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업 정상화 대책을 내놓고 부채 비율을 200% 이내로 줄이라고 지시했다. 현재 국가 부채는 400조원, 공기의 부채는 600조원을 상회한다. 또한 국가 예산은 300조원을 정도. 이처럼 숫자로만 봐도 공기업의 부채 문제는 매우 심각한 것이기 때문에 해결하고자 신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반면 공기관들은 부채를 기준선 이하로 줄이라는 정부 요구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부채의 상당수가 정부사업으로 발생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국수자원공사는 채권을 발행해 4대가 공사비를 대부분 지출해 부채가 크게 늘었다. 국회심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책정한 4대강 예산이 삭감될 것을 우려한 이명박 정부가 노골적으로 편법을 쓴 것이다. 이처럼 공기관들은 일은 정부가 하고 책임은 공사에 떠넘기는 정부의 대책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또한 현재 600조원인 공기업 부채를 기한내 300조원 이내로 줄이라는 정부의 요구는, 공기업 사업 구조상 쉽지 않은 일이다. 빚을 갑으려면 수익을 내야하는데 돈벌구멍이 마뜩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도로공사는 고속도로통행료를 올리겠다며 현 정부의 공기업 대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처럼 대국민 서비스로 돈을 받는 공기업이 부채 축소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 비용을 너도나도 올릴 경우, 정부 사업 실패를 국민의 세금으로 갑는 꼴이 된다. 이런 상황을 국민들이 선뜻 받아들이긴 어렵다.

그렇더라도 현재 민간기업에 비해 과도하게 책정돼 있는 공기업의 임금이나 성과급, 복리후생비 등은 확 줄여야 할 것이다. 적자 기업에게 방만경영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간 공기업을 개혁하겠다고 역대정부가 나섰지만, 모두 용두사미로 끝났다. 제 밥그릇을 절대 못줄이겠다는 공기업 임직원의 반발이 거셌기도 하지만 '낙하산 사장' 인사 문제를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을 도운 인사를 낙하산 인사로 투입하다보니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사장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터줏대감인 해당 공기업 직원들에게 비웃움을 샀다. 하는일도 모르고 조직 통제되 안되는 상황에서 개혁을 적극 추진하긴 불가능했다.

상식밖의 일은 연봉 결정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낙하산 사장은 대통령 당선에 힘썼으니 한몫 챙길 생각으로 자신의 연봉을 올렸고, 이를 본 직원들은 ‘낙하산 인사 때문에 우리는 사장도, 임원도, 감사도 되지 못할 것이니 돈이나 많이 달라’며 그들은 먹잇감으로 전락한 낙하산 사장을 압박해 연봉을 올렸다. 모두 노골적으로 자행된 병폐였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은 무시했다. 

이처럼 신정부가 개혁한다고 나선 공기업 방만경영에 대한 숙제는 고질적인 것어서 해결이 쉽지 않다. 하여 ‘결국 모든 책임을 국민이 져야 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박근혜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최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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