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녀가 사는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건축해야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하면서 수능연기라는 사상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경주 지진 이후 1년2개월여만에 역대 2위 규모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직접 피해를 입은 포항주민들뿐만 아니라 아니라 온 국민이 지진충격에 빠졌다.

지진 피해의 차이는

공교롭게도 필자의 고향이 포항이어서 안타까움과 놀라움이 더 하다.

이번 지진은 포항 북쪽 흥해 부근에서 발생하였다.

경주지진보다 진앙에서 가깝고 지진단층이 수평이 아닌 상하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피해가 더 컸다.

하지만 같은 포항에서도 피해가 큰 건물이 있는 반면 큰 피해를 보지 않은 건물도 있었다.

도대체 어떤 차이가 지진피해의 크고 적음을 결정했을까?

진앙에서 가까운 지역의 피해가 큰 것은 맞지만 내진설계가 적용된 새 아파트들의 벽면이 금이 가면서 피해가 큰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내진설계 기준조차 없었던 20~30년전에 지은 아파트들 중 피해가 없는 아파트들도 있으니 말이다.

1986년 완공된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35개 동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반면 포스텍에서 1km떨어진 대잠동의 27년 된 한 아파트는 화장실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그 차이는 바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여 건축을 하였느냐에 있었다.

포스텍은 고 박태준 포스코 전 회장이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1000년이 갈 학교를 지으라고 하면서 내진설계 기준도 없던 시절 튼튼한 건물로 지었다.

그 결과 기울어진 D 아파트의 외벽은 15cm임에 반하여 포스텍 본관의 외벽두께는 30cm나 된다.

또 기둥 설계에서 가로로 놓는 철근(횡근)의 간격이 기둥 폭보다 촘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진으로 부러진 장성동 원룸건물은 기둥 폭 30cm에 횡근간격 32-33cm로 기준 이하임에 반하여 포스텍 건물은 기둥 폭 40cm에 횡근간격 20cm로 기준이상으로 튼튼하게 지어졌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포스텍 건물의 지진피해가 없었던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아닐까

필자의 부모님께서 거주하시는 주택 역시 건축한지 40년이 지났지만 건축 당시 튼튼하게 지은 덕분에 흔들리는 진동은 느꼈어도 건물자체에 균열이 가는 등의 피해는 없었다.

기본과 원칙이 정답이다

우리나라의 재건축 허용연한은 30년으로 30년이 지나면 노후화로 인하여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는 의미인데 수 백 년이 지난 문화유산이나 80년 이상 지금도 잘 견디고 있는 일본강점기 시절 건축물을 보면 기본과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새로운 법과 기준이 필요하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 설계와 기준을 잘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있는 기준이라도 기본에 충실해서 원칙대로 잘 지키는 것이다.

내진설계기준이 적용이 된 새 아파트임에도 균열이 발생하면서 부실공사 논란이 생기고 있는 지금 과연 건설회사 회장님이 직접 거주할 집이었다면 그렇게 건축했을까

이익창출이 기업의 목적이긴 하지만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건설회사라면 적어도 내 자녀가 살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최소한의 기업윤리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