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년 간 우리 시대와 함께 호흡해온 철학자이며 교육자이며 의사인 도올 김용옥 원광대 석좌교수가 <사랑하지 말자>라는 에세이를 내놨다. ‘청춘’, ‘역사’, ‘조국’, ‘대선’, ‘우주’, ‘천지’, ‘종교’, ‘사랑’, ‘음식’ 등 모두 아홉개 장으로 구성됐다.

'맹자', '사람의 길'을 탈고한 후에 좀 쉬는 틈을 타 집필한 이 책은, 낙산에서 산보하는 데 어느 젊은이가 다가와,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책을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간청한데서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배움을 구하는 젊은 ‘학동’과의 문답으로 이뤄진 이 책에서 김 교수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문제를 깊이 파헤쳤다.
올 연말 대선 등 시국을 진단했고, 서구적 가치에 편향된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으며, 상생의 의미를 저버린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잘못된 것이라 꼬집었다.

저자는, 올 대선에서 누가 이길까? 박근혜는 과연 누구인가? 박 후보는 아버지 박정희를 과연 이해하고 있는가? 안철수는 누구인가? 안철수현상은 누가 일으킨 것인가? 손학규, 문재인, 김두관 후보 이들 캐릭터는 과연 우리 역사가 당면한 고난의 역경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 이러한 등등의 문제야말로 현재 한국인들의 진정한 철학적 과제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우주 · 천지, 그리고 종교 · 역사의 제 문제로부터 근원적으로 파헤쳐 들어가지 않으면 그 총체적 현상을 인식할 수 없다고 충고한다.

이 책은 철저히 우리의 통념을 뒤집는다. 도올은 말한다: “한국어로 한국인에 의하여 한국인을 위하여 쓰여진 가장 래디칼한 책. 니체의 래디칼리즘을 몇만 배 뛰어 넘는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는 명제를 선보이며, 신을 중심으로 서구사회가 추구해온 모든 가치를 부정했다.

책 속에서 김 교수는 “사랑”이라는 말을 서구적 가치의 총화라고 규정한다. “사랑”은 조선시대 언어에 없었던 단어는 아니지만, 조선말기에나 유행한 말로써 기독교경전이 유입되면서 크게 의미가 왜곡되었다. 이 책은 한자문명권에서 성립한 “천지코스몰로지”를 소개하면서, 그 틀에 따라 청춘의 의미, 그리고 섹스, 사랑, 일상적 삶의 방식, 음식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들려준다. 인간이 생명의 존엄성을 깨달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원리를 터득케 해준다.

그리고 한민족의 역사를 그 뿌리부터 일러준다. 우리 역사가 어떻게 기록되었으며 어떻게 왜곡되어 왔는지 그 히스토리오그라피의 충격적 실상을 드러내어 역사의 근원적 문제점을 반추하게 만든다. 그리고 EBS에서 반영했던 󰡔도올이 본 한국독립운동사󰡕 10부작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그의 안목으로 현대사의 세부적인 뒷골목들을 샅샅이 분석해 들어간다. 오늘 한국의 청춘이라면 누구든지 뜨거운 가슴으로 이 책을 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 담긴 생각은 메이드 인 코리아.”, 지금 한국에서 사람들이 짚어 고민해야할 문제를 담았단 의미다.

목차】서막, 제1장 청춘, 제2장 역사, 제3장 조국, 제4장 대선, 제5장 우주, 제6장 천지, 제7장 종교, 제8장 사랑, 제9장 음식, 도남圖南, 후기

장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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