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투수는 역할에 따라 필승조와 추격조로 나뉜다. 지난해 LG 고우석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전천후 투수에 가까웠다. 빠른 직구를 갖고 있지만, 상대를 무너뜨리기에는 경험이 부족했다. 결과는 56경기에서 3승 5패 3홀드, 평균자책점 5.91.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다.

프로 3년차인 올 시즌 고우석의 역할이 달라졌다. 필승조로 시즌을 출발해 4월 말 정찬헌을 대신해 마무리 투수로 올라섰다. 임무가 바뀐 배경엔 뚜렷하게 상승한 성적이 있다. 3월 4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다소 부진했으나, 4월 한 달간 12 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자책점은 단 2점에 불과했다(월간 평균자책점 1.42).
 

놀라운 점은 마무리 투수 자리에 들어선 이후 주요 지표 모두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것. 5월 이전까지 16경기에서 1승 2패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41,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1.29를 기록한 고우석은, 5월 이후 17경기에서 4승 11세이브, 평균자책점 1.53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게다가 WHIP도 1.08을 나타내며 짠물 투구를 자랑했다.

5월을 기점으로 성적이 더욱 좋아진 건 주자를 덜 내보냈기 때문이다. 전후를 비교했을 때 피안타율(5월 이전 0.185, 이후 0.194)과 피장타율(5월 이전 0.277, 이후 0.290)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피출루율은 0.329에서 0.286까지 크게 낮추는 데 성공했다.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건 마무리 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임무다. 클로저는 점수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 오르는 경우가 많아 장타 한 방으로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기 마련. 고우석은 마무리로서 첫 시즌을 보내는 투수답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5월 이후 단 한 차례도 블론 세이브를 내주지 않았다.

고우석의 활약은 ‘웰컴저축은행 웰뱅톱랭킹’ 점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웰컴저축은행 웰뱅톱랭킹’은 KBS N SPORTS, 스포츠투아이㈜, 웰컴저축은행이 공동 개발한 신개념 야구 평가시스템으로, 승리기여도 점수가 배가 돼 팀 승리에 얼마나 보탬이 됐는지 알 수 있다.

고우석은 4월까지 기본점수 106.3점과 승리기여도 점수 36.6점을 더해 웰뱅톱랭킹 점수 142.9점을 쌓으며 투수 부문 46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황중요도가 높지 않은 시점에 등판하는 경우가 많아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빼어난 피칭을 펼친 5월 이후에는 무려 699.6점, 경기당 평균 41.2점을 챙겼다. 같은 기간 고우석보다 높은 점수를 나타낸 산체스(SK, 800.6점)와 양현종(KIA, 797.1점), 루친스키(NC, 755.7점), 하재훈(SK, 738.2점) 등 네 선수뿐이다. 고우석은 연일 호투를 거듭하며 올 시즌 웰뱅톱랭킹 투수 부문 7위(842.5점)에 올라 있다.
 

웰뱅톱랭킹은 같은 안타나 삼진이라도 상황중요도가 높은 플레이를 더 가치 있게 평가하는 점수 체계다. 상황중요도는 남아 있는 기회와 이닝, 아웃카운트, 주자상황, 점수차를 놓고 평균적인 상황보다 얼마나 더 중요한지 나타낸다. 

1을 기준으로, 이보다 클수록 긴박한 순간을 말한다. 최근 들어 고우석이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던 비결도 상황중요도에 있다. 5월 이후 상황중요도가 높았던 다섯 차례 모두 상대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마무리에 어울리는 심장을 증명해냈다. 

LG 마무리 투수는 봉중근 이후 매년 바뀌었다. 2016년 임정우, 2017년 신정락, 2018년 정찬헌에 이어 올 시즌에는 고우석이다. 새로운 역할을 100% 해내고 있는 고우석이 올 시즌 얼마나 많은 세이브를 올릴 수 있을지 지켜보면 좋을 듯하다.

‘웰컴저축은행 웰뱅톱랭킹’의 타자별, 투수별 랭킹 차트 및 선수별 점수 현황은 홈페이지는 물론 KBS N SPORTS 2019 KBO 리그 중계와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통해서도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웰컴저축은행 웰뱅톱랭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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