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정부는 정부답게 의사는 의사답게 행동하라. -

국민 건강을 볼모로 힘겨루기와 밥 그릇 싸움만 하는 정부와 의료계
국민 건강을 볼모로 힘겨루기와 밥 그릇 싸움만 하는 정부와 의료계

의과대학 증원 계획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어제부터 사흘간 집단휴진에 들어가자 보건복지부는 이에 맞서 어제 오전 8시를 기해 수도권 전공의 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 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대한의사협회의 2차 총파업에 대해 "원칙적인 법 집행을 통해 강력히 대처하라"고 엄중 경고 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등은 의료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 1년 이하 면허정지 또는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반대 집단 휴진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최대집 의협 회장은 "감옥은 내가 갈 테니 후배들은 끝까지 투쟁해 달라"고 파업을 독려하는 등 무기한 총파업으로 저항하겠다며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재 확산 위기속에서 정부와 의협의 대립이 현실이 됐다. 그간 '치킨게임'처럼 '강(强) 대 강(强)' 대립에 샌드위치가 된 국민은 오히려 안전과 불안으로 떨고 있다.

한 발 더 나가 젊은 의사들의 집단 휴진으로 인해 국내 대학병원들은 거의 멈춰서기 일보직전이다.

국내 빅5 병원의 전공의 90%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어제 하루 주요 대학병원 수술건수는 30∼50% 줄었고, 외래진료 대기시간도 평소보다 최대 3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진의 진료 거부 행위를 방치한다면 오히려 더 비난받아야 할 일이며, 반면 대한의사협회가 업무개시 명령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무기한 총파업까지 벌이는 것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발단은 의협은 정부의 '4대 의료정책'(공공의대 신설, 의대 증원, 한방첩약 급여화, 원격진료)을 철회하라며 파업에 들어갔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1차적 책임은 당연히 '정부'가 져야 한다.

정부는 공공의대 설립 등이 아무리 시급해도 의료체계를 뜯어고치는 방안을 사전 상의도 없이 발표한 정부의 불통 행정으로 파업의 단초를 제공 했다. 최소한 관련된 이해단체들과의 대화와 협상 그리고 공청회 등의 절차는 충분히 밟았어야 했다.

여기에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공공재 성격을 지닌 공공의대 입학생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장,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하도록 한다는 계획까지 공개되면서 '현대판 음서제' 논란을 일으켰다.

파업의 최대 유발자라 할 수 있는 의대 정원 확대의 경우 최소한 10년·20년 후를 내다보면서 적정 한 인력을 산출해야 한다. 지금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지난해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꼴찌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인구 감소세와 국토 단위면적을 기준으로 했을때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고, 또한, 지역별·진료과목별 의사 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 수가 현실화와 지방근무 의사에 대한 인센티브 등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을 것은 정부가 공공의대 입학생 선발 과정에서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선발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으로 가뜩이나 의료정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 것이다.

지난해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입시 비리 의혹에 빗대 "공공의대가 조국 딸 양성소냐"는 비판이 빗발 치고 있다. 이는 자칫 하면 의대 입시에 또 다시 조국일가의 '부모 찬스'를 활용한다라는 비판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시에도 시민단체를 끌어들이겠다는 발상은 마치 '현대판 음서제도'를 신설해 정치권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끼리 나눠먹자는 논리로, 그렇다면 공무원을 비롯해 군·경찰·기업·언론 등 모든 분야에도 시민단체가 개입해 인사권을 틀어쥐고 가겠다는 행패나 다름이 없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 끈 고쳐 맨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꼼수 정책은 즉각 철회하거나 근본적으로 수정해야만 한다.

반면, 의료계도 의대 증원 등에 대해 의사 집단이 국민 건강보다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더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의료계는 이미 많은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거나 수용 중인 원격진료를 거부함으로써 국민 건강과 편익을 외면하고 4차 산업혁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이미 전 세계에서는 원격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점진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대승적 양보가 필요하다.

의사가 환자의 '건강 지킴이'여야 할 본분을 져버리고 '제 밥 그릇'만 지키겠다며 길거리 투사로 전락한 것에 대해 국민은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의사 스스로가 내동댕이치는 것과 다름없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도 파업으로 인해 대학병원 등의 검사와 수술이 늦어지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업무 분야에서도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코로나19' 대확산도 심각한 단계다. 확진자 중 고령층이 많아 산소치료를 받거나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코로나19' 환자도 증가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코로나 19' 사태가 안정화될 때까지는 앞으로도 꽤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의료계가 성실히 협상해 절충안을 도출해야 한다. 최소한 그런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진료 거부라는 최악의 카드를 꺼내든 다면 양쪽 모두 국민으로 부터 비난을 받을 것이다.

지난 봄 신천지발 (發) 코로나19' 1차 팬데믹(대유행)때 전국의 의사들은 대구로 달려가 몸을 던져 헌신해 국민으로부터 '의병'이자 '영웅'으로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처럼 국민 건강을 외면하고 파업에만 전념한다면  영웅에서 하루 아침에 '역적'으로 낙인을 찍힐 수 있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 문제와는 별도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의료계의 '나 만 생각'한다는식의 적절치 못한 집단행동은 다수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마침 지난 주말 200명 선으로 줄었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약 5개월 만에 26일 오전 0시 기준으로 441명이 증가했다.

의료진은 초심으로 돌아가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던 다짐을 되새겨 응급 현장에 즉각 돌아오고, 서둘러서 정부와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정부의 행정명령이 아니라 국민의 '지상명령'이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시상황과 같은 국가 비상 위기에서 의사가 환자의 안전은 내팽개치고 길거리 투사로 나서는 것은 마치 전쟁 중에 군인이 무기를 내려놓고 전쟁터를 이탈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정부와 의료계는 힘겨루기와 밥 그릇 싸움이 아니라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시장원리에 따른 접점을 찾아야만 한다.

국민을 '볼모'로 한 힘 대결은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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