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시 세종 박세경 이사가 이야기하는 웨딩

▲ 메르시 세종 박세경 이사
매년 3월이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일명 웨딩시즌이 시작되고 웨딩인들은 한주, 한 달을 계획으로 예식을 준비한다. 주말이면, 특히 토요일이면 수십 명의 신랑신부들이 헤어메이크업을 하고 드레스를 입고 몇 십분 간격으로 자동차트렁크에 폐백음식과 액자와 부케를 싣고 차에 오른다.
결혼선배이며 현재 결혼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웨딩업계에서만 20년째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요즘딜레마에 빠져있다.
 
어느 날 메이크업 직원이 나에게 하소연하기를 “저는 메이크업아티스트이고 실력으로 신부에게 인정받고 승부하고 싶었는데... ‘오늘은 어떻게 신부의 기분을 맞춰 줘야하나’, ‘오늘 신부의 비위는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을 더 하게 된다”고.
물론 나는 총괄책임자로서 신부의 기분을 맞추는 것도 기술이라고 얘기했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착잡해짐은 숨길수가 없었다. 요즘 결혼하는 신부들을 보면 결혼의 설레임과 기쁨보다는 마지못해 해치워야하는 의식을 치르는 사람들처럼 마치 무장한 전사들 같다.
거기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컨설팅 업체를 통해 결혼준비를 하다 보니 플래너는 신부의 모든 것을 들어주고 해결해줘야 하는 비서처럼 생각하고, 스튜디오나 드레스, 미용실은 짜여 진 스케줄 속에서 컨설팅으로부터 발주 받은 대로만 진행하다보니...

예전 내가 웨딩 일을 시작할 땐 주말도 반납하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보람 있고 뿌듯했는데... 내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부부에게 한 점의 도움이 되었다는 자긍심을 신랑과 신부와 함께 나누며 이 일에 행복해했던 교감은 많이 삭막해진 듯하다.
신부들은 플래너의 말에만 집중하고 정작 메이크업을 하는 아티스트는 컨설팅의 하청인 취급을 하다 보니 아티스트들의 이런 고민이 생기지 않나 싶다.(물론 모든 신부가 그런 것은 아니다)
결혼준비를 해주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경쟁도 심화되면서 비용도 낮아졌지만, 고객들은 업체들 경쟁에 더욱 까다로워지며 예의나 도덕에 벗어나는 행동에도 오로지 계약 성사를 위해 맞춰주는 몇몇 업체들의 태도에 그래도 되는 듯 도가 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결혼이란 예전부터 집안에서 궁합을 보고 택일을 해서 날을 잡을 정도로 좋은 것만 취하려했던 인생에서의 가장 큰 행사이다. 가끔 아직 미혼인 후배들을 만나면 “결혼은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게 중요한 거야”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이시대의 예비신부, 예비신랑들은 누구나 다하는 촬영, 예식, 기타 등을 하지 않으면 큰 일 날까봐 빠듯한 예산에 똑같이 해치우 듯 하면서 예민해지지 말고 어떻게 행복한 가정을 이룰까? 어떻게 행복한부부가 될까? 더 고민하는, 부모님에게 호적을 파오면서 어떻게 앞으로 보답할까 더 고민하는, 진정한 결혼준비의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이혼률 1위인 우리나라의 오명도 점차 개선될 방법이자 어려운 경기의 웨딩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의 마음에도 힘을 줄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박세경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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