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력과 나태함은 야당의 존재 의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 -

입법 폭주(暴走) 여당 vs 무기력한 야당
입법 폭주(暴走) 여당 vs 무기력한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176석 의석 숫자만 믿고 신중한 검토 없이 위헌 논란에 휩싸인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입법 폭주'비판이 거세다.

87년 이후 최초로 탄생한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일부 법안이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은 재산권 침해와 소급적용, '대북전단 살포금지법'(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 제한 등의 문제점이 민주당 내에서도 제기될 정도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우선,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을 최고 6%로 인상하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은 재산권에 대한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율은 일반 재산세를 합하면 10년이 지나면 살고 있는 집을 환수하는, 사유재산 몰수 수준의 과잉 과세로 가히 주택재앙(災殃)이라 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법·소득세법·지방세법·법인세법 등 11개 관련법 개정안은 다주택 보유자부터 1주택자까지 집을 사고(취득세), 보유하고(재산세 및 종부세), 파는(양도소득세) 모든 단계에서 허리가 휠 정도의 세금이 부과되는 ‘세금 지옥’을 맞이하게 됐다.

또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이 포함된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소급 적용으로 인해 위헌 논란을 빚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라고 전월세 3법과 징벌적 세금 탓에 전세든 매매든 물량이 잠기면 공급대책 아무리 내놔봐야 헛수고라는 지적이 많다.

오늘(4일) 또 다시 문 정부는 23번째 부동산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권역 등 수도권에 대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은 도심 내 군부지와 공공기관 이전부지, 공공 재건축 도입을 통해 서울권역 등에 13만2000호의 주택공급 물량을 공급한다는 취지이나 재건축 용적률 상향, 층고 제한 완화, 신도시 용적률 상향 등 대책은 집값 안정은커녕 다시 투기에 기름을 붓는 조치라는 비판이 높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미 시장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지금처럼 실효성도 없이 찔끔찔끔 내놓는 공급대책보다 백배는 더 급한 게 정책에 대한 믿음을 주는 일이다.

수도권역에 13만여호를 새로 내놓는다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재인정부는 부동산정책을 무려 22번이나 바꾸고 뒤집었지만 부동산 광풍 말고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치대국 약팽소선"(治大國 若烹小鮮)이라는 말처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아서 너무 자주 뒤집으면 생선살이 부서져 먹을 게 없어지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여당 독주로 밀어 붙이고 있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과 행정수도이전특별법은 위헌성을 놓고 당내에서 온도차가 크다.

우선,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의 도발을 불러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해 지금처럼 우격다짐으로 몰아가며 무리하게 법을 개정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대북단체를 설득하고, 불가피하면 기존 법으로 규제해도 충분하다.

지금처럼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거대 여당의 힘으로만 밀어붙여 졸속으로 법안들을 처리하려고 한다면 헌재에서 위헌 심판을 받을 소지가 커 자칫하면 사회적으로 더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폭주를 제지하지 못한 미래통합당의 책임 또한 작다고 할 수 없다.

과거 군사 정권 시절에도 보지 못했던 여당의 입법 폭주에 통합당은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속수무책이다.

집 값 폭등에 대해 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탓으로 돌리고,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정권 예속화 우려가 큰 검경조정안을 권력기관 개혁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동안에 통합당은 외마디 반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여권이 일방적으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때 통합당은 최소한 국회법상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이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해서라도 거여(巨與)의 의석수에 언제든지 대응 할 수 있었으나 무조건 투표에 불참한다며 퇴장해 국민이 준 권한을 스스로 내팽개쳤다.

야당답게 일 하려면 장외투쟁은 아니라도 쟁점별로 원내외에서 매일 정책토론회라도 열어 문제점과 대안을 공론화시키고 전문가들과 시민의 목소리를 수렴해야 한다.

그저 입만 열면 의석수 한계 운운하며 핑계를 대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의석수가 여당보다 적었던 야당이 정국을 주도해 나간적도 많았다.

상대의 실정에만 기대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정당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지금이라도 원내외 다양한 공간에서 더 치열하게 따지고, 국민들과 소통하는 공론의 장을 넓혀나가야 한다.

무기력과 나태함은 야당의 존재 의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태로, 국민들을 더 절망케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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