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재고처분 대박할인’, '교통비만 남기도 다 챙겨드립니다’, ’손님은 왕입니다’, ’고객먼저 생각합니다’…길거리에 붙은 수많은 광고문구들이다. 어쩌다 혹하는 손님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경험한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이런 메시지에는 아예 관심조차 두질 않는다. 지킬 수도 없고 지킬 생각도 없는 가짜 약속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란한 광고나 마케팅 없이도 좋은 재료로 만든 퀄리티 높은 상품과 서비스로 제 값을 받으면서도 조용히 손님을 끌며 사랑 받는 브랜드와 기업도 존재한다. 실제로 모 케이블 방송의 먹거리X파일에 소개된 ‘착한식당’들을 보면 일맥 상통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라 맛을 본 손님들은 알아서 그 가게를 찾게 되며 자발적으로 입소문까지 내준다.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착한식당 주인들은 마케팅에 ‘마’자도 모르지만 한 우물만 판 주인들이라 고집도 있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래서 때로는 손님들에게 무뚝뚝하거나 불친절하게 보여지기도 해 오해를 살만도 하지만 손님과 주인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신뢰가 쌓여있다. 지불한 비용만큼의 진정한 가치가 오고 가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형 호텔 레스토랑 체인업체는 메뉴판에 표기한 것과 다른 재료로 만든 음식을 내놨던 것이 들통이 나 대표이사 사과는 물론이고 사임으로까지 이어졌다. 눈앞에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소비자를 속이는 기업은 과거와 달리 존폐까지도 위협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는 과거 유행하던 노래 가사처럼 요즘 세상은 가짜와 거짓이 넘쳐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심'이 아쉽지만 진심을 이야기 해도 진심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시점에 진심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fact)에 기반한 논리적 설득과 감성적(emotional) 접근이다. 그리고 반복적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얻는 신뢰가 쌓여야 함은 물론이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 중 '솔직성의 법칙'에서 기업들이 진심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고 솔직해지려는 목적은 잠재 고객에게 확신시킬 수 있는 이득을 밝혀두려는 것이라고 했다. 고객에게 뭘 줘야 할지도 모르는 애매모호한 진심 마케팅은 오히려 고객의 혼란을 가중시켜 독이 될 수도 있는 어려운 마케팅이므로 아무나 섣불리 따라 할 수 있는 마케팅은 아니다.

과거 AVIS렌터카는 ‘우리는 2등입니다’라고 말했고 구강세척제 ‘리스테린’을 광고할 때는 ‘하루에 두 차례씩 싫어하는 맛을 냅니다’라며 자회사의 상품의 단점을 내세워 돌직구 광고를 했다. 소비자는 은연중 2등이니 더 노력할 것이란 믿음을 갖게 됐고 싫어하는 맛을 내지만 효과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SK에너지가 '진심을 채우다’라는 슬로건으로 정유시장에서 독자적인 ‘진심’ 광고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다. 저가 경쟁으로 혼탁해진 정유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소비자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사실에 입각해 논리와, 재미, 유머코드를 섞은 메시지로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주유 시 정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투명 주유기와 기름 수송과정에서 가짜 기름이 섞이지 않도록 하는 탱크로리 차량의 GPS 전자봉인 수송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로 진심을 호소 하고 있다. 겨울철 혹한기 영하24도 아래로 내려가도 기름이 얼지 않도록 해주는 계절별
배합기술과 해외에도 수출할 만큼 좋은 품질의 기름을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를 풀어 내고 있다. 기름 넣고도 불안했던 소비자들에게는 귀에 쏙 들오는 광고 일 수 밖에 없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며 소비를 해야 하는 피곤한 요즘 소비자들 입장에서 기업들의 솔직 담백하면서도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진심’ 마케팅은 무척이나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앞으로도 진심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진정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는 기업들이 더 필요하다. 소비자 지향적 마케팅 캠페인이 계속 활성화 되는 것이 바로 소비자가 살고 기업이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

조남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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