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입으로는 '경제보다 중요한게 없다'고 말하면서도 뒤로는 '핵 불장난 카드'를 또 다시 만지작거리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7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 영변핵시설 건설한 이후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한 핵무력확보와 경제건설이란 '병진노선'을 추진해 왔고 이번 메시지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후 북한은 서해위성발사장과 장거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이 있는 동창리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고있고, 최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북한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 최근 미사일 또는 위성용 로켓 발사 준비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

하노이 협상에서 무리한 요구로 협상을 망치고 나서 한 손으로는 또 다시 ICBM 시설 재가동을 통한 핵 불장난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경제건설을 부르짖는 이율배반을 지금 김정은이 보여주고 있다.

만일 ICBM 시설 재가동을 통한 미국과 국제사회를 압박해 경제제재 완화를 얻어내겠다는 의도는 착각일 뿐이다.

북한 김 위원장은 지난 2013년부터 핵무장과 경제건설의 병진노선을 추진 해 온 것처럼 완전한 핵 폐기가 아니라 보유 핵무력으로 북한 위상을 높이고 경제발전만 얻겠다는 전략에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자신이 가진 와일드카드를 찔끔찔끔 감질나게 쪼개 파는 '살라미 전술'은 이제 더 이상 관심을 끌지 못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스콧 세이건 스탠퍼드대 교수와 벤저민 발렌티노 다트머스대 교수는 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핵을 가진 북한과 살기'란 칼럼에서 자신들이 지난달 여론조사 회사 유고브에 의뢰해 미국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두 사람은 '3분의 2 이상'이라고 했지만 응답자의 몇 %가 이런 답변을 했는지 구체적인 명시 없고, 조사 시점 밝히지 않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할 경우 미국인 3분의 2 이상이 협상 중단을 원한다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미국과 국제 사회는 완전 비핵화가 아니면 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이고 회담 결렬 후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북한은 하노이 협상에서 폐기물처리장에나 보내야 할 영변 핵시설과 같이 쓸모없는 핵시설로 완전 폐기란 카드로 둔갑시켜 위장 거래를 하려다가 결국은 미국에 퇴짜를 맞은 적이 있지 않은가?

핵 포기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이 계속되는 한 대북 제재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얼마나 급박했으면 김 위원장이 노동당 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쌀밥에 고깃국 먹게 할 것"이란 표현을 구구절절하게 썼겠는가?

오롯이 자기살만 파먹고 사는 북한 경제를 이대로 계속 방치한다면 결국에는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제재를 그대로 둔 채로 북한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은 한 낱 몽상에 불과 할 뿐이다..

만일 김 위원장이 계속해서 핵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 다시 미사일 발사니 핵 개발이니 하는 꼼수를 계속 부린다면 피해를 입힌 만큼 그대로 돌려준다는 고대 함무라비 법전에서 나온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란 형벌법처럼 '미사일엔 미사일로, 핵에는 핵'으로 더 강한 제재와 압박만 부를 뿐 더 이상의 해법은 없다.

핵도 갖고 경제도 살리겠다는 '내 입맛대로'의 방법은 없다는 걸 김 위원장은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할 의사가 있어야 북·미 간 협상의 문이 열릴 것이다.

이번 3·1절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를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7일 미 국무부는 “제재 면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을 박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같이 가려면 함께 가란' 말이 있다.

최동맹국인 미국과 협의 없이 우리만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 대한 미국 내 시각과 기류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전략적 측면에서라도 때론 긴 호흡이 필요하다.

한반도의 명운이 달린 지금 이 상황에서도 문 정부는 아직도 신선 노름이나 하는것처럼 비춰지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에 대한 아무런 예측과 준비도 하지 못하고, 문 대 통령에게 '한반도 운전자론'이니, '한반도 중재자론' 이니 하며 '뜬구름 잡는 외교' 전략으로 실패로 몰아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외교·안보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은커녕 이번 3.8 내각 발표에서 그대로 유임시켰다.

한 술 더 떠 대북 제재보다는 경협을 앞장세운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을 통일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것은 대한민국을 '안보 제로(0) 국가'로 방치하겠다는것과 다름이 없다.

김 예정자는 후보 지명 뒤에도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혀 위기 사태조차도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드러냈다.

앞으로 임기가 고작 3년 정도 밖에 남지 않는 정권이 국민에게 책임지지도 못할 정책을 강매하듯이 억지로 떠 넘겨서는 안된다.

정권 출범후 실패한 소득주도성장으로 자영업자가 무너지고, 단군이래 최악의 고용참사를 야기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외교·안보마저 국민의 뜻이 아닌 자기들 뜻대로 주도하겠다는 것은 '공망(共亡)'의 지름길이다.

여차해서 경제가 무너진다 해도 회복이 가능 하지만,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생명이 달린 외교·안보는 한번 무너지면 더 이상 회복 불능이다.

이제라도 문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 없는 북의 비핵화란 허상에서 벗어나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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