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소득 도입, 그 빚은 머잖은 미래 '국민의 몫'이다. -

그리스 디폴트 vs 백년지대계
그리스 디폴트 vs 백년지대계

 

지난 4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불을 지핀 뒤 국내 정치권에서 기본소득(basic income) 도입 논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누구에게나 '공짜 생활비'를 주는 기본소득제는 '빛과 그림자' 모두를 품고 있다.

선심성 현금 살포는 정치인들이 절대 말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제대로 된 대책도 재원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묻지마 기본소득 도입은 그 빚이 머잖은 미래 '국민의 몫'이 된다.

하지만 정치인 어느 누구도 '이젠 그만'이라고 외칠 생각이 없다. 돈은 뿌린 만큼 거둔다는 역설을 이미 이번 총선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을 보는 시선은 갈려 있다. 8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48.6%가 찬성했고, 42.8%는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새삼 주목받는 나라는 바로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한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이 그동안 벤치마킹 사례로 자주 언급한 북유럽의 핀란드와 네덜란드로 정부 차원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한 국가이다.

이 두 나라는 다만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반적인 기본소득과는 개념과 도입 취지가 다르다.한국은 기본소득의 효과로 소비 진작을 통한 수요 창출 등을 제시하지만 핀란드와 네덜란드는 복지 지출은 줄이되 근로 의욕을 고취시켜 노동시장의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정책으로 실업부조 등 현 복지체계가 노동 의욕을 훼손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서부터 출발했다.

핀란드 중앙정부는 2017~2018년, 네덜란드 지방정부인 위트레흐트시는 2018~2019년 기본소득 실험을 했지만 실패했다.

핀란드는 최근 "취업 의지를 북돋우는 효과는 별로 없었다"는 최종 보고서를 내놓았고, 이에 앞서 스위스는 2016년 전 국민에게 매달 2천500스위스 프랑(한화 약 320만원)의 기본소득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유권자 '77%'의 반대로 부결됐다.

문제는 재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국민에게 월 3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연간 187조원이 필요하고 40만원을 지급하면 249조원이 필요하다. 올해 소득세·법인세로 거둬들이는 세수는 147조원에 그친다. 금년도 우리나라 예산은 512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본소득은 가당치 않다. 가뜩이나 올해는 코로나19사태로 세수는 급전직하(急轉直下)다. 결국, 우리나라가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빚 외엔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내 돈이 아니라고 너도 나도 기본소득이라는 말 풍선만 띄워 국민을 현혹하려든다면 대한민국은 선진국 문턱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그리스처럼 과다 복지 지출로 인한 재정파탄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우리 경제가 초비상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주요 산업이 위기에 처했고 수출은 급감했으며, 미·중 충돌로 인한 리스크도 커졌다.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도 벅찬데, 지금 논의한다고 금방 도입되지도 않을 기본소득제 문제로 경제 회복의 때를 놓쳐선 안된다. 기본소득제는 설계에서 시행까지 최소한 3년 이상 걸린다고 봐야 한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현 교육·의료·출산·육아·노인 관련 복지제도를 손봐야하기 때문에 기존 복지의 축소·폐지' 그리고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부담이 뒤따른다는 것을 국민에게 잘 설명해야 한다.

'제2의 그리스'냐?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냐? 정치권은 책임 있게,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나라도 살고 국민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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