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라진 것은 대상뿐, 국민들은 어떤 잘못된 정권도 심판하지 않고 넘어갔던 적이 없다. -

한국 정치, 코로나19'보다 더한 역병에 걸렸다.
한국 정치, 코로나19'보다 더한 역병에 걸렸다.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당대회가 앞으로 불과 열흘여 밖에 안 남았지만 '논쟁도 관심도 비전도 없는' 3무(無) 전대로 전락해 긴 장맛비 속에 마치 '진흙탕 수렁'에 빠진 것처럼 맥이 빠졌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집권여당의 전대가 이토록 국민적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하고 흥행에 실패한 것은 이례적이다.

마치 '해'가 지지 않을 것 같던 민주당의 견고한 지지층은 불과 한 두 달 사이에 급격하게 빠져나가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또한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8월 11~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긍정 39%, 부정은 53%로 취임 이후 '조국 사태'가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셋째 주 이후로 가장 낮았으며, 여야 지지율 차이도 2016년 탄핵 정국 이후 역전됐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조국 사태'가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셋째 주에 39%로 가장 낮았고, 4월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 이후 71%까지 올랐지만 다시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지난 8월 10~12일 전국의 18세 이상 유권자 15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결과, 민주당은 33.4% 지지율을 얻어, 36.5%를 얻은 미래통합당에 역전됐다. 이번 조사결과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통합당이 민주당을 지지율면에서 제친 경우는 처음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전대는 '어낙대'(어차피 이낙연이 당대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 전대 관련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어 가뜩이나 홍수, 코로나, 부동산 문제로 전대는 그야말로 김빠진 사이다처럼 '맹물' 전대가 됐다. 한마디로 흥행몰이에 실패했다.

전대에서 대표로 나선 후보들이 현재 여권을 둘러싼 악화된 정치지형을 모르지 않을 텐데 '국민'을 상대로 하기보단 민주당 당원들 잔치인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하고 있다.

전대에 나온 후보들은 하나같이 민심은 제대로 보지 않고 친문 세력의 마음을 얻지 못해 안달인 듯하다.

이를 반증하듯 당권주자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앞 다퉈서 8.15 광복절에서 파문을 일으킨 김원웅 광복회장의기념식 발언을 감싸는 발언으로 '국민 편 가르기'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합리적, 균형적으로 판단하는 몇 안 되는 인사로 꼽힌 이낙연 의원조차 "광복회장으로서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다"고 옹호했고, 김 회장 발언에 대해 편 가르기라고 비판한 미래통합당의 비판에 대해서 "호들갑을 떠는 것"이라며 비난했으며, 심지어는 '친일 인사 국립현충원 파묘(破墓)' 주장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며 민심과는 동떨어진 발언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이어 또 다른  당권 후보인 김부겸 전 의원 조차도 "김 회장의 발언이 표현에서 국민 통합이란 관점을 더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해 김 회장의 편향된 발언을 지지했다.

한 술 더 떠 박주민 의원은 아예 김 회장을 찾아가 "회장님의 광복절 축사를 깊이 새기고 있다"고 말하는 등 민심은 더 이상 보지 않고 '문심'에만 기대고 있다

시대에 동떨어진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김 회장의 발언을 비난하고 나무래도 모자랄 판국에 전대 후보라는 사람들이 국민분열 조장 발언을 지지하고 옹호하고 심지어 방문까지 하며 김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은 어떻게 봐도 정상은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에도 국민 화합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당 안팎에서는 선거 연기나 보이콧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어느 게 좀 더 나은 방법인지는 몰라도 국민들의 체념과 분노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2차 대유행이 예고될 정도로 코로나19'는 다시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고,  폭등하는 집값 때문에 집 없는 서민의 삶은 더욱 고달파지며 민생은 악화되고 있으며, 최장기간의 물난리 여파로 국민의 시름과 한숨은 더 깊어만 지고 있다.

이처럼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위기 상태에서 정치권 전체는 머리를 맞대고 난국을 타개할 지혜를 짜내도 부족한 판에 국난 극복의 중심인 청와대와 제1야당이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불발을 둘러싸고 '네 탓 공방'이나 벌이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고 한심할 뿐이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여야 정당 대표 대화를 제안했다고는 하지만 통합당이 응하지 않아 무산됐다는 것이고 통합당 측 표현을 빌리자면 "빈말로 지나가듯 툭 던진 것"일 뿐 공식적으로 회담을 제안 받은 바 없다는 것이다.

진위 여부를 떠나 적어도 회동 제안이 형식과 절차를 갖추지 못한 청와대의 진정성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고, 청와대 여야 회동에 대해 '국면전환을 위한 쇼'라거나 '팔 비트는 회담'이라며 정치적 유불리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통합당의 자세 또한 문제가 있다. 제안 절차와 형식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건 별도로 강력히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하면 될 일 아닌가?

지금과 같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청와대 여야 회동은 양쪽이 회동할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따라서 청와대 회담 무산의 책임은 내 탓 네 탓 할 것 없이 청와대와 통합당 모두에게 있다.

당리당략 보다는 국익이 우선 아닌가?

과거에는 집권세력에 한정됐다면 지금은 여야를 망라해 기득권 정당 전체로 바뀌었다.

지금 국민이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것은 정치권이 힘을 모아 국가위기에 걸 맞는 정책을 숙의하고 대안을 내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제 살 파먹는 행위는 중단하고 국민 눈높이와 국민 정서에 맞는 상황 인식이나 정책 방향으로의 변화가 절실하다.

국민들은 어떤 잘못된 정권도 심판하지 않고 넘어갔던 적이 없다. 4·19혁명과 6월 항쟁을 거쳐 불과 몇 년 전의 촛불집회가 증명한다. 달라진 것은 대상뿐이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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