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

▲ 전세계를 울린 '미美친' 걸작 영화 '가버나움'… 연기 이상의 실제 인생을 담은 이야기(참조 =포스터 사진)

전세계를 울린 '미美친' 걸작 영화 '가버나움'…연기 이상의 실제 인생을 담은 이야기

국내 관객에게 낯선 레바논 배경의 레바논 영화가 이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한 편을 전격 해부해 본다.

연기 이상의 실제 인생을 담은 이야기 다양성 영화 '가버나움'이 지난 1월24일 개봉해 7일까지 누적관객 7만1098명(입장권통합전산망)을 모았다.

지난 설 연휴 동안 전국의 극장가에선 1일 100만명이상을 돌파한 '극한직업'을 필두로 '뺑반' 등 코미디 영화와 '알리타', '드레곤 길들이기3'등 외국 영화 열풍이 거셌지만 그 틈에서 50개~60개 스크린을 확보한 '가버나움'역시 관객을 꾸준히 불러 모았다.

누적 관객 수만 보면 같은 시기 극장서 상영한 상업영화들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낮은 수치이지만 상영관 규모를 감안하면 절대로 뒤쳐지 않는 열기다.

'가버나움'은 레바논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빈민 아이들과 그 곳에 정착한 난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한 쪽에서 실제 벌어지는 비극을 담담하게 그려나간 '전세계를 울린 미美친 걸작 영화'다.

지난해부터 본격 촉발된 국내 난민(예멘난민) 문제와도 연결해볼만한 작품

'가버나움'은 지난해부터 본격 촉발된 국내 난민(예멘난민) 문제와도 연결해볼만한 작품으로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발한 빈민 소년과 그가 만나는 아프리카 난민을 통해 핍박과 억압 속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현실에서 차별과 불이익을 당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도와야 할 지에 대한 이유와 필요성을 되새기는 '워낭소리의 울림'처럼 들린다.

'가버나움'에 출연한 주요 주인공들은 실제 레바논 베이루트 지역을 터전으로 삼은 시리아 출신 난민 아이들이 맡았다.

자식을 낳고도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부모를 고발하는 12살 소년 자인을 연기한 '자인 알 라피아'는 영화에 캐스팅되기 전 베이루트 지역 시장에서 물건을 팔면서 살아간 난민 소년이었다.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주인공 자인의 삶이 곧 실제 자신이 겪은 삶과 같다는 점에서 관객은 작품에 더 몰입할 수밖에 없다.

영화에 출연하는 또 다른 아역연기자들 역시 실제 난민들로 캐스팅됐다. 제작진은 비교적 사실적으로 이들의 삶을 스크린에 담은 것은 물론 영화촬영을 마치고 ‘가버나움 재단’을 설립해 지속적인 도움을 이어가고 있다.

상업성 영화가 스크린을 다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가버나움'은 보기드문 '수작(秀作)'이라 감히 평 할 수 있다.

국내 관객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동일한 해시태그를 적어 공감대를 형성해 영화에 출연한 난민 어린이들을 돕자는 취지로 SNS를 통해 ‘#가버나움 프로젝트’ 운동을 자발적으로 시작했고, 1, 2차로 이뤄진 캠페인에서 현재까지, 85만7900원이 모였고, 이 돈은 재단에 기부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버나움'에 대한 깊은 관심과 참여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움직임과 더불어 작품 자체를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버나움'은 현재 한국시간으로 오는 25일 미국LA에서 열리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와 있다.

연출을 맡은 나딘 라바키 감독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첫 번째 아랍국가 여성감독으로도 기록됐다는데도 큰 의미가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가버나움의 '워낭소리'가 어떻게 전세계인을 향해 파고 들어가는지 본격적으로 파헤쳐 보자.

우선 '가버나움'은 레바논의 베이루트에 사는 한 소년 '자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극빈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가 출생 신고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자신의 나이가 몇 살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불행한 12세 소년 '자인'.

