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시대 초기, 제나라에서 살았던 어떤 사람의 이야기다. 가난한 집안 출신인 그는 어릴 적부터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장사하다가 망하기도 하고, 관리가 되었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심지어 전쟁터에서 탈영해서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기도 했다.

그에게는 죽마고우 친구가 있었는데, 항상 그를 물심양면 지원해주고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주었던 친구였다. 그와 친구는 후에 정치에 입문했는데, 서로 모시던 주군이 달랐다. 당시 제나라의 상황은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각각의 주군들은 이웃 나라로 피신을 하러 갔다.

어느 날 제나라 군주가 피살되어 그와 친구는 각각 그들의 주군을 군주로 만들기 위해 빨리 귀국해야 하는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결국 친구의 주군이 제나라 군주가 되었고, 그는 죽임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제나라 군주는 그를 죽이려 했지만, 친구가 나서서 오히려 그를 재상으로 강력히 추천했다. 그는 제나라의 재상이 되어 안보와 경제에 힘써 그 시대 가장 강력한 제나라를 만들고 군주인 제환공을 패자의 지위에 오르게 했다.

그가 바로 그 유명한 '관중'이다. 훗날 그는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아는 관포지교의 유래다.

최근 혐오와 대립, 차별과 비하가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소통과 화합, 배려와 존중은 구시대 유물이 된 듯하다. 진영 논리에 매몰되어 서민들도 편을 가르는 모양이 종종 있다. 상대방을 알아주는 것은 고사하고, 평가절하에다가 앞뒤 잘라서 왜곡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관중과 포숙은 요즘으로 치면 진영이 다른 셈이다. 만약 포숙이 관중을 알아주지 않고 시기만 했다면, 춘추시대 최강국 제나라의 시대는 없을 것이다.

나를 알아주는 대한민국, 그렇게 될 해결책은 없을까?

백진욱
안산대학교 금융정보과 교수

백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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