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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원칼럼] 알면 피하고 모르면 한순간에 당하는 보이스 피싱 (Voice Phising), 대처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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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원 |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사부 수석검사 등을 ...

[김인원칼럼] 알면 피하고 모르면 한순간에 당하는 보이스 피싱 (Voice Phising), 대처법은?
  • 김인원
  • 승인 2019.02.12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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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사기방법으로 영어 단어를 그대로 번역한다면 ‘목소리 사기’이
다. 즉 유선전화나 휴대전화를 이용한 금융사기를 의미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터넷, 이메일, 메신저 등을 이용한 사기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보이스 피싱의 핵심은 집요하게 심리적 약점을 파고든다는 점이다. 범죄는 점점 지능화되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특정 수법이 유행하다보면 그 수법의 전모가 드러나게 되고 이에 대중들은 그 범죄에 대한 저항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더 이상 그 수법이 ‘먹히지 않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이스 피싱은 가장 지능적인 범죄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칼을 들지 않아도, 상대를 윽박지르지 않아도, ‘알아서’ 돈이 입금되는 고도의 사기수법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보이스 피싱’의 사기 수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어설프고 엉뚱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보이스 피싱의 피해자들은 행정 엘리트인 공무원은 물론 대학교수까지 그 누구나 걸려들고 있다. 보이스 피싱은 지식이나 권위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보이스 피싱의 수법은 실로 다양하다. ‘당신의 계좌가 해킹을 당했다.’, ‘당신의 돈이 위험에 처했으니 지금 바로 금감원이 관리하는 안전한 계좌에 돈을 옮겨라.’에서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수사상 필요하니 계좌번호와 비밀 번호를 알려 달라.’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렇게 해서 자동화 기기에서 계좌번호를 누르게 하고 그 즉시 이체가 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입
금된 돈은 인출책, 전달책, 환전책으로의 전달 과정을 거치면서 신속하게 운반되고 최종적으로 ‘총책’에게 전달된다. 이들은 첫 전화통화에서부터 집요하게 상대방의 심리적 약점을 파고들어 이 같은 범죄를 성공시킨다.

보이스 피싱의 문제는 나중에 다시 돈을 입금받기가 무척 힘들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는 사기 범죄이니 법적으로 다시 되돌려 받으면 될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일단 해당 이체가 사기인지 확인해야 하고, 피해자의 말만 믿고 무조건 국가나 은행이 개인의 계좌에 손을 대기도 힘들다.

소송을 제기해도 그 즉시 돈을 받기 어렵다. 법적인 절차를 거치려면 최소한 수개월이 지나야 하고, 설사 그것이 사기라는 판명이 나더라도 이미 돈은 범인들에 의해 ‘공중분해’되어 없어졌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초의 시도에 반응을 보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사기 시도가 이어진다는 점을 잘 숙지하여 보이스 피싱으로 의심되는 일체의 전화에 대해서 처음부터 아예 응대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지금은 보이스 피싱이 하도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그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방법도 개발되었다. 보이스 피싱에 당하였다고 의심이 되는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를 하면 경찰이 곧바로 은행에 신고를 대행하여 불과 1여분 만에 지급정지가 되는 제도가 신설된 것이다. 물론 지급정지가 되는 기간도 2 내지 3일에 불과하다. 그 기간 안에 보이스 피싱의 피해자는 은행을 방문하여 자신의 돈을 인출하는 절차를 취해야 한다.

저자도 보이스 피싱을 당할 뻔 한 경험이 있다. 하루는 아내 로부터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한 은행에서 전화가 왔는데 저자 명의의 카드가 연체중이라는 내용이었고 아내는 그 은행으 로부터는 아무런 카드를 발급받은 사실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였더니 아마도 범죄자들이 저자 명의의 카드를 해킹하여 사용한 것 같다고 하면서 가까운 은행에 가서 자신에게 다시 전화를 하면 필요한 조치를 알려주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은 저자는 그동안 범죄자들이 특히 동남아 외국인들, 주유소 직원들이 카드의 신용정보를 해킹한 다음 카드를 위조하여 물품을 구입하거나 현금을 인출하는 사기범죄를 많이 처리해본 경험 때문에 당연히 그러한 범죄로 생각하고 아내에게 빨리 은행에 가보라고 하였다.

조금 후에 다시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은행에 가서 전화 온 내용대로 조치를 하려고 하였는데 아내는 워낙 전자장치와 거리가 멀어 직접 하지는 못하고 은행의 청원경찰에게 대신 부탁을 한 모양이었다. 청원경찰은 아내의 부탁을 받자마자 “아주머니, 오늘 3번째이시네요. 아주머니 같은 분들이 3명이나 오셨는데 이것 모두 보이스 피싱이니 아무 걱정 말고 돌아가세요.”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전화를 한 남자의 발음이 어쩐지 조금 불명확하고 알아듣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저자 명의의 신용카드가 해킹되었다는 그 소리에 그만 당황하여 상대방의 어색한 발음도 깜빡한 것이다. 지금도 아내의 서투른 전자장치 조작 솜씨와 그 친절한 청 원경찰에게 감사드린다. 잘 나가는(?) 검사도 하마터면 보이스 피싱을 당할 뻔 했으니 만약 진짜로 보이스 피싱을 당하였다면 두고두고 망신살이 뻗쳤을 것이다.

저자도 보이 스피싱 범죄자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하루는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일반 전화의 벨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수화기를 들었더니 전화기 저 편 넘어서 약간 서투른 한국 발음으로 여기는 금융당국이라는 소개 멘트가 들려왔다. 이미 위와 같은 사건으로 보이스 피싱을 당한 뻔 한 경험이 있던 차라 대뜸 “당신 보이스 피싱하고 있는 것이지, 어디야, 중국이냐, 내가 검사인데 너를 잡으러 갈 테니 꼼짝 말고 기다려.”라고 했더니, 상대방 왈 “네가 검사면 나는 검사 할아버지다.”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저자는 참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한탄을 하고 있는데 다시 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았더니 아까 그 남자의 목소리었다. “행복하세요.” 라는 단 한마디 후에 전화는 끊겼다. 아마도 저자에게 심한 말을 하고 몹시 찜찜했던 모양이었다. 그것이 자기 나름대로 자신을 잡으러 오지 말라는 사과(?)의 표시였나보다. 보이스 피싱은 당황하면 걸려드는 범죄이니 절대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을 해야 한다.

다음편에선 보이스 피싱의 여러 가지 형태를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근간으로 해서 살펴본다.

[글: 김인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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