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배두환 KAIST 교수

▲ 사진=배두환 KAIST 전산학부장
인터뷰: 배두환 KAIST 교수 (전 전산학부장, ~2016년)
대담: 백진욱 안산대 금융정보과 교수

<인터뷰>

※ 인터뷰는 자유로운 대담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내용 중 일부분은 이해를 돕기 위해 각색과 수정을 거쳤다.

* 답은 교육에 있다.

백진욱> 인공지능, 알파고, 빅데이터, 머신러닝, 딥러닝,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면서 소프트웨어 융합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4차 산업의 기대감보다는 위기감을 더 크게 느낍니다.

백진욱>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인해서 모든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될 수 있다', '직업 대부분이 사라진다', '조선, 전자, 전기 등 제조업의 노동력 대부분이 기계로 대체되고, 심지어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 직종도 다를 바 없다' 등 위기감을 부추깁니다.

백진욱> 국가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서 무엇을 하는지, 기업과 개인 스스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가 아닌가요?

배두환> 독일에서의 두 가지 화두도 근원적으로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배두환> 누구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그에 대해 먼저 고민한 국가들의 보고서를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고민했고, 그와 관련한 보고서도 상당합니다.

배두환> 한 보고서의 내용 중에는 지금 이야기하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가'와 관련된 내용도 있었습니다. 정부와 민간은 닥쳐올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그 보고서에서 제가 이해한 바로는 '교육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배두환> 4차 산업이 누군가에게는 위기이고, 또한 기회일 수 있습니다. 미래에 대해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지만, 3차 산업과 비교해서 4차 산업을 혁명이라고까지 하는 것은 새로운 변화가 우리한테 급속히, 매우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많은 사람이 인지하기 때문입니다.

배두환> 정부는 현 산업의 진단과 상황 변화를 정확히 민간에게 알려주고,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4차 산업에 대한 기업과 개인의 현명한 결정은 국가 전체 경쟁력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정부 지원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디지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백진욱> 젊은이들이 줄고 노령인구가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잘 대응할 수 있을까요?

배두환> 보고서에도 '나이 든 사람들도 교육해야 한다'고 추천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디지털 도구를 잘 사용하는 사람에게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이 시간과 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아니라면, 나이 든 사람도 젊은이 못지않게 인터넷 서핑 등에서 디지털 친화적이 될 수 있습니다.

배두환> 디지털 교육이 잘 되어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를 비교했을 때 전자가 당연히 4차 산업혁명에 잘 대처하겠지요? 지금까지 교육 기회가 미비했던 사람에게도 디지털 교육의 기회를 줘야 합니다.

백진욱> 4차 산업을 거의 혁명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는데, 그것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고, 교육을 통해 준비를 잘하면 도약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말씀으로 정리할 수 있는지요?

배두환> 맞습니다.

* 우리는 왜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이 없는가?

백진욱> '실리콘밸리로 간 인재들…한국에 있었으면 치킨집이나 차렸겠죠'라는 2015년 기사를 읽었습니다.

배두환> 상황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2015년 2월, 실리콘 밸리 출장 중에 구글에 있는 KAIST 졸업생들과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약 25명 정도로 기억합니다. 구글에 왜 왔느냐?, 구글은 어떠냐? 등 대화 중에서 '한국에 있었으면 치킨집이나 했을 것'이란 말이 기억납니다.

배두환>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기업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일용직 근로자처럼 대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서 도미했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고 했으며, "소프트웨어 인력을 한국처럼 대접하면 한국은 희망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배두환> 소프트웨어 개발을 건물 짓는 것과 간단히 비교해 보면, 건물을 지을 때 설계와 시공으로 나누어져서 설계와 시공을 각각 전문으로 하는 기업과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역시 설계와 구현을 각각 전문으로 하는 인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소프트웨어 환경은 분야별 전문가를 키울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백진욱>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 두뇌 유출이네요. 우리나라 생태계에서 '빌 게이처' 같은 사람이 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세계 각국은 해외 고급 인력의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해외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해 1년만 살아도 영주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중앙일보, 2017.01.19.)

