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관계? 을갑관계?

얼마 전 '갑질'에 대한 지인의 생각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많은 공감을 했고, 주변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분의 말씀 중 기억나는 일부다. "갑질이 사회 전반에 걸쳐져 있는 것 같다. (중략) 갑을관계는 영원하지 않는데... (중략) 그 사람이 입은 옷을 보고 고개를 숙이는 건데, 잘 입은 사람들은 가끔 자신에 대해 착각을 하는 것 같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과거에 곤란한 상황의 지인이 있었는데, 선의의 도움을 준 기억이 있다.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도움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어느 장소에서 승승장구한 지인을 만나게 됐다. 내색은 안 했지만, 돌아오는 길 내내 약간의 불편함이 동행했다. 비슷한 경험이 다들 있을 것 같다.

갑질을 당한 사람은 이보다 불편함이, 아니 분노가 백배 천배 더 클 것이다.

사회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로 구성돼 있다. 정치인도, 사업가도, 군인도, 학자도, 그 누구도, 세상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그 누군가의 희생과 봉사를 바탕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그것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오히려 억울한 가해자로 둔갑할 수도 있고, 선의의 행동이 갑질로 오해받을 여지가 있다는 항변도 이해가 된다. 또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진심 어린 사과와 합당한 보상인 것에 동의한다. 앞으로, '갑질'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 재발 방지와 당사자 보호의 사회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바란다.

요즘 안보 문제가 매일 이슈다. '이순신', '류성룡' 등 역사 속 국난극복의 주역들이 갑질을 하거나 카르텔을 만들었다는 기록을 아직 찾지 못했다. 국민이 하나 된 안전하고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하고 수범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인생을 하나님께서 잠시 빌려준 시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회에서의 역할 또한 그런 차원에서 이해한다. 사회 지도층은 아니지만, 누군가 나로 인해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는지 오늘 하루 반성해본다.

백진욱, 안산대 금융정보과 교수

백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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