족히 8남매는 되고도 남을 형제들과 비좁은 집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이 아이는 학교는 문턱에도 넘지 못한 채 낮에는 동네 상점에서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하고, 해가 지면 마약류의 약을 물에 타서 만든 '특제 주스'를 길거리에서 동생들과 함께 하루종일 행상을 해가며 생계를 유지한다.

이 '자인'의 부모는 그야말로 부모로서는 어떠한 자격 조차 없는 '실격 인간'들이다.

아이들을 제대로 학교로 보내지는 못한 채 거리에서 앵벌이를 시키고, 그러고도 결국 집세를 견디다 못해 자인이 가장 아끼는 이제 겨우 11살밖에 되지 않은 여동생 '사하르'를 닭 몇마리와 돈 몇푼에 팔아넘기듯이 억지 시집을 보낸다.

이에 분노한 '자인'은 집을 뛰쳐나와 무작정 버스를 타고 한 놀이공원에 도착해 그곳에서 일하는 '라힐'을 만나 그녀의 집에서 라힐의 어린 아이 '요나스'를 돌봐 주며 하루 하루를 지낸다.

그러나 불법체류자 신분이였던 '라힐'은 추방당할 걱정에 사로잡힌 채 자신의 아이 '요나스'의 존재를 숨기면서 일하고 있으며, 불법체류자로 체포되지 않으려고 신분증 위조를 위해 돈을 모으다 불신 검문끝에 경찰에 붙잡혀 수감당하는 사건이 발생 한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자인'은 갑자기 사라진 '라힐'을 대신해 어린 '요나스'를 최선을 다해 보살피지만 결국 돈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아이를 해외 불법이민 업자에게 미화 400달러에 넘긴다.

눈물로 '요나스'를 떠나보내고 자신도 이 나라를 떠나기 위해 신분증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왔지만 (자신이 집을 나와 온갖 고초를 겪으며 밖에서 떠돌게한 원인을 제공한)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여동생 사하르가 임신 후 출산 과정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이에 분노에 휩싸인 '자인'은 칼을 들고 단숨에 달려가 사하르의 남편을 향해 칼로 찌르고 만다.

이일로 '자인'은 이 죄로 감옥에 수감되어 5년형을 선고받는다.

감옥에서 '자인'은 자신을 비롯해 가족들 모두를 지옥 같은 삶을 살게 하고, 아이들을 낳아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 앵벌이를 시키며 학대와 구타를 일삼는 무책임한 자신의 부모들을 마침 모 TV 생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부당함을 고소한다.

부모님이 더 이상 아이를 낳게 하지 말게 해 달라고.. 호소하며 '가버나움'은 스크린속에서 어느새 '시나브로' 막을 내린다.

그렇다면 영화의 주인공인 '자인'은 실제 누구이며 현실속에 존재하고 있는건가?

본명이 영화 속 이름과 같은 '자인 알 라피아'인 이 소년은 실제로도 시리아 난민 출신의 일반인으로 첫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자신의 삶과 비슷한 이야기를 연기하고 있다는데서 영화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래서 이 소년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전혀 포장이 되지 않은 채 자연스러움 그자체가 덕지덕지 묻어 난다.

비단 이 소년뿐 아니라 여동생 시하르, 라힐 역을 맡은 배우들 등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배우들 대다수가 영화 속 자신의 캐릭터와 비슷한 난민이나 빈곤층 출신으로 이 영화를 찍은 후 이들을 지원하는 '가버나움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이 영화가 감동적인 건 영화 그 자체의 이야기를 넘어 이 영화를 통해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삶의 질적 변화를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실제로 선물 했다는 것이다.

레바논의 현실을 보여 주는 영화 속 장면들과 무책임한 부모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 그리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이 인상적인 영화 '가버나움'은 영화 이전에 불편부당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일종의 메시지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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