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분야 최고 기업 표방하는 글로벌 경영 선두주자

새로 발급한 여권만 5, KAL 120 마일리지 쌓여

최악의 불황인 내년에도 핵심 기술엔 과감히 투자방침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경영자에게 그 해 매출실적은 CEO로서 갖춘 역량을 낱낱이 평가받는 지표다. 전년 대비 올해 20% 이상 오른 매출액 때문인지 마크애니 종욱 사장(사진)은 대화마다 활력이 넘쳐 흘렀다.

인도네시아서 돌아온 지 이틀째라고 말하는 최 사장의 얼굴에선 피곤한 기색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스쿼시로 단련한 강철 체력을 소유한 탓도 있지만, 어젯밤에 해외서 날아든 낭보로, 연말이라 매출 챙기기에 복잡했던 생각은 한껏 가벼워졌다.

마크애니는 인도네시아의 한 공공기관이 발주한 IT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해외 사업부를 중심으로 핵심 자원을 집중하는 등 지난 몇 달 간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전체 사업금액이 17억 원에 달해, 해외 솔루션 비즈니스로는 가히 메가급 규모였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소식이 지난 밤 회사로 전해졌다. 아침엔 전 직원들에게 떡까지 돌려 수주의 기쁨을 함께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비롯해 올핸 액수가 큰 규모 사업을 여럿 수주했다. 이를 통해 2011년 매출은 지난해 대비 20% 성장한 170억 원을 달성했다.

“상대적으로 하반기 사업이 좋았습니다. 모바일 DRM 솔루션 판매가 늘었고, e-북 매출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해외 사업도 성장했습니다.” 최 사장이 언급한 3개 사업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며 몇 해 전부터 솔루션 투자를 꾸준히 해온 분야다. 시장이 개화할 시점만 기다리고 있었다. 최 사장이 성과를 찬찬히 설명했다.

“스마트폰에서 그룹웨어까지 접속해 업무를 처리하는 기업들이 모바일로 회사 기밀이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마크애니의 모바일 DRM 솔루션을 많이 구매했습니다.”

“태블릿 PC 사용이 확대되고, 정체돼 있던 e-북 시장이 확대되면서 보안과 컨텐츠 제공을 함께 해줄 수 있는 e-북 솔루션 수요가 올해 크게 확대됐습니다.” 올해 신세계 구룹서만, e-북 솔루션 판매를 통해 24억 원 매출고를 올렸다.

“북미선 워터마킹 솔루션 판매가 꾸준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존 고객들로부터 추가 수요가 발생했고, 신규고객도 다수 확보했습니다.”

EMI를 비롯해 5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컨텐츠 불법복제 방지를 위해 마크애니의 워터마킹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올해도 솔루션을 추가로 구매했다.

이처럼 디지털 컨텐츠의 불법복제나 유통을 막을 수 있는 워터마킹 기술은 마크애니가 세계 최고로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문서보안 솔루션도 올해 다수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하며 성장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카타르에선 13개 부처에 솔루션을 공급했고, 인도네시아선 정부와 은행, 브루나이는 정부부처 사업을 수주했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발판 삼아, 마크애니는 2012년 매출 목표를 180억원으로 잡았다. “내년엔 모바일, e-북, 해외 사업서 더욱 속도를 낼 것입니다. 대기업의 공공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법안이 마련돼, 솔루션 수익률이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모바일 보안이나 워터마킹 분야 R&D 투자를 높일 계획입니다.”

상명대학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를 겸직하고 있는 최 사장은 IT나 경영 이외에도 다양한 학문 분야에 관심이 많다.

현대물리학, 진화론, 세계사는 최 사장의 주요 학문적 관심사다. 그의 책장 한 켠엔 평행우주 이론을 다룬 책이 꽂혀 있다.

최 사장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 원리, 다윈의 진화론,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론을 비롯해 역사와 문화 등 다양한 학문에 대한 이해가 깊다.

“물질 측정 과정에서 관측자의 의식이 개입하면 측정값이 달라진다는 양자역학의 결론은 받아들이기에 다소 놀랍습니다.” “새로운 중력이론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없었다면, 현대의 천체물리학은 존재하지 않았겠지요.”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진화는 매우 일상적인 현상이며, 진화의 속도 또한 매우 빠릅니다.”

이런 다양한 학문에 대한 관심이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번은 카스피해 연안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에서 찾아 온 손님에게 과거 아제르바이잔을 중심으로 기원한 사파비 왕조가 이슬람 세계에 끼친 영향을 상세히 설명을 해주었더니, 굉장히 흥미로워 했습니다.”

사파비 왕조를 세운 이스마일 1세는 이란 전역을 평정하고 유프라테스강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며 이란의 민족적 부흥을 실현했다. 또한 수니 이슬람 지역인 이라크의 바그다드와 모술을 병합했으며, 시아 이슬람을 국교로 선포했다. 이런 얘기들을 중심으로 손님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얘기가 끝난 후, 자신의 속한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은데 감명을 받은 방문객과 최 사장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비즈니스할 기회까지 생겼다.

최 사장은 해외서 이번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써 새로 발급받은 여권만 5개. 사업 차 인도네시아를 찾은 횟수만 80번. 대한항공에 쌓인 마일리지는 120만.

최 사장은 일년 중 절반은 해외에 머무르며 현지 비즈니스를 챙긴다. 다가오는 휴일엔 말레이지아로 출국한다. 이후 보름 동안 동남아 여기저기를 방문할 참이다. 일정을 확인하는 그의 수첩엔 현지서 만날 사람과 비즈니스 계획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데일리그리드>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