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KBS
사진 = KBS

배우 전미선의 소속사가 그의 사망 소식을 알린 가운데 과거 그의 5년 공백기가 재조명 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전미선은 레이디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연기와는 완전히 담을 쌓은채 은둔하다시피 흘려보낸 서른 즈음의 시간 5년에 대해 고백했다.

그는 "연기는 안중에도 없었어요. '해야 하는데,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혹은 '연기를 그만둬야지, 안 해도 그만이지'와 같은 생각 자체가 아예 없었어요. 그저 '전미선이라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빠져서 허우적대기만 했어요. 정체성이 흔들려버린 거죠. 아무도 만나기 싫었고, 세상만사가 다 귀찮았어요. 그래서 하루 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어요. 들어오는 일도 거절하고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으로 언론에 보도가 됐는데, 사실 5년 내내 우울했던 건 아니에요. 연기를 제외한 모든 것을 열심히 했거든요. 하고 싶었던 것, 못했던 것 다 하면서요. 주로 레포츠나 여가 활동에 전력을 쏟아 부었어요. 여행도 가고, 승마도 배우고, 결혼이 목표이기도 했죠(웃음). 결혼해서 살림하면서 아이 낳고 그렇게 살고 싶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전미선은 아울러 "바닥이 없을 것만 같았는데 바닥을 치긴 치더라고요. 어느 날 집에 있는데 제가 왜 사는지 이유를 모르겠는 거예요. 저 한 사람 없어져도 슬퍼할 사람이 없고, 세상 돌아가는데 지장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말이에요. '나'에 대한 어떤 값어치를 잃어버리니까 한없이 절망에 빠지게 됐죠. 우울증이라는 병명으로도 그 느낌을 모두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허한 상태라고나 할까요? 결국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까지 치달았어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어느 순간 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전미선은 유서를 적기도 했다. 그는 "유서를 쓰겠다고 작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정리는 해봐야 할 것 같아 유서를 썼다"며 "끙끙대며 마음을 앓은 시간이 길었기에 뭔가 쓸 말이 많을 줄 알았지만 참 이상하게도 종이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고 말해 듣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이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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