차 정상회담이 열리며, 그 결과에 따라 동북아 안보는 큰 변화를 맞는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양국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충돌 직전의 모습과 같다.

만에 하나 이번 갈등이 우발적인 충돌로 비화한다면 양국 관계는 파국을 맞을 것이다.

여기서 단 한 발자국만 더 나간다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위기를 맞는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돌아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갈등 증폭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은 우리 함정을 향한 저공 위협 비행을 해선 안되며, 우리 측도 냉정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북핵 문제가 엄중한 상황에서 안보협력체제에 금이 가는 사태를 자초하는 건 '안보 자해'행위나 마찬가지다

우호관계를 파탄시키고 적대국으로 돌아설 심산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멈추고 양국 안보당국은 즉각 협의를 재개해야 한다.

양국은 브레이크 없이 충돌 위기로 가고 있지만 민간에 불어오는 희망의 불씨마저 꺼뜨리는 막가파식 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한일 민간 교류는 견고해 지난해 한국을 여행한 일본인이 전년보다 28% 늘었고, 비록 증가율은 감소했지만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역시 역대 최다인 754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한편, 지난 26일 도쿄 신오쿠보역에서는 18년 전 이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던 중 선로로 추락한 술 취한 일본인을 구하려 철길에 뛰어들었다가 숨진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씨의 추모행사가 엄숙히 열렸다.

고인(故人)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의 희생정신은 양국 국민의 가슴 속에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한일관계가 자칫 정치ㆍ군사적 갈등이 더 악화돼 양국 국민 간의 감정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들 책임은 양국 정부에 있다.

한일 양국은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 발전의 중요성에 의견일치를 본 20년 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을 되돌아보고 서둘러 관계 회복의 전기를 만들어야 나가길 바란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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