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흉내로는 더 이상 한반도 평화와 국제사회의 인내를 기대 할 수 없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오늘 합의한 남북공동선언문에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우려했던 대로 북한의 비핵는 실종됐다.

며칠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발표한대로 9.19 평양합의문에서는 비핵화는 블랭크(빈칸)로 남겨졌다.

 문재인-김정은 남북정상은 평양 방문 첫 날 정상회담을 비롯해 여러번의 접촉과 오늘도 1시간가량 진행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 했지만 진정성 있는 비핵화는 찾아 볼 수 없는 맹탕 합의문을 발표로 많은 아쉬움과 우려가 남는다.

핵시설 목록과 향후 어떤 방식으로 검증과 폐기 할 것인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동안 세차례의 크고 작은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1차 남북정상회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제 자리에서 맴돌았다.

결과로만 본다면 중재자로서 촉진자로서의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얻어내진 못했다.

북한의 이런 안이한인식과 태도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기대 할 수 없다.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임박한 상황에서 갑자기 취소된 이유도 "돼는것도 없고 안돼는 것도 없이"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다.

비핵화 방안에 대해서 이미 북한은 여러차례 '말 성찬'을 늘어났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비핵화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다짐했으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하기로 약속도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공동선언문에는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전쟁 없는 한반도, 김정은 위원장의 핵없는 한반도란 구체적 방법 합의 도출과는 거리가 먼 추상적이고 선언적 발언으로 비핵화 흉내나 냈다.

문 대통령도 여기까지 오는데 있어 쉽지 않은 여정(旅程) 이었을 거고, 김 위원장과의 대화가 다 공개돼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경로와 접촉을 통해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많은 설득과 중재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수준이하다.

구체적인 성과 없이 공허(空虛)한 원론적 수준의 비핵화 방침만 재 확인돼 문 대 통령은 국내외로부터 “도대체 뭐 하러 갔냐”는 거센 공세를 피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김 위원장도 할아버지 대부터 지금까지 폐쇄적인 북한체제 내부의 문제도 있어 비핵화 카드를 한꺼번에 다 보여주기에는 벅찼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 동안 세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등 적지 않은 회담을 했지만 결국 비핵화에 대한 봉인(封印)을  풀려는 용기와 결단성이 부족 했다.

김 위원장은 공동선언문에서 “우리가 가는 앞길에는 생각 못 했던 도전과 난관, 시련도 막아져도 시련을 이겨낼수록 우리의 힘은 더 커지고 강해지며 이렇게 다져지고 뭉쳐진 민족의 힘은 하나된 강대한 조국의 기틀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 어떤 역풍도 두렵지 않다”고 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북한은 비핵화를 그리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재확인 해준 것이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대로 외세에 의한 간섭과 압박을 이겨내려면 한반도에 드리워진 핵물질과 핵무기를 모두 폐쇄할 때 비로서 우리 민족의 힘으로 '평화와 번영'의 앞날을 당겨 올 수 있다.

어제 문 대통령의 평양 순안공항 도착 후 지금까지 북한은 대대적인 환영 이벤트를 연출하며 최고의 환대를 보여줬다.

김 위원장은 공항에 마중 나와 문 대통령과 격한 포옹으로 영접했고, 의장대 사열에 북한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이 있었다.

김 위원장도 “수준은 좀 낮아도 최대의 성의를 다했다”고 말 할 정도로 북한의 형편으로 봤을때는 최고 수준의 환대였다.

하지만 오늘 남북정상간에 합의한 공동선언문은 북한의 환영과 환대 만큼 겉만 화려 했지 그 속은 텅텅빈 강정처럼 한반도 평화와 국제적 신뢰를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렉토릭에 불과 했으며,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미국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발판을 마련해준 격이다.

문 대통령은 선언문에서 올해 안에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겠다고 했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비롯해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 개최 등등 많은 부분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초대에 김 위원장은 조속한 시기에 서울을 답방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답방 자체는 남북이 오랜 대결과 갈등에서 벗어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간다는 상징적 의미는 있다.

이 또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없으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센 압박에 밀려 날 수 밖에 없다.

북한은 비핵화를 실천에 옮겨야 서울 답방도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통한 종전선언도 이뤄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남북경협과 해외투자를 유치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 시킬 수 있다.

비핵화 중재의 실질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 '9.19 평양 합의' 정도의 선언적인 비핵화로는트럼프의 마음을 돌리거나 교착 국면을 돌파 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오늘 회담결과에 대해 미국은 어떤식으로 반응 할건지 만약 비핵화에 대한 불신의 고리가 더 커진다면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후에 트럼프는 떨어진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해 일부로라도 북한과의 긴장을 더 고조시킬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마침 방북 마직막 날인 내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함꼐 백두산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한반도의 운명(運命)이 담긴 구체적이고 완전한 비핵화 실천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확실하게 매듭을 짓기 바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와 같아라'는 말 처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내' 한반도와 전세계의 평화와 번영의 결실을 이루어야 한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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