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연구소 탐방을 위해 찾은 엠투소프트. 지난해 말 성수동 사옥으로 이전해 깔끔하게 인테리어 된 엠투소프트의 카프리(cafri)라는 이름의 소회의실에서 엠투소프트 기술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고정훈 연구소장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고 소장은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대화 상대방의 눈을 주시했고 눈동자의 움직임엔 흔들림이 없었다. 인사를 나누면서도 가벼운 유머를 섞은 간결한 인사말이 듣기에 좋았다.

합류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안 것이지만, 화술은 앞뒤가 정연하고 막힘 또한 없었으니, 논리로 조직을 이끌기에 충분한 사람으로 보였다. GE의 전 CEO인 잭 웰치는 조직을 논리로 이끈다고 했다.

“지난해 엠투소프트에 합류한 것은 제게 새로운 도전이자 꿈을 이룰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옛사람들은 쓰임의 때를 기다린다는 표현으로, 꾀꼬리와 종달새가 우는 기간보다 울지 않는 기간이 더긴 것처럼 사람도 한번 쓰이기 위해선 검의 날을 세워두기에 소홀해선 안 된다고 했다. 엠투소프트에 합류하기 전까지 고 소장의 이력은 날을 세워두는 기다림의 세월이었던 듯싶다.

고 소장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연구직으로 엔지니어로서 첫 발을 내디딘 이후, MSN 한글화 작업 등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현지화하고 로컬에서 필요한 기능을 개발하는 작업을 수행하며 탄탄한 실력을 쌓았다.

또한 한국에서 모바일 메신저를 직접 개발해 통신사에 공급하는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을 진행하며, 8년간 한국에서 R&D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벤처의 열정과 성취감 봤다

이후 고 소장은 탁월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로 자릴 옮겨 연구 업적을 이어갔고, 2009년엔 본사의 부름을 받고 미국 행을 준비하던 중 그와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엠투소프트의 CTO 전승민 전무로부터 함께 일해 줄 것을 제안 받는다.

전 전무의 오랜 설득이 이어진 끝에 고 소장은 마침내 마음을 돌려 지난해 엠투소프트에 전격 합류하게 된다.

“변화의 갈림길이라 선택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 고민의 끝자락에서 엠투소프트를 선택한 까닭은 그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연구직을 수행하면서 오랫동안 품어온 한 가지 꿈 때문이었다.

“대기업에 종사하면서도, 가슴 한켠에는 항상 벤처기업에 몸담고 싶은 생각을 가졌어요.” 작은 조직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열정이나 성취감 같은 정서를 고 소장은 늘 그리워했다.

그런 즈음에 엠투소프트 기술연구소에 합류해달라는 전 전무의 제안은 그에게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고 소장은 신중한 고민 끝에 회사의 비전과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고, 열정을 던질 만한 곳이란 확신까지 세운 후, 2010년 엠투소프트로 자릴 옮겼다.

그런 고민을 한 때가 벌써 일 년을 넘겨 새로운 조직문화에 적응했고, 최근엔 연구소장이란 중책까지 맡게 됐다.

“자릴 옮긴 후 그간 근무하면서 벤처만이 가질 수 있는 신선한 열정을 엠투소프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조직원들과도 화합할 수 있었던 1년이었습니다.”

연구소 비전과 실행의지 모으는데 초점

고 소장은 요즘 연구소장으로서 역할 정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연구원들과 함께 실현할 엠투소트프 기술연구소의 비전을 만들고 이를 실행할 의지를 모으고 있습니다.”

비전을 실현하는 것은 결국 연구원들이기에, 고 소장은 연구원들에게 어떤 목표를 주고 독려하면서 미래에 찾아 올 새로운 만족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또한 그는 연구원들에게 변화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모습을 요청하고 있다.

그렇다면 변화의 내용은 무엇일까?

“연구 조직과 프로세스의 강력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외부 IT환경은 급변하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질로 연구소를 변모시킬 계획입니다.”

눈앞에 성큼 다가온 두 가지 IT흐름이, 연구소가 적극 변화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와 클라우드 환경은 엠투소프트가 적응해야 할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입니다.”

“컨슈머 쪽에서 시작된 스마트 바람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며, 기업의 IT이용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클라우드는 적어도 4~5년 후엔 적용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봅니다.”

엠투소프트는 이런 트렌드를 R&D의 주요 과제로 삼아 적극 대처하고 있다.

클라우드, 모바일 트렌드 제품에 적극 반영

“올 상반기에 발표될 리포팅 시스템의 새 버전은 서버 중심 리포팅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클라우드 환경에 적용할 수 있게 제품을 만들었으며 스마트 환경을 위해 모바일 지원 기능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고 소장은 이런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조직에도 손을 댔다.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빨리 수용하고, 신속한 연구 성과물을 만들 위해 그는 한국에선 다소 생소한 ‘애자일’이란 독특한 개발 방법론을 개발팀에 적용했다.

이 방법론은 개발 기간을 짧게 끊어 개발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주요 특징으로 삼고 있다.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데 애자일 프로세스는 매우 적합한 방법론으로 알려졌다.

“개발기간을 길게 늘이는 종래 방법론에 비해 애자일은 개발기간을 짧게 끊어 관리하는 것을 차별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적용을 통한 이점은 무엇일까?

“기업 비즈니스 상황에 맞춰 신속한 변화가 가능한 것이 이 방법론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ISV들은 대략 3년 주기로 메이저 제품을 발표한다. 이렇게 늘어진 개발기간에 맞춰 조직과 프로세스를 설계하면, 변화를 수용하는데 문제점을 노출하게 된다. 찾아온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려면 개발 리소스를 새로 구성해 투입해야 하는데 늘어진 방법론은 자원을 적시 투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애자일 적용, 개발기간 짧게 끊어 관리

“애자일 프로세스를 적용하면 3년이란 개발기간을 짧게 끊어 가면서 개발 프로세스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개발이 끝나는 관리 시점마다 시장이나 기술의 변화를 제품에 적극 수용할 수 있습니다.”

애자일을 채택한 엠투소프트는 개발기간을 짧게 끊어 관리하면서 자원 활용도를 높이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됐다.

고 소장은 애자일 프로세스의 성공적인 적용을 포함해 연구소에 대한 전반적인 개발 라이프사이클 개선을 부임 초기 역점 업무로 삼고 있다.

“개발 프로세스 관리, 일정관리, 버그 테스트 등 제품 개발에 필요한 일련의 내부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방법론을 모색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개선책 적용이 일차로 종료되는 올해 중반쯤이면 연구소의 개발 프로세스는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갖출 것입니다.”

IT시장의 변화를 앞서 읽고 있는 엠투소프트 기술연구소 고정훈 소장. 그가 그간의 연구경험과 성숙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연구소에 변화의 새바람을 불어넣길 희망해 본다.

<데일리그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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