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인 인테리어, 유연한 공간구성 돋보여” 기업 행사 장소로 ‘제격’

▲ 성수동 "espresso room" 카페

2월이라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 드는 겨울 저녁, 저만치 공장에서 들려오는 프레스 돌아가는 소리는 발걸음을 재촉할수록 커졌다. 성수이로 인근 공장에서 일을 막 마친 노무자들의 종종걸음엔 목적지를 향하는 조급함이 묻어 있었다. 대로변 자동차 공업사의 작은 마당에서 놀던 강아지가 제 집으로 들어가며 낯선 사람을 보고 콩콩 짖는다. 성수 전철역 입구를 빠져나와 성수이로로 들어선 후 소규모 공장을 몇 개 지나 5분쯤 걸었을  무렵, 새로 지은 건물 1층에 카페 ”espresso room(에스프레소 룸)”의 노란 간판이 방문객의 시선을 선명하게 잡았다.

환경 (Environment )
espresso room이 위치한 성수동은 한강과 중랑천을 접하고 있는 곳으로 소규모 공장이 밀집된 유서 깊은 경공업지역. 공장지역 외곽엔 아파트와 주택이 섞인 일반 주거지역이다. 서울숲이 개장되며 휴식 공간으로 이름을 알렸고, 분당선 전철이 연결된 후엔 교통의 요충지로 주목받고 있다.

 
espresso room 주변 성수동 수제화 타운엔 강남에서 넘어온 구두나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주 방문한다.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기 위해 전문모델과 연예인들도 시간을 내 이곳을 찾는다. espresso room이 위치한 성수이로엔 몇 해 전부터 분양한 디지털단지 빌딩에 입주한 IT기업들이 공장과 주거 중심의 도시문화에 변화를 주고 있다.

수입차 정비 공장은 이곳에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또다른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espresso room 길 건너편 ‘대림창고’에선 서울모터쇼에 선보일 BMW미니 페이스맨(Face Man)을 언론에 사전 공개하는 이벤트가 진행되며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낡은 공장과 창고, 전문 수제화 타운, IT기업들이 위치한 디지털단지, 수입 자동차 공업사. 이런 모습들이 한데 어울려 색 다르고 복합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 바로 성수이로다.

인테리어 (Interior)

 
두꺼운 유리문을 살며시 젖혀 카페안으로 들어섰다. 차분한 조명 아래 차잔을 앞에 둔 손님들이 얘기와 웃음을 이어갔다. espresso room은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고급리테일숍의 인테리어를 10년 넘게 경험한 주인의 손맛이 가득 묻어나는 까페였다.

고급 호텔체인인 포시즌스(Four Seasons)의 익제큐티브룸(Executive)에 주로 사용되는 버치우드(Birch wood) 원목의 메인 컬러와 스칸디나비안 빈티지 스타일의 절제된 가구들은 고급스럽지만 부담 없는 모던한 분위기를 이끌어 냈다.

높아 시원스럽기까지 한 천정엔 일조량에 따라 조도 조절이 가능한 대형 펜던트형(Pendant), 핀조명(Pin Lighting) 할로겐 램프들이 멋스럽게 장식되어 있다. 카페를 찾아 전자책을 읽거나 탭북으로 업무를 보는 손님들을 배려한 조명시스템이 돋보인다. 성능 좋은 앰프와 스피커로 구성된 최고급 오디오 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음악에다가 생활에 찌든 귀를 편히 맡겨 볼 수도 있다.

공간구성 (Zoning)
실내 공간을 유동적(Flexible)이며 확장 가능하게(Expandable) 설계했다. 내부엔 격벽식 도어를 설치해 세미나, 포럼 등의 행사를 규모에 맞게 진행할 수 있다. 격벽식 도어를 열면 모든 공간을 연결해 쓸 수 있고, 작은 규모의 행사는 도어를 닫아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이를 통해 적게는 10명부터 많게는 100명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격벽식 도어를 모두 닫으면 공간은 3개의 실내 공간으로 분리된다. 그래서 만들어진 방들의 이름은 밀크룸(40명 수용), 커피룸(60명) 슈가룸(20명)인데, 달달한 느낌이다. 넓은 테라스(20py)와 주차 공간을 확보한 것도 카페의 장점이다.

메뉴 (Foods)

 

바쁜 전문직 종사자들을 위해 준비한 심플하며 맛깔스런 먹거리도 눈길을 끈다. 샌드위치 하나를 만들어도 엄선된 친환경 식재료만을 고집한다.

바게트가 프랑스를 대표한다면 이태리를 대표하는 샌드위치 빵은 파니니(Panini). 먹물 모짜렐라 파니니는 espresso room의 인기 메뉴다. 암을 예방하는 뮤코다당류(mucopolysaccharides)가 풍성한 오징어 먹물을 듬뿍 써 만든 이 음식은, 주인이 손수 만든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함께 곁들이면 온전한 영양구성에 그 맛이 일품이다.

탄두리 치킨도 espresso room의 핫 메뉴다. 식욕을 자극하며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일해무익이라 불리는 인도 강황인 ‘터메릭’과 신선한 닭고기가 어우러진 이 메뉴를 주문한다면, 인도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연어, 토마토와 신선 야채가 듬뿍 담긴 훈제연어 프리타타(Frittata)를 비롯해, 칠리새우 오믈렛, 허니 까망베르 파니니, 화이트 올리브 샌드위치 등 정성 가득한 매뉴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또 이탈리아 티라미슈(tiramisu) 케익을 커피와 함께 먹어볼 수 있고 출출할 땐 수제쿠키(Cookies)가 입맛을 돋군다

후기 (epilogue )
빈 공장과 창고가 가득했던 뉴욕의 첼시(Chelsea)지역은 유니크한 마켓과 예술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98년 밴쿠버 엑스포 이후 부둣가 창고, 공장 지대가 최고급 주거 지역과 첨단 벤처 기업, 고급 문화공간으로 변모된 예일타운 (Yale Town)에 대한 얘기도 지면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소규모 공장지대가 즐비했던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엔 명문 미술대학, 갤러리, 예술가들의 스튜디오, 유명 맛집과 식재료 마켓이 들어서며 주목받았다. 이런 도시들의 변화된 모습에서 성수동의 변화를 비춰본다.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반스(Vans)’의 세계적인 컬쳐 플랫폼인 하우스 오브 반스(House of Vans)가 1,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이색적인 파티를 진행하는 등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반스 사례에서 espresso room의 멋진 미래를 그려본다.

 교통편
 지하철: 성수역 3번 출구에서 200미터 거리 
 승용차: 성수대교에서 우회전 성수역 3번 출구 방향
            영동대교에서 좌회전 성수 이마트 본사 방향

 연락처: 02-462-6780

장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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