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 세계를 이끌고 있는 지금, 글로벌 기업은 로컬 기업들이 애국 마케팅에 힘써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기업의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지만, 로컬 벤더들이 민족정서에 의지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설명인데, 애국마케팅은 실제로 로컬 벤더들이 매출을 올리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것도 현실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벤더들은 성공한 국내 기업들이 실력이 아닌 국민정서에 호소해 성장해왔다며 기업 가치를 깎아 내린다.

IT분야의 형님인 미국의 현실은 어떨까? 미국의 기업의 95% 이상은 미국산 IT브렌드 제품을 구매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운영체제로 윈도와 맥을 쓰고, 하드웨어로 IBM과 HP를 쓰며, 네트워크로 시스코나 주니퍼 제품을 산다. 미국 소비자들은 IT제품을 도입하면서 미국 외의 국적을 가진 회사가 만든 제품을 산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한국과 미국을 떠나, 이처럼 로컬화한 IT의 소비를 잘못된 현상이라고 단정지어야 할까? 소비를 바라보는 판단의 기준은 다양할 것이나, 필자는 이처럼 정서적인 성향을 고려한 소비가 꼭 틀린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두부를 사러 시장의 두부전에 나갔더니, 상인중에 낯이 익은 옆집 아줌마가 두부를 팔고 있다면 대개의 사람은 옆집 아줌마의 두부를 사려들 것이다. 구매의 이유는 단순하다. 아는 사람이 두부를 팔고 있으니, 기왕이면 그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까운 것과 먼 것은 차이가 있고, 가까운 것에 관심이 더 가는 것은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에 해당한다. 생각해보라. 내 아버지가 죽으면 상심해 한동안 식음을 전폐할 지경이나, 친구 아버지가 죽으면 장례식장을 찾아 잠시 조의를 표한 후, 밤새 술 마시고 화투 치며 논다.

그래서 이런 감정을 이용해 마케팅을 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과하지 않다는 가정 이래, 보편적인 통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장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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