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명의 기부 1호 선례 남긴 故 이수홍 마주의 ‘광복칠십’, 승용마 전환

사진 = 승용마로 제2의 마생을 살고 있는 '광복칠십'
사진 = 승용마로 제2의 마생을 살고 있는 '광복칠십'

[데일리그리드=김수빈 기자] 경주퇴역마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전직(轉職)을 위해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가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마사회는 올해부터 승용마 전환 전문 조련 시설을 지정하고 경주마 소유자인 마주의 신청을 받아 승용마 전환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경주 퇴역마들의 전직은 쉬운 일이 아니다. 2km 주로를 2분 동안 전력으로 질주하던 경주마가 몇 시간씩 들판을 천천히 걷는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서울경마공원에서 강원도 평창의 사파리 목장(강릉영동대학교 교육센터)으로 주거지를 옮긴 ‘광복칠십’도 승용마가 되기 위해 고군부투 하고 있다.

‘광복칠십’의 마주는 한국 경마계의 대표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주로 존경을 받아온 이수홍, 황영금 부부다. 지난해 타계한 故 이수홍 마주는 모두들 포기하라던 경주마 ‘백광’을 국내 최초 줄기세포 이식으로 대통령배 준우승 자리에 올리고 그 상금으로는 국내 최초 동물명의 기부를 시작한 인물이다. ‘백광’에 이어 마주로서 그의 마지막 불꽃을 태운 말이 ‘광복칠십’이다. 

광복 70주년인 2015년에 데뷔해서 ‘광복칠십’이라는 이름을 달고, 데뷔 첫 경주 우승부터 7세가 된 지난해까지 29번의 경주에 출전해 20경주를 5위 안에 들어오며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하지만 2019년 9월, 이수홍 마주가 타계한 지 몇 주 지나지 않아 갑작스러운 다리 질환으로 ‘광복칠십’도 주로를 떠나게 됐다. 

그러나 얼마 후 이신영 조교사(서울경마공원 14조)가 한국마사회와 강릉영동대의 경주 퇴역마 승용마 전환 교육 프로그램 MOU 소식을 접하고 황영금 마주에게 이를 제안하면서 ‘광복칠십’의 전직은 급물살을 탔다. 황영금 마주가 기쁜 마음으로 강릉영동대학교에 ‘광복칠십’을 기증한 것이다. 2세부터 7세까지 경주로의 승부사로 살아온 ‘광복칠십’은 4개월의 체계적인 훈련을 거친 뒤 우수한 승용마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유튜브 경마방송채널(KRBC)은 올해 광복절을 기념하여 ‘광복칠십’의 승용마 전환 과정을 3부작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영상 1부에는 경주마로서 화려한 삶을 살다가 벚꽃 필 무렵 승용마 전환 교육을 위해 경마장을 떠나는 ‘광복칠십’과 조교사, 마주의 애틋한 작별의 시간이 담겼다. 2부에서는 ‘광복칠십’의 승용마 전환을 위한 좌충우돌 순치 과정, 3부에서는 아름다운 평창에서 승용마로 제2의 마생을 시작한 ‘광복칠십’의 건강한 모습이 그려진다. 

승용마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온 광복칠십, 광복칠십의 뒤를 잇는 또다른 경주마들의 승용마 전직도 기대된다.

김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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