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정책이라도 제대로 시행하면서 결실을 맺어야

8월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여의도, 용산 마스터 플랜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싱가포르 출장 시 여의도, 용산 마스터 플랜 발언 이후 서울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고 서울집값 상승을 빗댄 박원순 효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 서울시장의 책임론까지 거론되자 수습에 나선 것이다.

박원순 효과가 되기 까지 어떤 일이 있었나

싱가포르에서 밝힌 여의도, 용산 마스터 플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의도를 개별 재건축이 아닌 통째로 재개발하여 국제금융업무중심지와 주거지가 어우러진 신도시급으로 개발을 하고,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지상구간 철로를 지하화하여 지상공간을 회의, 관광, 전시시설, 쇼핑센터, 공원 등을 건립하는 MICE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의 마스터 플랜 발언이 서울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은 태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났다. 여의도 지역의 아파트 매물은 바로 거래가 되거나 회수되면서 단 기간에 억 단위의 호가상승이 되었고 목동 등 주변지역으로 열기가 번지면서 아파트 가격은 급등세가 연출되었다.

서울집값 상승에 화들짝 놀란 국토교통부가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한번 불이 붙은 서울집값을 잡기에는 역 부족이었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주요 개발계획을 함께 관리하자고 협의체를 구성하면서 균열이 봉합되는 듯 했지만 한달 간의 옥탑방 생활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강북을 강남처럼 개발을 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면서 서울집값은 사실상 제어불능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 동안 강남, 용산, 마포, 성수 등 핵심프레임 지역위주로 상승하던 서울 집값이 동대문, 은평, 관악, 노원 등 비 핵심지역으로 상승열기가 번져나가면서 묻지마 투자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집을 보지도 않고 매물이 나오면 바로 계약금을 쏘아야 겨우 잡을 수 있는 비 정상상황이 되면서 자신의 계획이 왜곡되고 있다고 억울해 하던 박원순 서울시장도 8.2대책을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박원순 효과라는 비아냥의 목소리가 나오자 부동산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택시장이 안정화 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마스터플랜 어쩌다가 한 여름 밤의 꿈이 되었나

박원순 서울시장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강남에 비하여 도시재생이 필요할 정도로 낙후된 강북지역을 개발하고 난 개발 방지를 위하여 서울의 3대 도심지역인 여의도와 용산을 체계적으로 전면 개발을 하겠다는 플랜에 대한 당위성은 분명 공감을 한다. 또 도시재생과 마을 공동체 복원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한꺼번에 건물을 올리는 부동산적 관점으로만 해석이 되어 과열이 되면서 역대 최초 3선 서울시장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하던 박 시장은 체면을 구기게 되었고 집값 상승 주범으로 몰리면서 차기 대선 행보에도 마이너스가 된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열심히 일 하는 것도 좋지만 모든 일에는 시장상황에 맞아야 하고 부작용도 미리 고려하여야 한다.

집값문제는 지난 40년 동안 역대 정권의 가장 중요한 우선 정책순위였고 풀지 못하는 숙제였다. 그만큼 우리나라 집값 문제는 서민주거와 자산증식, 내수경기 등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다. 오죽했으면 투기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가 부동산만 아니었으면 꿀릴 것이 없었다고 말했을까

낙후된 강북도심 개발사업은 문재인 대통령 1호 경제공약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라는 매우 좋은 프로젝트가 있다. 이 역시도 서울 집값 상승 때문에 잠시 보류된 상황인데 또 다시 개발플랜을 발표하면 부동산시장은 당연히 격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고 그 후유증과 피해는 국민들 몫이다.

당위성은 맞고 내용도 비슷하다면 업적에 집착하여 성급한 발표부터 하기보다는 기존에 이미 발표된 프로젝트를 하나씩 제대로 실행하면서 결실을 맺는 것이 국가와 서울을 위하여 올바른 정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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