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관리 소프트웨어를 월단위 서비스 개념으로 공급하는 영업 방식으로 언론과 애널리스트들의 찬사와 주목을 받아오던 클러 테크날러지(Klir Techonologies, Inc., klir.com)가 지난 1일 문을 닫았다. 폐업 직전까지만해도 계속해서 성장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추측되던 이 회사가 갑작스럽게 사업을 포기한 것은 훌륭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효율적 마케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인 경영의 원칙을 따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들은 주문형(on-demand) 소프트웨어 서비스 시장의 성장에 주목하며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oftware-as-a-service: SaaS) 공급’이라는 개념을 앞세워 기업의 IT 관리 요구를 충족시키는 사업 모델을 발전시켰다.

이위크의 채널 인사이더(channelinsider.com)에 의하면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웹2.0 소셜 네트워킹에서 성공한 모델을 전통적 IT 관리 영역에 적용함으로써 2006년에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대세는 on-demand SaaS?

클러는 IBM이나 HP가 공급하던 전통적 개념의 NSM(network/system management)가 고객 기업의 IT 관리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실패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클러는 이것이 SAP나 오라클이 철지난 기성(on-premise)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역시 기업 고객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클러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이들은 차세대 SaaS 벤더의 선두주자로서 배치하기 용이한 주문형 관리 솔루션을 공급했다. 그리고 이 솔루션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불필요한 부분이 많으며 값비싼 현장대기형 IT 관리 플랫폼들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됐다.

 

IT 관리자 단독 라이센스 무료 발급

전략의 핵심은 기업 IT 관리자에게 단독 사용자 라이센스를 무료로 발급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IT 관리자는 IT 관리에 할당된 기업 예산에 신경쓰지 않고도 클러 서비스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이 전략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90년대에 바이털사인즈(VitalSigns)라는 업체가 비슷한 영업방식을 내놓은 적이 있다. (바이털사인즈는 INS(International Network Services Inc., ins.com)에 인수됐다.)

하지만 클러의 전략은 단지 싱글 유저 라이센스를 발급한 후 차차 해당 회사 전체의 기업 이용 라이센스로 확장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데서 차이가 있다. 싱글 유저 라이센스를 통해 클러는 각 기업의 IT 퍼포먼스 자료를 얻어내고 이것으로 해당 산업계 전체를 벤치마킹하여 각 산업계에 알맞는 베스트 프랙티스 표준을 만들 계획이었다.

또하나의 차별화된 전략은 IT 전문지들을 효율적으로 이용했다는데 있다. 클러는 애널리스트나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일선에서 자신들을 후원할 4만명 이상의 커뮤니티 그룹을 재빨리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커뮤니티 그룹은 독자 확보에 목말라하는 IT 산업계의 언론매체에게는 새로운 타깃 독자가되기 때문이다.

 

이용자 커뮤니티 구성과 화려한 언론 장악력

이후 놀랍게도 많은 매체들이 서로 클러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자신들을 홍보하려고 경쟁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는 클러와 같은 벤더가 매체의 광고상품을 구입한다.

클러가 이처럼 성공가도를 달리게되자 기존의 메이저 소프트웨어 업체들 역시 클러 서비스의 기능을 자신들의 IT 관리 플랫폼에 적용하고 킬러가 보여준 커뮤니티 이용 모델을 자신들의 시장 확대에 이용하기 위해 클러와 협력할 방법을 모색하게됐다. 이것이 클러의 현재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클러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러하듯 안정화되기 전 넘어야할 몇가지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수익창출에 실패하면 사업모델 자체가 무용지물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이 무료 배포한 싱글 유저 라이센스를 유료화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들은 기존의 메이저 벤더 및 리셀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데 치중한 나머지 유료화 전환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주문형 서비스는 물론이고 전통적 메이저들의 온프레미스 소프트웨어 사이에서 자신들의 사업 핵심인 기능적 SaaS 공급 능력의 차별성을 고객에게 인지시키는데 실패한 것이다.

마이클 트리시(Michael Treacy)와 프레드 위어즈마(Fred Wiersema)는 유명한 경영학 교과서인 “마켓 리더가 되기 위한 원칙(Discipline of Market Leaders)”에서 기업이 성공하려면 다음의 세 가지 전략적 영역 중 반드시 한 분야에서 성공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훌륭한 경영; ■제품의 우수성; ■고객 친화성

클러는 이 세가지 영역 중 어느 한분야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현재 강력히 대두되는 SaaS의 필요성과 웹2.0 열풍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백년간 많은 기업이 일선에서 증명해 온 경영의 원칙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클러의 예는 잘 보여주고 있다.

 

투자자를 설득하는데도 실패

다른 견해도 있다. 씨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Seattle Post-Intelligencer, seattlepi.com, 클러는 시애틀 기업이다: 편집자 註)의 벤처 캐피탈 기자 존 쿡(John Cook)은 이들이 문을 닫은 직접적인 원인은 새로운 투자 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 놓았다.

7년 동안 1200만달러가 투자된 이 회사가 15명의 직원에게 ‘업무 종료’를 알린 것은 지난 7월 31일. 공동 설립자의 한 명이며 회사 CEO인 제임스 메이오코(James Maiocco)는 이날로 더 이상 영업난을 타개할 힘을 짜낼수 없음을 고백하고 8월 1일로 회사를 폐쇄한다고 선언했다. 메이오코가 밝히는 직접적인 원인은 현재 IT 업계 생태계를 지배하는 ‘직접 영업’ 모델을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판매로 전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

클러는 한 때 직원 수가 27명에 이르고 지난 해 10월만 하더라도 네트워크월드(networkworld.com)에 의해 ‘주목해야할 IT 관리 업체 10선’에 선정(관련기사 보러가기)되기도했다. 네트워크컴퓨팅(networkcomputing.com)도 2007년에 주목해야할 업체 5선의 첫머리에 클러를 올려놓았다. (관련기사 보러가기)

최저 월 사용료가 149달러인 이들의 유상서비스 클러 어낼러틱스(Klir Analytics)를 구매하던 기업 고객은 100개가 넘었다. 이들이 지난해 말 공개한 무료 서비스인 클러 어낼러틱스 익스프레스(Klir Analytics EXPRESS) 등록자도 1만명을 상회했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영업방식을 정착하기 위해 주요한 파트너(기존 메이저 소프트웨어 벤더 및 리셀러)와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왔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보수적 투자자를 움직이는데는 시기상조

하지만 클러는 이들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위한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는데 실패했다. 클러는 2005년만 하더라도 이그니션 파트너스(Ignition Partners LLC, ignitionpartners.com)이나 플룩 벤쳐 파트너스(Fluke Venture Partners, flukeventures.com), MK 캐피털(MK Capital, mkcapital.com) 같은 벤쳐 투자사로부터 8천 7백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후속타가 없었다.

메이오코는 자신들의 영업방식이 기존의 것들과 워낙 차이가 크고 계속해서 일정한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줄 수 없었다는 말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정량적인 기한 내에 구체적인 수익이 창출된다는 것을 보여줘야했다. 어찌 보면 닷컴 거품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전보다 더 신중하고 현명해졌다는 뜻일 수도 있다.

클러 기사에 관련하여 미국의 네티즌들은 메이오코가 CEO로서 자질과 경험이 부족했다는 의견을 내 놓고 있다. 투자자들은 오히려 적극적이었으나 2003년 처음으로 SaaS 모델을 내놓은 이후로 메이오코가 실제로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1천 200만달러의 자산은 사업 성공에 충분했지만 메이오코는 타당한 비전을 제시하고 사업을 추진할 적절한 시기 선택 양면에서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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