배두환> 2년쯤 됐나요? 페이스북이 왓츠앱이란 소셜 컴퓨팅 회사를 인수했는데, 얼마였는지 기억나세요?

백진욱> 글쎄요? 큰 금액으로 인수했다는 것만 기억납니다.

배두환> 190억 US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20조.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 회사의 인원이 약 60명, 매출은 약 5~6천만 불, 순이익은 약 2천만 불. 매출 대비 순이익을 보면 좋은 회사라고 봅니다.

※ 마크 저커버그가 최고 경영자로 있는 페이스북은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Whats App)'을 2014년 2월 19일에 190억 달러(약 20조 원) 금액으로 매입했다. 당시 왓츠앱의 자본 조달 규모는 6,000만 달러(약 643억 원), 직원 수는 55명(엔지니어 32명), 월간 사용자 수는 4억 5천만 명이었다. 왓츠앱 인수는 실리콘밸리의 투자은행들도 놀랄만한 기삿거리였다. (파이낸셜뉴스, 2014.02.21., WSJ)

백진욱> 하지만, 그 금액으로 인수할 만한 값어치는 아니었다?

배두환> 페이스북의 결정에 대해 갑론을박 논란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값어치가 있느냐, 아니냐? 그 기업의 미래 성장성, 기업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서 결정했을 거지만, 우리 기업이라면 의사결정이 완전히 달랐을 겁니다.

※ 마크 저커버그가 2012년 왓츠앱 CEO에게 매각을 제의했고, 2014년 회사를 인수했다. 왓츠앱 공동 창업자인 브라이언 액튼과 얀 쿰은 2009년 페이스북 입사에 떨어진 경험도 있다. (아이뉴스24, 2014.02.20., 경향신문, 2015.04.21.)

배두환> 기업 대표는 먼저 담당 임원을 불러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지를 물었을 겁니다. 만들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지요. 소설 같지만, 어쩌면 그 임원은 "유능한 직원 100명, 2년 동안의 개발 기간과 공간, 예산 500억 원을 주시면 만들 수 있습니다"고 답했을 것이고, 대표는 "두 배의 인원을 지원할 테니 개발 기간을 줄여봐라. 예산은 1,000억을 주겠다"라고 말했을지 모릅니다.

배두환> 그 대표는 페이스북이 바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페이스북의 결정이 옳은지, 그런지는 논외로 두더라도,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정서상 그런 결정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왓츠앱은 20조가 아니라, 그것의 몇십 분의 1도 안 될 겁니다.

배두환>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보면, 다시 말하자면 20조가 맞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충분히 가능한 결정이고, 그런 정도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이 아쉬운 점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는 빌 게이츠가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불행하게도.

백진욱> 우리나라에서는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이 나오기 어렵다...

배두환> 20년 전쯤 모 과학고등학교에서 컴퓨터 사이언스에 관해 설명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빌 게이츠가 1995년 쓴 '미래로 가는 길(The Road Ahead)'의 내용을 설명했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컴퓨터 과학, 또는 알고리즘을 설명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배두환> 1시간 동안의 설명 후, 한 학생의 질문이 "저도 열심히 하면 빌 게이츠처럼 될 수 있습니까?" 였습니다. '그렇다'라는 대답을 못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크진 않아도, 지금은 네이버, 다음, 넥센 등, 많은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생겼습니다. 여건이 더 좋아진 지금도 '그렇다'라는 대답을 하긴 쉽지 않습니다.

배두환> 우리나라에서도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 물론,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 전에 그것을 이룰 문화와 환경이라는 토양을 갖춰야 하고, 토양을 갖추는 것은 정책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그 정책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역할입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정부가 사과를 따려고 하면 안 되고, 사과를 심을 수 있는 토양을 갖추는, 그 일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계속>

※ 본 연재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분야별 주제로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을 바랍니다.

백진욱, 안산대 금융정보과 교수, finance4@naver.com

백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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