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계약도 중개계약 수준의 확인이 필요

공인중개사가 중개수수료를 받고 해주는 중개계약 외에 전세재계약이나 전대차계약 또는 직거래 매매계약을 하는 경우 중개사한테 대필료 5~10만원을 내고 대필 계약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들 대필 계약은 중개 계약과 달리 협의가 끝난 계약 당사자간의 계약 작성에 편의를 봐주는 것으로 쉽게 생각하고 책임도 없을 것으로 생각을 하는데 이번에 중개가 아닌 대필 계약을 하더라도 법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돈이 필요했던 세입자 A씨는 임대차보증금을 담보로 대부업자에게 돈을 빌리기로 하고 평소 알고 지내던 중개사를 찾아가 친구인 B를 임대인이라고 속여 보증금 7000만원의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평소 친분이 있던 A씨의 대필 계약 부탁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인 중개사는 대필 계약을 작성해 주었고 중개사가 작성해준 계약서였기에 대부업자 역시 의심 없이 임대차보증금7000만원을 담보로 3600만원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대부업자가 B씨가 실수요 임대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보증금 7000만원의 임대차 계약도 허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대부업자는 세입자 A씨뿐만 아니라 계약서를 작성해준 중개사한테도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법원은 평소 친분이 있다 하더라도 권리관계 확인을 소홀히 한 중개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대부금 회수를 위하여 담보물의 하자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대부업자의 잘못도 있고 중개사가 대필 계약을 하면서 세입자에게 대필료 외 별도의 대가를 받지는 않았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의 15%만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0가단38693 판결)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중개사는 중개가 완성된 때에 거래계약서 등을 작성.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고 직접 중개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함부로 거래계약서 등을 작성. 교부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에서도 보듯이 일반적으로 부동산 거래 시 직거래를 하지 않고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계약을 진행하는 것은 거래계약서 상의 권리. 의무관계가 진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중개사는 직접 중개한 물건이 아니면 대필 계약서 작성은 신중할 필요가 있고 대필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는 경우라면 거래 당사자가 실제 소유주가 맞는지, 등기부등본 상 문제는 없는지 직접 중개한 부동산을 계약하듯이 본인 확인, 권리 관계 등을 꼼꼼하게 제대로 확인하고 작성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보이스피싱 때문에 보안이 강화되면서 은행업무가 불편해 지는 것처럼 대필 계약 사기로 앞으로 대필 계약을 꺼리는 중개사들이 많이 늘어날 것 같고 대필 계약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불편함이 늘어날 것 같다.

중개 계약과 같은 수준의 권리관계 확인을 해야 하고 향후 문제가 생길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중개 계약과 동일하게 져야 한다면 어느 중개사가 대필료 5~10만원 벌자고 대필 계약을 하려고 하겠는가

물을 흐리게 하는 소수의 미꾸라지 같은 나쁜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불신은 깊어가면서 그 불편함은 결국 다수의 평범한 서민들한테 돌아오는 것 같아서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글: 부동산연구소 김인만 소장]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